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산업 질주가 부르는 착시현상
여행산업 질주가 부르는 착시현상
  • 한정연 포춘코리아 기자
  • 호수 8
  • 승인 2012.08.28 09:5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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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객 10%↑ 관광객 23%↑ 13%는 배 타고 한국 왔나

▲ 값싼 제품을 사기 위해 한국을 방문한 일본인 관광객. 이들이 한국에 재방문을 할지는 의문이다.
올 7월까지 국내 수출실적은 3198억달러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0.8% 줄었다. 무역수지는 135억달러 흑자를 냈지만 지난해 같은 기간의 3분의 2 수준에 그쳤다. 2분기 실질 국내총생산(GDP)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0.4% 늘어나는데 그쳤다. 그러니 ‘불황에 강한’ 혹은 ‘불황을 이기는’이라는 단어에 모두가 혹할 수밖에 없다.

불황예찬론으로 유명한 기업인이 모두 일본인이라는 게 참 묘하다. 일본은 극심한 불황으로 접어들고 있기 때문이다.

 
일본의 올 7월 수출실적은 지난해보다 무려 8.1%가 감소했다. 하지만 일본에서 ‘경영의 신’으로 떠받들어지는 두 기업인 마쓰시타 고노스케와 스즈키 오사무는 불황 예찬론자다.

마쓰시타 고노스케는 “호황은 좋다”며 “그러나 불황은 더 좋다”며 불황에 잘나가는 기업이 진짜 기업이라고 설파했다. 스즈키 오사무도 “진정 강한 기업은 호경기 때 잘나가는 기업이 아니라 불경기에 강한 기업”이라고 말했다.

정말 불황에 강한 기업이라는 게 존재할까. 정부가 이달 발표한 7월 통계를 바탕으로 많은 매체가 여행 관련 산업을 ‘불황에도 나홀로 질주하는 산업’이라며 주목하고 있다. 어떻게 된 일일까.

8월 17일 국토해양부는 7월 국제선 승객이 역대 최다인 434만명을 넘어섰다고 발표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0.2%가 늘어난 숫자다. 이에 따라 여행업계 대장주인 하나투어 주가는 4만3000원을 밑돌다가 8월 23일 현재 4만5000원을 넘어섰다. 1만2000원대였던 레드캡투어 주가는 23일 현재 1만3400원으로 훌쩍 뛰었다.

국제선 승객 수가 가파르게 증가하는 것은 맞다. 7월 성수기를 기준으로 2010년 357만명이 국내 국제선을 탔다. 2011년에는 394만명, 그리고 올해는 역대 최고인 434만명이 국제선에 몸을 실었다. 국토해양부는 여름 휴가철 해외여행 증가를 첫째 이유로 꼽았다.

한 달 전인 7월10일 문화체육관광부는 2012년 상반기 외국 관광객 수가 역대 최다였다고 밝혔다. 올 상반기에만 외국인 534만명이 한국을 찾았다는 것.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무려 100만 명 이상이 늘어나 23% 증가율을 보였다.

불황에 강한 기업은 없어

국제선을 타는 사람은 10%가 늘었는데 외국 관광객은 23%가 늘어났다고? 나머지 13%는 배를 타고 왔다는 말인가? 당연히 그만큼 국내 국제선 이용자 수가 줄어든 것이다. 국내 여행산업은 호황은커녕 상당한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말이기도 하다. 문화부가 발표한 ‘상반기 관광객 입출국 및 관광수지 현황’을 보면 한국인 해외 관광객은 2012년 1월 122만 명에서, 2월 115만명, 3월과 4월 101만명, 5월에는 109만명으로 줄어들고 있다.

불황에 강하다는 여행산업은 국토해양부가 국제선 승객이 한국인인지 그렇지 않은 지를 구분하지 않아서 나온 착시효과다.

불황이 기회라고는 하지만 문제는 그 기회의 확률이다. 그리고 불황기에는 그 확률이 바닥을 친다. 지금은 생존을 위한 조언이 필요할 때다. 경기침체가 장기화되니까 ‘불황에 강한’ 혹은 ‘불황을 이기는’이라는 단어에 귀가 솔깃해질 뿐이다.

불황에 원래 강한 기업은 없다. 단지 얼마나 잘 견뎌내느냐의 문제다.

한정연 포춘코리아 기자 jayhan0903@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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