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검만 가능, 부품 교체하려면 또다시 대기
수급 문제 해소됐다는 폭스바겐코리아
오일 없어 리콜 못한다는 서비스센터
모럴해저드 “리콜 대상이지만 걱정말라”
더스쿠프(The SCOOP)는 3월 12일 통권 329호에서 폭스바겐코리아의 무성의한 리콜 정책을 꼬집었다. 리콜 대상 차량이 멈출 수도 있는 중대한 결함이 발견됐음에도 리콜을 받으려면 두세달을 족히 기다려야 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문제는 이뿐만이 아니었다. 두세달 대기는 고사하고, 결함 부품을 교체하려면 올 연말까지 또 기다려야 하는 것으로 밝혀졌다. 더 황당한 건 폭스바겐코리아 측의 태도다. 서비스센터 관계자는 “지금까지 문제가 없었는데, 괜찮지 않겠느냐”면서 대수롭지 않게 반응했다.
![두세달이면 될 줄 알았던 폭스바겐코리아의 리콜 조치가 올 연말까지 연기될 공산이 커졌다.[사진=뉴시스]](/news/photo/201903/34331_43890_1626.jpg)
폭스바겐코리아의 무성의한 리콜 정책은 생각보다 심각했다. 리콜 대상 차량이 주행할 수 없는 상태에 놓일 만큼 중대한 결함이 발견됐음에도 신속한 리콜조치는커녕 큰일 아니라는 태도로 일관했다. 더스쿠프(The SCOOP)는 지난 3월 12일 ‘폭스바겐코리아의 만만디 리콜 논란(통권 329호)’을 단독보도했다.
문제의 핵심은 폭스바겐코리아가 결함이 발견된 차량의 리콜을 이행하겠다고 밝혔음에도 실제론 리콜을 받기 어렵다는 점이었다. 폭스바겐 소비자들은 지난해 말 리콜 통지서를 받은 직후 예약을 걸었지만 기본 두세달은 족히 대기해야 했다.
주행과 안전에 지장을 주지 않는 작은 결함이라면 리콜이 지연돼도 별다른 문제가 발생할 소지가 적다. 하지만 폭스바겐코리아가 리콜 대상으로 지정한 차량은 그렇지 않았다. [※참고 : 리콜 대상 모델은 골프 1.4 TSI (2012년 11월 2일~12월 20일 제작차량), 폴로 5 FL 1.4 TDI BMT(2014.10.30~11.19)를 비롯한 8종으로, 총 9295대다.]
결함 가능성이 있는 부품은 변속기(메카트로닉스). 공정 불량으로 변속기 내 오일 압력 생성기(어큐뮬레이터)의 나사선이 날카롭게 가공돼 하우징에 균열을 만들 수 있다는 거였다. 하지만 더스쿠프 취재 이후 더 많은 문제가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폭스바겐코리아가 차량 점검과 교체 과정에 필요한 오일을 제대로 확보하지 않은 탓에 리콜 예약마저 중단된 것으로 확인됐다.

폭스바겐 차주 김형균(가명ㆍ36)씨의 사례를 살펴보자. 그는 리콜을 받기 위해 두달을 기다려 폭스바겐코리아 서비스센터를 찾았지만 황당한 이야기만 듣고 발걸음을 돌려야 했다. “이번에는 결함이 발견된 제품이 맞는지만 점검하고 이후 교체가 필요하다면 다시 예약을 잡아야 한다.” 두달을 기다렸지만 리콜이 불가능하다는 얘기였다. 이유는 별다른 게 아니었다. 점검하는 데 사용할 오일은 있지만 교체까지 하기엔 물량이 부족하다는 거였다.
점검 결과, 김씨 차량에 탑재된 부품은 교체 대상으로 밝혀졌다. 해당 부품을 교체하기 위해 다시 잡은 예약날짜는 오는 11월께. 언제 작동을 멈출지 모르는 차량을 8개월여 더 몰아야 리콜을 받을 수 있다는 얘기다. 리콜 통지서를 처음 받은 지난해 12월부터 따지면 11개월가량이나 늦게 리콜이 진행되는 셈이다. 그마저도 필요한 제품이 공급되지 않으면 더 미뤄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런 지적에 폭스바겐코리아 측은 “오일 수급에 문제가 있었지만 지금은 완전히 해결된 상태”라고 반박했지만 서비스센터 관계자는 결이 다른 말을 했다. “3월 중순 오일이 공급된 건 맞다. 하지만 2~3대 차량을 점검할 수 있는 소량에 불과했다.” 폭스바겐코리아 측의 주장과 달리 리콜에 필요한 오일을 제대로 공급받지 못했다는 건데, 이유는 뭘까.
서비스센터 측은 “수입 과정에서 정부가 승인을 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리콜에 필요한 제품이 세관의 관문을 아직 통과하지 못했다는 건데, 관세청은 다음과 같이 설명했다. “변속기 오일 같은 화학제품의 반입이 안 되고 있다면 이유는 일반적으로 두가지다. 화학 관련 기관에서 발급하는 허가서를 구비하지 못했거나, 또는 세금을 납부하지 못했거나 둘 중 하나일 가능성이 높다.” 변속기 오일이 세관의 문턱을 넘지 못한 이유는 폭스바겐코리아의 더딘 대응에 있다는 거다.

사실관계가 확인되자 대답을 피하던 폭스바겐코리아는 뒤늦게 해명에 나섰다. “유해화학물질 관리법이 강화되면서 수입이 지연됐다. 지금은 문제가 해소가 됐다. 앞으로 오일이 문제없이 공급될 것이다.” 하지만 이 말이 사실이더라도 문제가 남는다. 무엇보다 리콜 지연 문제가 당장 해소될 가능성이 높지 않다. 서비스센터 측은 “여전히 오일 공급량이 부족하다”면서 “이르면 하반기, 늦으면 연말에나 리콜이 가능할 것 같다”고 말했다.
또 하나의 문제는 결함이 있는 차량을 소비자가 운전해도 괜찮으냐는 거다. 서비스센터 관계자는 이렇게 답했다. “균열이 있다면 주행해선 안 되겠지만 지금은 문제가 없다. 지난 몇 년간 문제없이 잘 타지 않았느냐.”
앞뒤가 전혀 맞지 않는 주장이다. 차량이 리콜 대상에 올랐다는 건 문제가 있다는 거다. ‘지금까지 문제가 없었기 때문에 앞으로도 괜찮을 것’이라는 폭스바겐코리아 서비스센터 측의 말은 심각한 도덕적 해이의 표징이다. 그들에게 여전히 한국 소비자는 ‘봉’이다.
고준영 더스쿠프 기자 shamandn2@thescoop.co.kr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