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벌이 몸집 줄이는 이유
재벌기업의 ‘몸집 불리기’가 주춤하고 있다. 문어발식 확장에 나서던 2000년대 중후반과는 사뭇 다른 모습이다. 글로벌 경제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경영전략이기도 하지만 최근 정치권의 재벌개혁에 따른 ‘몸 사리기’일 가능성도 있다.

이런 계열사 감소 현상은 재벌기업이 몸집을 한껏 부풀리던 2000년대 중후반과 상반된다. 2009년 1137개였던 재벌기업의 계열사 수는 2011년 1500개를 넘어섰고, 2012년에는 1831개로 늘었다. 사업다각화 전략에 따른 회사 설립이나 인수•합병(M&A)이 활발하게 일어나서다.

미래성장이 부족한 계열사를 가차 없이 정리하는 기업도 적지 않다. SK그룹 신재생에너지사업 계열사인 SK D&D는 지난 8월 태양광 발전업체 남원사랑발전소를 합병했다. 롯데쇼핑은 계열사인 롯데스퀘어를, 포스코경영연구소는 포엠아이컨설팅을, 대성은 라이프인터내셔널을, 한국투자금융 한국투자금융지주를, 태영은 인제오토피아를 끌어안았다.
내실 다지려 몸집 줄이나
사업을 접은 경우도 있다. SK는 폐기물처리업체인 그린바이로 지분을 매각했고, CJ는 예술서비스업체 클립서비스, LS는 전자부품업체 플레넷, 현대백화점은 방송프로그램제작업체 현대미디어센터의 지분을 내다 팔았다. 동양과 대한전선은 각각 숙박서비스업체 동양리조트, 골프장운영업체 선운레이크밸리의 지분을 정리했다.

하지만 다른 시각도 있다. 정치권을 중심으로 논의되는 재벌개혁 때문에 ‘몸집 확장 전략’을 일시적으로 멈춘 게 아니냐는 것이다. 현재 상황에서 몸집을 키우는 것보다 ‘몸 사리기’가 적절한 경영전략으로 판단했다는 얘기다.
재계 한 관계자는 “정치적인 압력 때문이라고 확실하게 얘기할 수는 없지만 분명한 사실은 재벌기업들이 계열사 줄이기에 나서고 있다는 것”이라며 “특히 최근 재벌기업들이 중소기업 관련 업종에 진출하는 것은 찾아보기 힘들다”고 말했다.
박용선 기자 brave11@thescoop.co.kr|@itvfm.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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