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음빙수가 아니라 눈꽃가루를 먹는다
얼음빙수가 아니라 눈꽃가루를 먹는다
  • 김미선 기자
  • 호수 8
  • 승인 2012.08.27 10:1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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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빙기 제조업체 스노우폴이 바꾼 트렌드

팥빙수의 무한변신이 시작되고 있다. 팥 대신 망고를 쓰고, 떡 대신 견과류를 재료로 활용하는 팥빙수가 속속 등장하고 있다. 최근엔 팥과 떡이 아닌 ‘얼음’을 바꿔 승부를 거는 업체까지 등장하고 있다. 혀에 부드럽게 녹아내리는 눈꽃얼음이 그들의 승부 포인트다.
 
‘빙수야, 팥빙수야 녹지마 녹지마~’ 오죽하면 ‘팥빙수’라는 노래까지 생겼을까. 무더위가 한풀 꺾이고 선선해진 날씨에도 팥빙수 사랑은 식을 줄을 모른다. 올 여름 프랜차이즈 제과점은 물론 대형 커피 전문점들도 개성 넘치는 팥빙수를 출시했다.
최근 팥빙수 트렌드를 보면 흥미롭다. 팥ㆍ얼음ㆍ떡 등 기본 재료에 충실한 옛날 팥빙수가 대세다. 과일이나 각종 토핑 등으로 화려해지던 팥빙수가 언젠가부터 기본에 중점을 두기 시작한 것이다.

기본에 충실한 대표적인 팥빙수 집은 ‘밀탑빙수’다. 압구정 현대백화점에 본점을 둔 밀탑빙수는 목동점ㆍ중동점ㆍ대구점(이하 현대백화점) 등에 체인점이 있다. 어느 지점을 가든 대기인원이 적게는 50명부터 많게는 150명 가까이 된다. ‘팥빙수를 꼭 먹겠다’는 일념이 부족한 소비자는 가게 앞까지 갔다가 포기하고 돌아오기 십상이다.

일본 제품보다 절반가량 저렴

밀탑빙수의 팥빙수는 밥 한공기 크기의 그릇에 얼음ㆍ팥ㆍ떡 기본재료만이 단출하게 들어가 있다. 별거 없어 보이지만 7000원이라는 가격에 불티나게 팔린다.

밀탑빙수의 팥빙수를 맛본 사람들은 입을 모아 말한다. “눈처럼 곱게 갈아 만든 얼음이 백미다.” 옛날 팥빙수가 ‘각얼음’을 갈아낸 거친 감촉과 빨리 녹는 얼음으로 빙수를 만든 것과 달리 밀탑빙수처럼 잘 나가는 빙수집은 특수 제빙기로 갈아낸 눈꽃처럼 부드러운 얼음을 사용한다. 일명 ‘눈꽃얼음’으로 만든 팥빙수가 대세인 셈이다.

 
눈꽃얼음을 만드는 제빙기계는 일본제품이 가장 유명했다. 하지만 2008년 중소기업 스노우폴이 값싸고 품질 좋은 제빙기계를 내놓으면서 판도가 바뀌었다. 가격 경쟁력이 있어서다. 스노우폴은 일본제품과 비슷한 성능의 제빙기를 반값에 내놨다. 하루 200㎏ 제빙이 가능한 제품의 경우 일본 유명 브랜드 호시자키 제품이 700만~800만원이면 스노우폴 제품은 350여만원에 살 수 있다.

팥빙수로 유명세를 떨치고 있는 한 카페 운영자는 “스노우폴 제빙기를 5년 정도 사용하고 있는데 손님들이 빙수 고명뿐만 아니라 부드러운 얼음에 대해서도 칭찬을 많이 한다”며 “빙수 손님이 워낙 많아 제빙기를 하나 더 들여놓을지 고민 중”이라고 말했다.

▲ 국내 팥빙수 시장이 변하고 있다. 각얼음을 갈아내는 방식 대신 전문 제빙기를 통해 눈꽃얼음으로 빙수를 만든다. 사진은 스노우폴 제빙기에서 얼음을 갈고 있는 모습.
스노우폴 제빙기는 정수기처럼 수도를 연결해 사용한다. 따로 얼린 얼음을 갈아내는 기존 방식이 아닌 버튼을 누르면 영하 25도에서 순식간에 결빙된 얼음이 70초 만에 눈처럼 곱게 갈려 나온다. 이 고운 얼음이 팥이나 각종 고명과 어우러지면서 ‘신기의 맛’을 연출하는 것이다.

