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최초 근대식 호텔 ‘대불호텔’

이런저런 풍문을 통해 한국 최초의 호텔로 인정받고 있는 인천 중구 중앙동 1가에 소재한 ‘대불호텔(大佛Hotel)’이 세간의 주목을 끌고 있다. 현재는 자취를 감추고 여러 장의 사진으로만 그 모습을 전해오고 있다. 그런데 지난해 5월 대불호텔이 있던 곳으로 추정되는 부지에서 개항기 건축물 기초로 추정되는 유구遺構(옛 토목 건축의 구조와 양식을 알 수 있는 잔존물) 가 확인되면서 학계의 관심을 끌고 있다.
부산•원산항에 이어 1883년에 개항한 제물포는 일본과 청나라 상인과 외교관, 서양의 외교관과 선교사, 상인들이 조선에 첫발을 내딛는 곳이었다. 당시 제물포로 오가는 서양 사람들을 위해 숙소가 필요했는데, 대불호텔이 그 ‘효시’로 알려지고 있다.
학계는 지금까지 대불호텔의 설립시기와 규모에 관심을 두지 않았다. 커피가 최초로 보급된 호텔이라는 풍문만 전해질 뿐이었다. 건물의 정확한 위치, 층수도 알려지지 않았다. 실증적 연구가 이뤄지지 않은 채 서양신문과 일본인이 남긴 자료 속 서로 다른 모습의 대불호텔 사진이 혼동을 줄 뿐이었다.
지난해 5월 대불호텔이 제물포 개항장의 청국전관조계와 일본전관조계를 가르는 경계에 위치했을 것으로 추정케 하는 유구가 발견되면서 학계는 건물 가치를 주목하기 시작했다.
때마침 인천 중구청에서는 차이나타운 개발이 성공적으로 추진되고 있었다. 근대 문화유산에 대한 보존•활용을 통한 관광 활성화정책이 적극적으로 추진되면서 발굴된 유구는 대불호텔에 대한 관심을 증폭시켰다. 그 과정에서 작은 논란도 제기됐다.

인천 중구청 학예연구사로 있는 견수찬 학예사는 「근대문화로 읽는 한국 최초, 인천 최고」에서 개항 직후 건축된 일본식 목조의 2층짜리 대불호텔 영업이 잘 되지 않자 인근의 3층 벽돌조 건물을 신축했다는 견해를 밝혔다.
하지만 이 두 건물이 동시에 존재했는지, 3층짜리 건물을 신축하면서 2층짜리 목조건물을 허문 것인지에 대해서는 확실히 밝혀지지 않았었다. 지난 3월 ‘근대서울의 역사문화공간’ 시리즈로 「손탁호텔」을 출간한 이순우 우리문화재연구소장은 최근 대불호텔 관련 사진자료와 두 개의 대불호텔이 어떤 과정을 거쳐 건축됐는지에 대한 의견을 전해왔다.
이 소장은 「손탁호텔」을 저술하면서 손탁호텔보다 먼저 건축된 대불호텔의 위치를 기록했다. 그가 보낸 자료에는 2층과 3층의 두 개 건축물로 추정되는 대불호텔이 일정 기간 병존했음을 보여주는 <그림3>도 포함돼 있다.
이 소장이 전달한 자료에는 1902년 발간된 「인천안내」에 수록된 대불호텔과 호리상회점의 주소지를 보여주는 광고도 포함돼 있다. ‘회조업 굴상회廻漕業 堀商會’ 즉, 일본인 호리 리키타로堀力太郞 상회의 광고 주소지는 ‘인천항 일본거류지 12호지’로 표시되어 있는데 반해 같은 책에 수록된 대불호텔 주소지는 ‘인천항 일본거류지 13호지’로 표시돼 있다.
1932년 일본인들이 ‘인천개항 50주년’을 기념해 편찬한 「인천부사」에는 대불호텔의 위치를 일본거류지 제11호지로 표시하고 있는데, 이것이 잘못된 표기라는 것을 입증하고 있다. 위에서 언급한 자료 외에도 이순우 소장은 대불호텔과 호리상회가 병존했던 사실을 입증하는 여러 자료를 보내왔다.
이 자료를 통해 그간의 혼란을 정리한다면, 최초의 대불호텔(뒷날 호리상회로 변화)이 들어선 곳은 제물포 코너에 위치한 일본거류지 12호지였던 것이 분명하다. 그 후 근방의 13호지 토지를 추가로 확보해 3층 벽돌조 건물의 대불호텔을 신축했을 것으로 정리할 수 있다. 새로운 벽돌조 대불호텔이 들어서자 원래의 대불호텔(목조건물)은 호리 가문의 주력사업이었던 해운업(회조점)의 사무공간으로 사용한 것으로 추정된다.

이 사실을 보고받은 문화재청은 9월 22일 매장문화재 평가회의를 열고 대불호텔 유구의 역사적 가치를 평가했다. 통상 ‘원형보존결정’이 내려지려면 74.31점 이상을 받아야 하는데, 대불호텔 유구는 이보다 훨씬 높은 89.21점을 받았다. 원형보존 결정과 함께, 외형 복원을 통한 전시관 활용과 역사적 콘텐츠의 발굴 및 활용을 위한 계획과 실행이 시급하다는 의견도 개진됐다.
이 같은 결정은 지난해 10월 28일 열린 매장문화재 분과위원회 회의에서 그대로 추인되었다. 중구청에서는 이번 결정을 수행하기 위해 토지소유자와 매입협상을 전개하고 있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현재까지 토지소유자와 원만한 협의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
이희환 경인방송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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