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지컬 적벽] 소리가 보이다
[뮤지컬 적벽] 소리가 보이다
  • 이지은 기자
  • 호수 336
  • 승인 2019.05.05 10: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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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통예술의 신新 장르
뮤지컬 ‘적벽’의 장면들.[사진=정동극장 제공]
뮤지컬 ‘적벽’의 장면들.[사진=정동극장 제공]

세련된 판소리와 감각적 춤사위로 전통예술의 신新장르를 개척한 ‘적벽’이 다시 찾아온다. 정동극장이 2017년 ‘전통 ing’ 시리즈로 처음 선보인 후 현대적 이미지와 음악적 대중성으로 관객들의 뜨거운 호응을 받아온 작품이다. 2018년 공연 중반부터는 전석 매진을 기록하며 명실상부 정동극장의 대표 레퍼토리다.

이번 공연은 주요 초연 배우와 신예 소리꾼의 합류로 기대감을 한층 높이고 있다. 그림 같은 안무와 웅장한 판소리 합창에 라이브 밴드 연주가 더해져 매회 열기를 더해가고 있다.

적벽은 삼국지의 세 영웅인 유비, 관우, 장비와 조조의 전쟁인 적벽대전을 담은 판소리 ‘적벽가’를 감각적인 소리와 생동감 넘치는 군무로 표현했다. 장중한 대목이 많은 적벽가는 가장 표현하기 힘든 소리로 알려져 있다. 이번 무대는 판소리 고유의 울림과 우조가락의 호탕함은 살리면서 기존 판소리와는 차별을 둔 합창과 역동적인 군무를 선보인다.

배우들의 열연과 절창은 보는 이들에게 깊은 인상을 남긴다. 무대 위 배우들은 장대한 판소리와 다이내믹한 춤으로 치열했던 적벽대전의 서사를 보다 함축적이고 상징적으로 재현해낸다. 특히 후반부에 펼쳐지는 군사점고軍士點考(판소리 적벽가에서 조조가 적벽대전에서 패퇴해 도주하다 화용도에 이르기 전 군사들을 점고하는 사설)와 새롭게 추가되는 새타령 등은 판소리 특유의 해학과 기지가 엿보인다.

이번 공연은 이해하기 어려운 한자와 음률音律로 이뤄진 판소리의 이면을 신체의 움직임으로 해석해 ‘보이는 소리, 들리는 움직임’이라는 이미지의 공감각화를 선보인다. 잘 짜인 동선과 군무 속에 자유롭게 표현되는 춤동작들은 적벽대전의 상황을 격동적으로 묘사한다. 현대무용과 힙합, 스트리트 댄스 동작들을 활용한 안무는 극의 긴장감을 배가시키며 퓨전 판소리 뮤지컬의 진수를 보여준다.

특히 공연에 등장하는 ‘부채’는 적벽대전의 대서사를 함축적으로 상징하는 도구로 중요한 역할을 담당한다. 흰색과 붉은색의 부채들은 창과 방패가 되고, 때로는 동남풍을 만들기도 한다. 타오르는 불길을 표현하기도 하며 무대라는 공간의 한계를 넘어 상상의 영역을 넓힌다. 유비의 독무부터 제갈공명이 동남풍을 불러와 조자룡이 활을 쏘는 장면까지 유려한 안무 속 부채의 활용은 공연의 백미로 손꼽힌다. 정동극장의 2019년 첫 기획공연으로, 전통예술에 편견 없이 다가갈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될 이 공연은 5월 12일까지다.
이지은 더스쿠프 기자 suujuu@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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