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올해 8월 애플의 안방에서 수모를 겪은 삼성전자가 최근 반격의 발판을 만들었다. LTE 버전으로 출시된 애플의 신제품 ‘아이폰5’다. LTE 기술은 삼성이 한발 앞서 있다. 만약 LTE 관련 소송이 붙으면 삼성이 우위를 점할 가능성이 크다.
유럽전기통신표준협회(ETSI)는 올 상반기 LTE 특허 신고 자료를 분석한 결과를 발표했다. 삼성의 LTE 표준특허 보유건수는 전년 대비 20.6% 증가한 819건으로 세계 1위를 차지했다. 애플은 318건으로 10위다. 특허수만 보면 애플은 삼성의 적수가 되지 못한다. 삼성이 아이폰5를 상대로 LTE 관련 소송을 제기하면 삼성-애플 싸움은 새로운 국면에 접어들 공산이 크다. IT업계 한편에선 LTE 소송전의 가능성이 클 것으로 점치고 있다. 근거는 삼성이 미 법원에 제출한 준비서면이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미국 캘리포니아 산호세 지방법원에 아이폰 LTE 기술의 특허 침해가 의심될 시 즉각 소송할 것이라는 내용의 서면을 보냈다”고 말했다.
하지만 삼성전자의 태도는 서면내용과 일치하지 않는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아이폰5를 면밀히 검토하고 있다”며 “애플이 우리의 어떤 특허를 침해했는지 파악하고, 승산은 있는지 계산기를 두드리고 있어 확실한 입장표명은 힘들다”고 말했다.
삼성이 조심스러운 행동을 취하는 이유는 간단하다. 그동안의 소송 경험 때문이다. 삼성전자는 대對애플 소송전에서 핵심무기로 내세운 ‘기술표준특허’로 별다른 재미를 보지 못했다. 반면 3G 기술에서 별다른 표준특허가 없는 애플은 번번이 승소했다. 삼성으로선 3G 기술표준 특허의 연장선인 LTE 관련 표준 기술로 확실하게 승리할 수 있을지 장담하기 어렵다.

이유는 또 있다. 애플이 삼성전자와의 소송에 몰입했다가 상당수 소비자를 잃은 것도 삼성전자로선 부담이다. 애플은 지난 1년간 혁신보다는 삼성과의 소송에 주력하는 모습을 보이며 애플 마니아들을 실망시켰다.
미국 시장조사업체 유거브가 미국인 5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브랜드 이미지 조사에서 애플이 삼성에 추월을 당해 충격을 주기도 했다. 소송에 완패한 후 도리어 이미지가 좋아진 삼성으로서는 무리한 소송은 피하고 싶을 것이다.
분명한 사실은 단 하나다. 삼성전자가 LTE 소송전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령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렇다고 삼성전자가 당장 행동에 나설 가능성은 크지 않다. LTE 소송을 둘러싼 삼성전자와 애플의 이해관계가 복잡하게 얽히고설켜 있어서다. 정다운 기자 justonegoal@thescoop.co.kr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