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화그룹 김승연 회장이 징역 4년, 벌금 50억원을 선고받고 법정 구속됐다. 횡령과 배임으로 회사에 막대한 손해를 끼친 것이 인정된다는 것이다. 재벌기업 총수가 잘못을 저질러도 집행 유예쯤으로 풀려나던 과거 모습과는 다르다.
이를 놓고 정치권이 들썩이고 있다. 김 회장의 구속이 경제민주화 바람의 동력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해석 때문이다. 민주통합당은 판결 직후 논평을 내고 “경제 민주화의 시대적 흐름”이라는 표현을 썼다. 재벌총수들의 불법적 행태를 눈감아 주던 시대는 과거로 흘러갔다고 풀이할 수 있는 대목이다.
민주통합당은 “그동안 엄청난 경제범죄를 저지른 재벌총수들에 대한 솜방망이 처분이 ‘유전무죄’란 이름으로 사법적 불평등을 심화시켰다”며 “이번 판결이 사법 불평등을 바꾸는 의미 있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평가했다. 또 “경제민주화의 시대적 흐름을 외면한 채 자신들의 기득권을 지키려고 한다면 자칫 모든 것이 사상누각이 될 수도 있음을 명심하기 바란다”고 경고했다.
대선 주자들은 아예 재벌총수의 범죄 행위에 대해 사면도 제한해야 한다는 주장을 일제히 쏟아냈다.
새누리당 박근혜 후보는 “대통령의 사면권을 분명하게 제한해 무분별하게 남용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했고, 김문수 후보는 “부패 사범에 대한 대통령의 사면권은 포기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민주통합당 문재인 후보는 “금융범죄 혐의로 유죄 판결을 받은 재벌총수를 대통령이 사면해 주는 관행은 대폭 시정돼야 한다”고 했고, 손학규 후보는 “국민경제에 큰 피해를 준 재벌 범죄의 경우 대통령의 특별사면을 제한하겠다”고 말했다. 진보 계열 정치권은 이번 판결을 계기로 ‘무전유죄•유전무죄’로 불리는 사법 불평등이 해소돼야 한다는 반응을 내놨다.
판사 출신인 통합진보당 서기호 의원은 “일반인보다 여전히 재벌에게 관대한 판결이다”며 “실형 법정 구속한 것은 이례적이지만 2•3심에서 형량이 줄어드는 지 부릅뜨고 지켜봐야 한다”고 트위터에 적었다. 민주노동당 권영길 전 대표는 “(김승연 회장에 대한) 법원의 징역형 선고는 특별한 게 아니라 비정상의 정상화다”며 “재벌총수에 대한 특혜, 노동자에 대한 가혹한 형벌이 비정상이었다”고 밝혔다.
재벌 규제 법안 통과할까

문제는 이 같은 정치권의 움직임이 대선을 앞둔 표 몰이로 전락할 수 있다는 점이다. 역대 대선에서 매번 ‘재계 때리기’가 단골 메뉴로 나왔지만 선거가 끝나면 친 기업 행보로 전환됐다. 하지만 이번엔 어느 대선 때보다 재계 때리기의 강도가 높다. 재벌을 겨냥한 법안 다수가 국회를 통과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 정가의 반응이다.
김성민 기자 icarus@thescoop.co.kr|@itvfm.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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