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에서 중요한 것은 군량입니다. 아무리 강력한 무기가 있어도 군량이 없으면 무용지물이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우리나라 국토의 70%가량이 산지입니다. 길도 제대로 나있지 않던 시절에 험한 산골과 깊은 강을 건너 자원을 수송하는 것은 엄청난 고역이었습니다. 고생은 둘째 치고 너무 비효율적이었죠. 배에 실어서 바다로 운송하는 것과는 비교할 수조차 없었습니다.
![명랑해전이 벌어진 울돌목에선 바닷물이 소용돌이치며 거대한 굉음을 만들어낸다.[사진=연합뉴스]](/news/photo/201901/33406_42175_188.jpg)
이순신 해전의 중요성은 여기에 있습니다. 임진왜란 초기에 승리를 거듭하던 왜군은 조선군이 아니라 물자의 부족 때문에 발이 묶이기 시작 했습니다. 이순신의 수군이 바다를 틀어막고 있어서 본국으로부터 자원을 공급받지 못하게 된 것이죠. 자연스레 진격 속도가 느려졌고, 작전에 차질이 생겼습니다. 이순신 해전의 더 중요한 의미는 호남을 지켜냈다는 데 있습니다. 한반도의 곡창 지대인 전라도 땅을 지켜냈기에, 조선이 반격과 재건을 준비할 수 있었으니까요.
일본 대군은 정유년(1597년)에 다시 쳐들어왔습니다. 정유재란입니다. 왜군은 이순신이 억울하게 의금부에 잡혀 들어간 틈을 타 조선 수군을 궤멸시켰습니다. 그리고는 전라도를 향해 물밀 듯이 쏟아져 들어왔습니다. 자원을 가장 효율적으로 운반할 수 있는 바닷길을 확보한 것입니다. 왜군이 남해안을 접수한 기세를 몰아서 서해안까지 확보한다면, 뱃길을 통해서 조선의 수도 한양까지 곧장 수송과 보급을 할 수 있었습니다.
왜군이 서해안마저 확보하기 위해 돌려고 했던 모퉁이에 전라우수영이 있었습니다. 이순신은 그곳에서 전설적인 승리를 거둡니다. 여러분이 잘 아시는 명량해전입니다. 명량鳴梁은 순우리말로 울돌목입니다. 울부짖는 바다라는 뜻입니다. 전라도 해남군 문내면 학동리와 진도군 군내면 녹진리 사이에 있는 좁은 바다를 부르는 말입니다. 울돌목에서는 바닷물이 아주 거칠고 빠르게 흐릅니다. 단순히 빠르기만 한 게 아닙니다. 물살끼리 서로 부딪혀서 어지러운 와류渦流(소용돌이)를 만들어 냅니다. 이 소리가 20리 밖에서도 들린다고 합니다. 명량해전은 그런 바다에서 벌어졌습니다.
최소 희생으로 최대 성과
이순신의 위대한 점 중 하나는 최소한의 희생으로 최대 성과를 거뒀다는 데 있습니다. 모든 군사 지휘관들의 목표지만 실제로 달성한 지휘관은 세계사적으로도 많지 않습니다. 이순신은 전체 병력은 적더라도 실제 전투에 투입되는 아군의 숫자를 적군보다 월등하게 만들었습니다. 여컨대 왜적 함선이 700척이고, 우리 함선은 150척이라고 했을 때 이순신은 전라좌수영에 남겨둔 일부를 제외한 전부를 끌고 다니면서 왜 함대를 공격했습니다. 전투가 시작되면 적보다 훨씬 많은 전함으로 적선을 각개격파한 것입니다.
장정호 교육다움 부사장 passwing7777@naver.com | 더스쿠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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