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4대강 사업처럼 허접한 임시직 일자리 창출 말고 제대로 된 일자리를 많이 만들려면 법적, 제도적 개혁뿐만 아니라 수출주도의 성장을 뒷받침해 온 낡고 해로운 국정철학을 폐기할 수 있어야 가능할 것이다.
다시 말하면 내수시장 활성화에 국가적 총력을 모아 물심양면으로 노력해야 겨우 그 가능성이 열릴까 말까하는 어려운 사안이다. 그런데도 대선주자들은 최근 너무나 쉽게 ‘일자리 창출’이런 말을 내뱉는다.
일자리 창출이란 말은 하기야 옛날 대선 때도 여•야 어느 진영으로 부터라고 할 것도 없이 많이 나온 공약이긴 하다. 그러나 이렇게 조자룡 헌 칼 쓰듯 마구 내뱉어도 실현될 수 있는 공약인가. 그렇지는 않을 것이다.
일자리 창출이라는 말을 듣고 보니 새삼 청년 백수나 비정규직 노동자, 영세 자영업자들이 떠오른다. 고용문제는 우리나라만 국한된 작은 문제가 아니다.
오늘날 신자유주의 시장경제체제를 위기로 내몰고 있는 중요하고도 큰 문제다. 얼마 전 내수 진작을 위해 박재완 기획재정부 장관은 제한적 재정지출 확대를 포함한 부동산 거래 활성화 대책을 발표했다.
은행이 부동산을 담보로 잡고 빌려주는 대출의 담보비율을 완화해 주는 것이 골자다. 돈이 없다면 은행에서 돈을 빌려서라도 아파트를 포함한 부동산을 많이 사라는 것이 그 주문이었다.
이런 식의 미봉책은 이명박 대통령이 수반으로 있는 이번 토건정부의 대책만은 아니었다. 문재인 대선주자가 핵심요원으로 참여했던 노무현 대통령의 참여정부나 박근혜 대선주자가 적극적으로 뒷받침한 역대 군사정권을 포함한 그 어떤 정권에서도 내수시장의 활성화라고 하면, 그리고 민간 투자지출을 늘이는 정책을 편다고 하면 어김없이 그것은 곧 부동산 경기 활성화 대책이었다. 즉, 경기침체는 부동산 활성화로 풀어왔다.
“내수시장 활성화 = 일자리 창출”
그러나 토건정부 당국도 이번의 실업문제가 단순히 국내 부동산시장에서 돈이 돌지 않아 생기는 것으로 착각하고 있지는 않은 것 같다. 아마 마땅한 활성화 대책이 없어서 그런 내수시장 활성화 ‘시늉’만 하고 있는 것으로 보는 게 맞을 것이다.
연말 대선정국으로 가고 있는 시점이어서 여당주자를 지원할 수 있는 뭔가를 내 놓기는 해야 하는데 당장 내놓을 게 이런 부동산 거래 활성화 대책 말고는 없었을 것이다.
한편 토건정부에서 말 못할 사정 가운데 하나는 재정지출 확대가 이명박식 신자유주의 철학과 배치된다는 점일 것이다. 즉, 경기활성화를 위해 각종 복지지출 등 재정지출을 늘리려고 해도 이 정권의 신자유주의적 신념과 배치된다.
시장은 스스로 균형을 찾아 움직이고 규제 없는 자유시장경제가 더 경쟁력 있는, 그래서 더 효율적인 세상을 만든다고 믿는다. 이런 철학이 정책에서 일관성을 유지하는 한 지금까지의 부자 감세정책을 증세정책으로 바꿀 명분은 없을 것이다.
얼마 전 미국은 제3차 양적완화(QE3)를 발표하고 시행에 들어갔다. 미국 연방준비은행(FRB)이 매월 400억 달러를 투입, 주택모기지담보증권(MBS)을 무기한으로 무제한 사들인다는 것이다.
공교롭게도 유럽중앙은행(ECB), 일본중앙은행도 양적완화(QE)에 나서 경쟁적으로 자국통화가치 절하정책을 펴고 있다. 내수경기 활성화를 위해 각국은 경쟁적으로 자국통화를 푸는 방법으로 돈값을 떨어뜨리고 있는 것이다. 결국 이들 국가들이 양적완화라는 통화정책을 시행하는 이유는 자국의 고용을 안정시키기 위한 것이다.
우리나라 내수시장을 살리기 위해서는, 그리고 일자리 창출을 위해서는 수출주도의 불균형한 성장정책, 즉 지난 1960~70년대 박정희 개발독재 이래 60여년 이상 진행돼 온 현행 독점자본주의적 발전 전략을 폐기하고 어떤 비용을 치르더라도 내수와 외수, 중소기업과 대기업 등의 균형발전, 동반성장의 길을 모색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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