“시장은 神의 선물 아니다”
“시장은 神의 선물 아니다”
  • 박용선 기자
  • 호수 13
  • 승인 2012.10.10 10:1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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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숭이도 이해하는 자본론」

 
아, 「자본론」이다. 이걸 어떻게 소개해야 할지 막막하다. 워낙 유명해서다. 이번에 소개할 「원숭이도 이해하는 자본론」은 내용 자체만으로 보면 150여년 전에 출간된 칼 마르크스의 「자본론」과 똑같다. 그런 의미에서 언뜻 머리 아프고 어려울 것 같다. 내용이 좋더라도 난해한 책을 멀리하는 사람이라면 패스해도 좋다.

「자본론」은 금서禁書였던 시절이 있었다. 때문에 제대로 된 번역서가 많지 않다. 「자본론」이 유독 어렵게 느껴지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내용이 어려운 데다 번역까지 시원치 않아서다.

그러다 2년 전 「원숭이도 이해하는 자본론」이라는 해설서가 나왔다. 이번 책은 개정판이다. 말 그대로 ‘원숭이도 이해할 수 있게끔’ 아주 쉽게 자본주의를 설명했다. 「자본론」을 강의하는 ‘원숭이 선생님’과 그 강의를 듣는 학생들의 대화가 기본 구성이다.

개정판에는 이전보다 문장을 깔끔하게 다듬었다. 자본론을 강의했던 저자의 동영상이 부록CD로 포함돼 있다. 자본론은 여전히 누군가의 도움 없이는 읽기 쉬운 책이 아니어서 동영상 CD는 큰 도움이 될 것 같다. 그런데 지금 이 책이 왜 필요할까. 물론 책이 어려우니까 해설서를 만들었을 수도 있다.

문제는 18~19세기 유럽에 등장해 자본주의의 모순을 지적한 「자본론」이 구소련이 해체되고 공산주의는 퇴물이 된 21세기에 무슨 이유로 등장했느냐다. “다 같이 잘 살자는 이념은 좋지만 실현 불가능하다” “공산주의 국가들은 다 망했다” “평등만 강조하다보면 생산성이 떨어진다” 등등 초등학교가 아닌 국민학교 시절 이야기는 접어 두자.

 
자본주의와 「자본론」은 맞물려 있다. 자본주의의 발생과 함께 나타난 근본적인 문제들을 꿰뚫고 있는 책이 「자본론」이다. 바꿔 말하면 자본주의의 근본적인 모순과 문제점을 해결할 방안 대부분이 「자본론」에서 생산된다는 얘기다. 역사가 이를 증명한다.

대부분의 정치인이 내걸고 있는 영유아 무상보육이나 무상교육, 공공의료 확대와 같은 정책을 예로 들어 보자. 진보세력의 끊임없는 주장을 통해 조금씩 관철되는 이런 정책이 예전에는 큰 인기를 끌지 못했다. 이 정책들이 공산주의 이념에서 비롯된 해법이었고, 정부의 역할을 늘리고 예산을 투입해서 인위적으로 국가경제를 기획•조정하는 것이었기 때문이다.

문제의 해결방법을 찾고자 할 때 반대편을 살펴보면 답이 있는 경우가 많다. 자본주의에서 비롯되는 문제점을 해결하는 방법도 마찬가지다. 공산주의와 사회주의가 많은 해답을 갖고 있다. 문제는 자본주의 시스템에 공산주의나 사회주의를 어떤 방식으로 장착하고 구동하느냐다. 프랑스나 독일처럼 사회주의•공산주의 정당의 영향력과 역할이 큰 것도 같은 이유다.

현재 시스템을 개선해 보다 나은 시스템으로 만들어가는 것. 150여년 전 「자본론」이 자본주의에서 여전히 의미 있는 이유다. 「자본론」을 통해 자본주의를 좀 더 잘 이해하고 현재의 문제를 더 잘 해결할 수 있으면 그걸로 족하다. 자본주의는 아직 갈 길이 멀다. 문제는 책을 읽고도 이해를 못한다면 원숭이보다 못한 인간이 될 테고, 이해한다고 해도 원숭이의 강의를 듣는다는 게 자존심 상할 테니 ‘대략난감’한 제목이 아닐 수 없다는 것이다.

공학도에서 출발한, 조금은 인간적이지 못한 저자의 발상일지 모르지만 어쩌랴. 「자본론」을 모르면서 자본주의를 무작정 옹호하는 이들에게 던지는 한 마디라면 충분히 잘 뽑은 제목이다.

북 에디터 한마디
공산주의 종말을 예견했던 미국의 철학자 프랜시스 후쿠야마가 ‘역사의 종언’을 스스로 다시 뒤집으며 ‘역사는 끝나지 않았다’고 말한 것처럼 자본주의 시대를 살아가는 한 「자본론」은 사라지지 않을 것이다. 그걸 알고 「자본론」을 쉽게 읽을 수 있는 해설서가 없을까 찾던 이들에게 이 책은 반가울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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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채인간」
마우리치오 라자라토 저 | 허경ㆍ양진성 옮김 | 메디치
빚을 지지 않고는 살아갈 수 없는 시대. 열심히 일하는데 왜 계속 빚을 지는 걸까. 이 책은 들뢰즈•가타리, 니체, 마르크스, 푸코 등의 논리를 빌어 ‘부채’가 단순히 개인의 경제 문제가 아니라 사회적•정치적 문제라는 사실을 밝히고 있다. 저자는 인간 억압 조건으로서 부채를 재인식하고, 개인 단위가 아닌 사회와 연대 차원으로 문제의식을 끌어올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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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세기는 과연 중국의 시대일까, 신흥시장이 세계경제를 지배하게 될까. 저자는 신흥시장의 시대가 열릴 것이라는 믿음에 의문을 제기한다. 금융위기의 후유증 수습 외에도 신흥시장 앞에는 고령화 대비, 혁신문화 창조, 경제성장과 녹색경제 간의 균형이라는 과제가 놓여 있다. 업라이징은 세계를 뒤흔들어 새로운 질서를 창조하지 못하는 이유를 분석한다.

김정덕 기자  juckys @thescoop.co.kr | @itvfm.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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