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경자 교수의 探스러운 소비] ‘베블렌 효과’ 불황기에도 먹힐까
[김경자 교수의 探스러운 소비] ‘베블렌 효과’ 불황기에도 먹힐까
  • 김경자 가톨릭대 소비자학과 교수
  • 호수 305
  • 승인 2018.09.13 09:4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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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블렌 효과

비싸면 품질이 좋을까. ‘가격=품질’이라는 공식이 모두 들어맞는 건 아니지만 가격이 비싸야 품질이 좋다고 인식하는 시장은 분명 존재한다. 그렇다면 가격이 상승하면 제품을 고급이거나 특별한 것으로 인식해 수요가 증가하는 ‘베블렌 효과(Veblen effect)’는 불황기에도 먹힐까. 답은 ‘그렇다’이다.
 

베블렌 효과의 배경에는 재력과 지위를 과시하려는 성향이 존재한다.[일러스트=게티이미지뱅크]
베블렌 효과의 배경에는 재력과 지위를 과시하려는 성향이 존재한다.[일러스트=게티이미지뱅크]

전기차는 연비가 좋고 친환경적이라는 이유로 개발되기 시작했다. 그렇다보니 전기차는 작고 못 생겼으며 느리고 주행거리가 짧다는 고정관념에 시달렸다. 미국의 자동차 회사 테슬라는 이런 고정관념을 보기 좋게 깨뜨렸다. 이 회사는 멋진 디자인과 새롭고 우수한 성능을 탑재한 1억8000만원이 넘는 초고성능 슈퍼카를 출시했고, 마케팅에도 성공했다. 셀러브리티들에게 슈퍼카를 타게 한 뒤 테슬라를 모는 멋진 모습 톱10을 뽑게 하는 등 마케팅 전략으로 테슬라 전기차는 일약 선망이 대상이 됐다.

테슬라의 전략은 기본적으로 우수한 성능에 있다. 하지만 VVIP들의 관심을 전기차 시장을 끌어들인 건 누가 뭐래도 가격이다. 그전까지만 해도 전기차 시장은 몇천만원 가격대의 차에 보조금까지 줘가면서 유지하던 시장이었다. 그러던 시장에 슈퍼카가 등장하면서 전기차에 대한 사람들의 고정관념이 깨져버린 것이다.

소비자들은 가격을 품질의 지표나 수량의 지표로 인식하곤 한다. 높은 가격을 지불하면 그만큼 제품을 많이 받거나 제품의 품질이 좋을 거라고 인식한다는 얘기다. 이런 인식이 강한 시장에서는 종종 가격이 상승하면 수요가 하락하는 경제법칙과 달리 오히려 구매자가 늘어난다. 미국의 19세기 경제학자 베블렌(T. Veblen)은 그의 유명한 저서 「유한계급론」에서 이런 현상을 적시한 바 있다. 가격이 높아지면 제품을 고급이거나 특별한 것으로 인식해 수요가 증가하는 현상을 그의 이름을 따서 ‘베블렌 효과(Veblen effect)’라고 부르는 이유다. 

베블렌에 따르면 그 배경에는 비싼 가격을 지불할 수 있는 재력과 지위를 과시하려는 유한계급의 과시성향이 존재한다. 그렇다면 어떤 제품이 베블렌 효과의 대상이 될까. 고급 자동차나 디자이너 의류, 빈티지 와인, 모던 아트, 보석류, 호텔이나 크루즈 등이 주요 대상이 된다. 이런 베블렌 효과에는 적어도 세가지 공통점이 있다. 

첫째, 사람들에게 잘 보일 수 있는 제품이어야 한다. 대면이든 SNS에서든 과시용으로 적절한 것이어야 한다. 둘째, 소비자가 제품 품질을 정확하게 판단하기 어려워야 한다. 품질을 제대로 판단할 수 없어야 가격을 품질의 지표로 더욱 신뢰하게 된다. 셋째, 희소성을 가져야 한다. 고가의 가격을 지불하면서 아무나 그 특별한 지위나 재력, 취향을 얻게 되는 제품은 큰 의미가 없다.

요즘 같은 불황기에도 베블렌 효과가 작동할까. 물론이다. 어느 사회에나 상대적으로 높은 가격을 지불해 주목받고 싶어 하는 소비자들이 있다. 작게는 고급 레스토랑이나 유기농 슈퍼마켓을 고집하는 것에서부터 크게는 고급 자동차나 고급 별장을 소유하는 것까지 다양한 방식으로 베블렌 효과가 작용한다. 보는 사람들에게 상대적 박탈감을 준다는 부작용이 있지만 부자들이 돈을 쓰게 만들어야 하는 사람들 입장에서는 유용한 전략이다. 그렇다면 업체들은 제품에 부여할 ‘특별하고 우수한 희소성’을 어떻게 개발하고 홍보할 것인지 고민해야 한다.
김경자 가톨릭대 소비자학과 교수 kimkj@catholic.ac.kr | 더스쿠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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