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업을 하는 사람들은 이런저런 돈을 많이 쓴다. 거기엔 품위유지비도 있고, 접대비도 있다. 무리가 따르더라도 외제차를 끌고 다니는 이들도 있다. 얕보이면 일감을 제대로 수주할 수 없다는 고정관념 때문이다. 7년 전 인테리어 업체를 창업한 박지은(가명ㆍ37)씨도 마찬가지다. 문제는 나쁜 지출습관이 가계를 엉망으로 만들었다는 점이다.
![적자의 악순환을 끝내려면 빚부터 줄여야 한다.[사진=게티이미지뱅크]](/news/photo/201910/36928_48977_758.jpg)
7년 전 지인과 함께 인테리어 회사를 공동창업한 건축가 박지은(가명ㆍ37)씨. 현재 부모님 집에서 생활하고 있는 박씨는 주거비를 아끼곤 있지만 미혼이라 눈칫밥을 먹고 있다. 부모님의 사생활 간섭도, 대출을 갚는 것도 스트레스다. 이 때문에 빨리 채무를 정리하고, 주거독립을 하는 게 꿈이다.
하지만 생각처럼 돈이 쉽게 모이지 않는다. 박씨의 월 수입은 410만원, 연간 상여금이 220만원(월 평균 18만원)이다. 벌이가 적은 편은 아니다. 하지만 그는 매월 105만원씩 적자를 내고 있다. 부모님과 함께 살기에 주거비가 크게 들어가는 것도 아닌데, 도대체 어떻게 된 일일까.
■ 지출구조
박씨의 지출 중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건 대출상환비용이다. 지금은 일거리가 많아졌지만 사업 초기엔 그렇지 않았다. 돈 들어갈 일은 많은 반면, 소득은 불규칙했다. 그래서 박씨는 사업 운영자금 명목으로 대출을 많이 받았다. 현재 남은 대출 잔액은 8500만원이다.

이와 별도로 자동차 할부금(잔액 6000만원)도 있다. 자동차 없이는 사업을 하기 힘들었던 탓인데, 중요한 건 자동차가 값비싼 외제차라는 점이다. 물론 박씨도 무리라는 건 잘 알고 있다. 하지만 어떤 차를 타느냐가 일감 수주에 영향을 준다는 걸 알아챈 그는 무리라는 걸 알면서도 외제차를 사야 했다. 이로써 박씨가 떠안은 빚은 1억4500만원, 매월 대출상환금으로 208만원을 지출한다.
더 큰 문제는 빚의 대부분이 카드론이나 캐피탈로 구성돼 있다는 점이다. 1금융권으로부터 돈을 빌리기 힘들어지자 금리가 높은 2금융권으로부터 빚을 졌기 때문이다. 문화비(외식 등)와 비정기지출도 매월 각각 60만원과 70만원으로 꽤 높은 편이다. 고가의 의류를 구입하거나 술자리에서 ‘한턱 쏘는’ 일도 비일비재해서다. 박씨는 “이 역시 일감 수주를 위한 보이지 않는 영업의 일환”이라고 설명했다.
다음으로 부담스러운 지출은 의료비다. 사업의 미래가 불확실한 탓에 예민한 성격의 박씨는 매월 40만원을 들여 심리치료를 받는다. 연간 480만원이나 의료비에 지출하는 셈이지만, 박씨는 꾸준히 병원을 다닐 생각이다.
■ 문제점
이런 지출 행태는 박씨가 사업을 한다는 점을 감안하면 이해 못할 수준은 아니다. 박씨의 지출이 더 큰 일감을 따내는데 효과적이라면 투자를 두려워해서도 안 된다. 다만 박씨가 ‘영업을 위한 것’이라는 이유로 지출을 줄이지 않는다면 독립은커녕 빚 청산도 어려울 공산이 크다.

가령, 박씨는 사업이 불안해 심리치료를 받는다지만, 따져 보면 결국 돈 문제일 가능성이 높다. 지출을 줄여 돈이 차곡차곡 쌓이는 걸 보면 위안을 얻을 수 있다는 거다. 또한 외제차를 타고 멋지게 꾸미고 다녀야 일감을 받을 수 있다는 것도 편견일지 모른다. 박씨가 지출을 적절히 조절해 적자 상황을 벗어나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 해결점
필자는 먼저 대출상환에 집중하라고 조언했다. 다행히 박씨는 월 40만원씩 적금을 하고 있다. 적자가 105만원인 상황에선 밑 빠진 독에 물붓기일 것 같지만 그렇지만은 않다. 중요한 건 목돈을 모아 수시로 중도상환에 써야 한다는 점이다. 그래야 신용도를 높일 수 있고, 2금융권에 있는 대출금을 금리가 낮은 1금융권으로 전환할 수 있다.
소비도 줄여야 한다. 박씨는 매월 적자인 상황에서 신용카드로 생활비를 충당한다. 하지만 신용카드는 현금이 아니라 빚이라는 걸 잊어선 안 된다. 따라서 빚을 빚으로 돌려막는 거나 다름없다. 그중에서도 가장 위험한 지출은 비정기지출이다. 매월 규칙적으로 나가는 생활비지출과는 달리 비정기지출이 많다는 건 예상치 못한 변수가 많고, 충동적이라는 의미다.

실제로 박씨의 연간 비정기지출은 자동차세를 빼고 나면 840만원(월평균 70만원)에 이른다. 혹시 모를 사업자금이 필요할 수도 있다는 걸 감안하면 비정기지출은 줄이는 게 좋다. 그래서 박씨에게 고정지출과 비정기지출로 나눠 지출통장을 분리하는 방법을 제안했다. 비정기지출은 꼭 필요한 것만 넣어서 연간 300만원 내에서 해결하기로 했다. 재원은 상여금 220만원을 활용 하고, 매월 지출을 줄여 모자라는 금액은 충당하기로 했다.
정기지출도 줄이기로 했다. 박씨의 경우 통신비가 18만원으로 꽤 많은데, 지인들에게 카카오톡으로 선물을 주는 바람에 소액결제가 많고 비싼 요금제를 쓰는 탓이었다. 이를 적절하게 줄이니 7만원에 해결할 수 있었다. 아침과 저녁식사를 가급적 집에서 해결하는 방식으로 생활비도 10만원 줄였다. 사람 만나는 일은 영업상 반드시 필요한 만남 외엔 당분간 자제하기로 해 문화비를 30만원으로 확 줄였다.
이런 지출을 모두 줄이니 적자가계가 월 16만원 흑자로 바뀌었다. 여기서 매월 10만원씩 비정기지출에 필요한 80만원을 충당하기로 했다. 그럼 매년 112만원(192만원-80만원)을 남길 수 있다. 이 돈은 앞서 말한 것처럼 적금과 합쳐 대출 조기상환에 쓰기로 했다.
천눈이 한국경제교육원㈜ PB 팀장 rimsonnunn@naver.com | 더스쿠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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