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F가 만든 불편한 진실

사방에서 “임금님 귀는 당나귀 귀!”라는 외침이 들려온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트위터에서 최근 유행하고 있는 ‘xx옆 대나무숲’ 계정 얘기다. 불합리한 처우와 자부심을 가질 수 없는 환경, 그리고 불안한 미래를 담은 내용이 대부분이다. 너무 현실적이어서 업계를 모르는 사람이 읽으면 오히려 비현실적으로 들릴만한 메가톤급 폭로도 많다.
시대와 지역을 뛰어넘어 폭로에 대한 욕망은 새로울 것이 하나도 없는 일이다. 고대 페르시아에서는 정복자 알렉산더 대왕의 신체비밀인 큰 귀를 이발사가 이름 모를 들판에 버려진 우물 속에 대고 폭로했다. 신라시대 경문왕의 ‘당나귀 귀’는 왕관을 만들던 장인이 도림사 뒤편 대나무 숲에다 풀어놨다. 하지만 대나무숲이 바람에 흔들리며 비밀은 세상으로 퍼진다.
폭로에 대한 강한 욕망의 근원까지 알 필요도 없다. 우리는 결과에 이미 익숙해져 있다. 익명 트위터 계정을 처음 보면 말장난에 웃음이 나온다. 하지만 한 시간을 내리 읽다 보면 저절로 언팔로우(트위터 구독을 끊는 일) 버튼을 누르게 된다.

도대체 무엇이 우리 사회를 ‘대나무숲’ 없이는 참기 힘든 극단으로 몰아넣고 있는 것일까. 왜 우리는 이런 극단의 시대를 살게 됐을까. 왜 우리는 OECD 국가 중 압도적으로 1위인 자살률로 사실상의 자살대국이 된 것일까.
신라 경문왕 시대는 온갖 역병과 지진, 홍수와 같은 천재지변은 물론이고 반역까지 곧잘 출몰하던 어지러운 시기였다. 정복자 알렉산더 대왕은 자국에서는 영웅이었지만 피정복민에게는 자국의 주권을 빼앗은 원수다. 당시 서민들의 정신상태는 황폐했으리라는 추측이 가능하다.
올 10월 한국인의 머릿속에는 ‘불황’이라는 단어 하나가 자리잡고 있다. 우리는 불황이라는 단어에서 구조조정과 실직, 가계경제의 파탄과 해체를 연상한다. 반복된 역사가 알려준 공식이다. ‘IMF 시대’라는 어지러웠던 때가 있었기 때문이다.

이한석 자유기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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