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거에 따라붙는 오명들
동거에 따라붙는 오명들
  • 더스쿠프
  • 호수 9
  • 승인 2012.09.04 18: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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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대희의 性 코너

 
고대 중국에서는 남녀가 결혼식을 올리지 않고 긴 세월 동안 살았다면 분奔이라고 표현하고, 남녀가 근친간이고 거기에 여자 쪽이 족보상으로 상위에 있는 경우에는 증蒸이라고 했다.

한 남자가 자기의 부친과 함께 성관계를 가졌던 여성과 성접촉을 하면, 혼인관계가 있더라도 취聚라고 불렀다.

오래 전 얘기이지만 길거리의 3류 주간지를 보면 인기 연예인의 온갖 추문들이 특호활자로 대문짝만하게 폭로되는 경우가 있었다.  그러나 요즘은 인터넷을 통해 있는 말 혹은 없는 사실이 침소봉대되어 소개되는 사례들이 많아 대중의 인기를 먹고 살아가는 스타들은 애매하게 그 독침을 맞고 낙마하는 경우도 없지 않았다.

붉은 색 잉크로 밑줄 쳐진 간통姦通이라는 폭로 기사가 실린 주간지 가판대를 보면 웬만큼 자제력이 강한 사람도 한번 사서 읽어보고 싶은 욕정이 일어난다.

혹시 내가 음서를 구입하는 장면을 목격한 지인知人이 없는가 하고 한번 살펴본 후 민첩한 동작으로 음화잡지를 사들고 가는 멀쩡한 신사들을 보는데, 그런 침소봉대한 섹스물을 구입하는 남자는 변태성 여부를 전문의에게 진단받는 것이 좋을 듯하다.

본래 간통은 결혼한 남녀가 부부 이외의 파트너와 성적 접촉을 갖는 것을 지칭하는 말이다. 간통이라는 말은 영국의 저명한 학자의 해석처럼 근대적 개념에서 마련된 특별한 용어다.

성행위에 도덕적 의무가 부여되기 이전에는 혼인여부를 막론하고 어떤 파트너와 그것을 기도했든 당사자의 일로 취급하고, 그 행위에 대해 간섭하지 않았다. 하지만 차츰 문자가 발명되면서 공적으로 인정할 수 없는 남녀관계가 적지 않다는 사실에 대해 제동을 거는 작업에 들어가기 시작했다.

고대 중국에서는, 정당한 결혼은 자식을 출가시킴에 있어 양친이 먼저 신랑과 신부의 됨됨이를 살펴보고 합당하다고 판단한 경우에 결혼을 결심한다. 인간적 교류가 뜸했던 사람은, 중매의 소개로 상대방의 사윗감과 며느리감을 먼저 살펴본 다음 양가의 동의가 있으면 혼인 절차에 들어가는데 이런 결혼을 ‘맞선 결혼’이라고 부른다.

이같이 결혼하는 것은 합법적 결혼으로 민법상 결혼에 따르는 여러 가지 권리와 의무가 보장된다.  이 간단한 원칙에서 벗어나서 남녀가 제멋대로 어우러져 동숙하거나 성관계를 가지는 것을 통通이라고 불렀다. 밀통密通이라든가 사통私通이라는 말 속에는 모두 부정적인 의미가 담겨 있고 문자가 가진 뉘앙스 또한 그렇다는 것을 알고 있을 것이다.

이밖에도 남녀의 동거에는 여러 가지 의미의 오명汚名스러운 표현이 내포되어 있다. 남녀가 결혼식을 올리지 않고 긴 세월 동안 함께 살았다면, 분奔이라고 표현하고, 남녀가 근친간이고 거기에 여자 쪽이 족보상으로나 계급상 상위에 있는 경우에는 증蒸이라고 했다.

한 남자가 자기의 부친과 함께 성관계를 가졌던 여성과 성접촉을 하면, 혼인관계가 있더라도 취聚라고 불렀다. 이처럼 중국에서는 친족관계, 상하관계가 결혼을 한 다음에도 그대로 유지되었다.

위와 같은 구분법에서 보면, 간통이라고 하면 전혀 관계가 없는 타인보다 이를테면 형수나 의부 같은 친족이나 인척간에 일어나는 사례가 많았다.

대가족제에서 남녀교제가 엄격하게 금지되고, 여성의 외출은 원칙적으로 금지됐기 때문에 친족간의 간통 비율은 높아질 수 밖에 없는 사회구조였다.

그렇지 않은 기타의 케이스들은, 이를테면 이성을 사적으로 감춰두고 성행위를 갖는 경우를 그들은 사私라고 부르며 다양하게 행위별로 구분했다.

일본의 경우 에도시대에 들어서면서 사회가 개화되자 근친상간이 급증했다. 요즘에 발간되는 일본의 연애소설 중에 밀통이 빈번하게 소개되는 것은 당시의 성풍속이 계승되어 그런 생활에 익숙해졌음을 의미한다.

 
영국인의 성생활 면모에도 근친상간이 빈번히 일어나는데, 인간의 성생활 발전과정에 있어 세계 각국이 다 함께 체험한 고통스러운 삶이라고 치부하고 이제는 핵가족 제도 속에서 부부중심으로 그들의 성이 정착돼 가고 있다고 이해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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