스노우폴의 안현진 본부장은 “눈꽃얼음을 넣은 빙수의 인기가 높아지면서 제빙기 시장이 확커지고 있다”며 “올해에만 약 1000대 팔릴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패밀리레스토랑 빕스나 보노보노 같은 시푸드(sea food) 레스토랑에서도 스노우폴 제빙기를 설치해 ‘손님이 직접 만들어 먹는 빙수코너’를 운영하고 있을 정도로 눈꽃얼음 제빙기가 인기”라고 밝혔다.

실제로 스노우폴의 눈꽃얼음 제빙기를 사용하는 업체는 ‘팥빙수 맛집’으로 소문난 곳이 많다. 눈꽃얼음에 그만의 특별한 고명으로 승부를 보고 있는 것이다. 판교역 근처 백현동 카페거리 눈꽃빙수로 이름을 날리는 ‘아임홈’이 그 중 하나다. 이집 팥빙수 이름은 가게 이름을 딴 ‘아임홈밀크팥빙수’다.

▲ 아임홈의 특제 아이스크림과 눈꽃얼음으로 만든 아이홈밀크팥빙수.
스노우폴 제빙기서 만들어낸 눈꽃얼음 위 우유맛 아이스크림을 얹어 놓은 겉모습은 먹음직스럽게 보이지 않는다. 수북이 쌓인 얼음 위 우윳빛 아이스크림과 찹쌀떡만 보여서다. 팥도 없고, 그 흔한 과일도 없다.

하지만 숟가락으로 빙수 속을 들추면 ‘별천지’가 펼쳐진다. 수북한 견과류와 미숫가루 그리고 실한 팥이 숨어 있어서다. 백미는 역시 ‘눈꽃얼음’이다. 견과류의 바삭바삭한 식감과 수제팥, 그리고 미숫가루가 ‘눈꽃얼음’과 어우러지면서 기가 막힌 맛으로 승화한다. 특히 위에 옵션으로 올라간 찹쌀떡은 근처 방앗간에서 갓 뗀 것처럼 쫄깃하다.

여기가 끝이 아니다. 화룡정점이 남았다. 수제 아이스크림이다. 아임홈 최장길 사장은 직접 수제 젤라토 아이스크림을 만들어 가게에 공수한다. 최 사장은 “수제 아이스크림이 팥빙수의 맛을 결정하기 때문에 가게에 일주일에 두 번 밖에 못 온다”며 “우리집 특제 아이스크림과 눈꽃얼음이 어우러진 맛 때문에 많이 찾는 것 같다”고 말했다.

▲ 담장옆에국화꽃의 단호박빙수(앞)과 밤대추빙수(뒤).
서울 방배동 서래마을 초입에도 눈꽃빙수로 유명한 팥빙수집이 있다. 커피, 빙수 그리고 떡을 함께 파는 캐주얼 떡카페 ‘담장옆에국화꽃’이다. 처음에는 떡집으로 시작했는데 ‘빙수도 팔아보라’는 손님의 조언을 듣고 시작한 팥빙수가 되레 유명해졌다.

팥빙수 하나로 공중파TV에 출연했을 뿐만 아니라 일본 잡지에도 실렸다. 매주 평균 20여개의 방문 글이 블로그에 올라올 정도로 유명세를 톡톡히 치르고 있다.

눈꽃얼음 사용하는 빙수점 인기
다양한 매체 촬영 경험 덕분인지 ‘빙수 비주얼’이 최고다. 어느 각도에서 사진을 찍어도 먹음직스럽게 보인다. 이집에서 가장 유명한 빙수는 ‘단호박빙수’다. 멀리서 찾아오는 손님들은 대부분 이 메뉴를 찾는다.

 
단호박빙수는 눈꽃얼음 위에 팥과 호박퓨레를 올렸다. 호박퓨레는 국내산 질 좋은 단호박에 생크림을 넣어 만든 것이다. 촉감이 부드러워 팥과 절묘한 하모니를 이룬다. 여기에 동결건조 시킨 대추가 고명으로 올라가는데 씹는 질감이 감자칩을 먹는 것처럼 바삭하다. 동결건조된 대추는 온도가 차가워질수록 그 질감이 더욱 바삭해져 눈꽃얼음과 찰떡궁합이다.

담장옆에국화꽃 한성주 매니저는 “팥빙수의 맛을 결정하는 것은 각종 고명과 재료”라면서도 “하지만 얼음의 질이 팥빙수의 맛 30% 가량을 결정한다”고 말했다. 그는 “눈꽃얼음은 우리 가게의 팥빙수에 빼놓을 수 없는 재료”라며 “지금 쓰고 있는 제빙기가 그 몫을 제대로 해주는 것 같다”고 말했다.
자! 여기서 새로운 상식 하나. 팥빙수의 맛을 결정하는 것은? 재료가 아니라 얼음이다. 그것도 그냥 얼음이 아니라 눈꽃얼음.

김미선 기자 stroy @ thescoop.co.kr | @ itvfm.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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