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전이 ‘적자 타령’하는 숨은 까닭
한전이 ‘적자 타령’하는 숨은 까닭
  • 정영주 더스쿠프 회장
  • 호수 9
  • 승인 2012.09.06 15:5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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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영주의 쓴소리 바른소리

한국전력은 산업용 전기요금을 가정용 보다 훨씬 싸게 공급한다. 그런데도 허위의식에 세뇌된 국민은 국가경제를 위해 비싼 요금을 감내한다. 반세기 이상 “수출 재벌이 살아야 나라가 산다”는 선전을 의심해 보지 못했기 때문이다.

많은 사람들이 이른바 ‘탈핵’주장을 크게 잘못된 것으로 생각하고 있다. 핵발전 의존율이 78%인 프랑스의 올랑드 대통령 정부의 산업장관은 최근 “핵 에너지는 프랑스의 미래산업”이라는 엉뚱한 발언을 해서 핵발전 감축을 주장하는 연정 파트너인 프랑스 녹색당을 격분시켰다. 프랑스에서도 아직 탈핵에 확신을 못가진 사람들이 많다는 뜻이다.

▲ 서울 삼성동 한국전력 본사.
핵발전 선진국 프랑스의 사정이 이런 정도이니 후발국인 우리나라는 어떻겠는가. 탈핵운동에 소극적이거나 반대하는 주장이 더 강한 것도 이해가 된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정부 당국이 일부로 찬핵 분위기를 만들어 내고 있다는 점에서 한심하고 심각하다. 정부는 두 가지 그럴 듯한 허위의식을 이용해서 그런 분위기를 조장한다.

첫째, 국내 기업들의 수출 경쟁력을 높여 수출을 더 늘려야 당면한 세계적 경제위기를 극복할 수 있다고 말한다. 그렇게 되기 위해서는 산업용 전력이 싸게 공급돼야 하고 이를 위해 핵발전은 더 늘려야 한다는 강박관념을 끊임없이 국민들에게 주입하고 있다.

1960~70년대 개발독재시대 이후 수출주도형 재벌체제 구축과정에서 굳혀진 일종의 ‘미신’을 이용하는 것이다.

전력공급을 독점하는 공기업 한전은 산업용 전기요금을 가정용 보다 훨씬 싸게 공급한다. 그런데도 허위의식에 세뇌된 국민들은 국가경제를 위해 비싼 요금을 감내한다. 무려 반세기 이상 “수출 대기업 재벌이 살아야 그 덕분에 나라 전체가 산다”는 선전을 의심해 보지 못했기 때문이다.

두 번째, 원전이 없어지면 전력공급이 어렵게 된다. 그래서 전기요금을 크게 올릴 수 밖에 없을 것이라는 일종의 협박을 당하면서 살았다. 상대적으로 값싼 핵발전 가동을 중지하면 당장 전기요금을 크게 올려야 할 것 같은 공포 분위기를 만들었다. 그러나 최근에 밝혀진 일이지만, 핵발전이 상대적으로 값싼 발전도 아니다.

핵발전 찬성여론 조성 위한 엄살

이런 찬핵 분위기 조성에는 보수언론들도 한몫했다. 그리고 지금도 하고 있다. 수출재벌과 독과점 내수업체들이 광고비 또는 홍보비로 언론을 좌지우지하는게 현실이기 때문에 이같은 분위기는 지속될 수 밖에 없다. 이들은 핵발전을 반대하고 탈핵을 주장하는 사람들을 공격하면서 독과점 재벌체제에 유리한 여론을 이끌고 있다.

한국수력원자력(한수원)이라는 한전의 발전 자회사는 한전에 자사가 생산한 전력을 파는 회사다. 한수원이 한전에 파는 전력의 생산비가 상승하면 여기에 한전이 정해준 적당한 이윤을 더한, 한전의 전력매수가격이 올라간다. 그런데 한전의 대국민 전력판매가격(전기요금)이 그 매수가격 아래에 묶여있으면 적자가 난다. 최근 공시된 재무제표에 따르면 토건정권이 들어선 2007년 이후 한전의 누적적자는 8조원 정도에 이르고 있다. 원가이하의 싼 전기요금이 적자의 큰 원인인 것처럼 보인다.

그런데 최근 놀라운 뉴스가 있었다. 한전에 전력을 판매하는 발전사들 가운데 한수원 등 6개 발전 자회사를 제외한 민간 발전사들의 흑자는 같은 기간의 한전 적자와 비교해 그 규모가 거의 같았다. 이는 상당히 충격적이다.

 
최근 특정기간의 한전 적자는 민간발전사로부터 같은 기간 전력을 매수하면서 한전이 보장해준 이윤이었기 때문이다. 이런 사실은 한전 당국이 최근 전력거래소와 발전 자회사들에게 4조원 이상의 부당이득을 환수할 것이라고 발표하는 과정에서 스스로 인정(?)한 내용이다.

찬핵여론 조성을 위해, 적자에도 불구하고 전기를 싸게 공급한다고 국민들에게 엄살을 떨었는지도 모른다. 필자는 그렇게 했다고 본다. 의혹을 살 만큼, 한수원과 한전의 전력원가 계산은 여전히 불투명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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