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물주의 면밀한 계략
조물주의 면밀한 계략
  • 더스쿠프
  • 호수 7
  • 승인 2012.08.22 09: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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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대희의 性 코너

본래‘색’이란 것은 보는 이의 관점에 따라서 만감이 변화하는 요물의 본성이 들어 있다. 종족이 멸하지 않고 그 대를 이어가도록 하기 위한 조물주의 면밀한 계략이다.

전성기인 20대 초반의 여자라면, 그녀를 최대한 아름답게 보이도록 각종 내부비선이 일제히 합심해 매력 형성에 돌진한다. 둔탁한 느낌의 목소리가 청음으로 들리기도 하고 작은 눈의 답답한 구도에 미소의 광채가 나타난다.

여체로부터 남성의 성적 충동을 자극하는 화학무기化學武器들은 전신 구석구석에 빈틈없이 매설되어 있다. 거기서 살포되는 특수한 약리작용이 남자를 무력화시켜 놓는다. 이성을 압도하는 정욕이 솟구치면 자신을 다스렸던 여러 가지 훈계들이 연기처럼 사라지면서 굴복하지 않을 수 없게 돼 있는 것이다.

동물의 경우 상대방의 성충동을 불 지르는 특수한 재능을 한 가지 이상 구비하고 있다. 종種에 따라 다양한 차이가 있어 간단히 지목해서 언급하기는 어렵지만, 대표적인 것이 냄새다. 학술적으로 페로몬이라고 부르는 것인데, 상대방의 생식욕구가 발동되기를 촉진하는 특별한 화학물질을 분비해 상대방을 자신에게로 유인한다.

그런데 이런 마술적 향내의 발원지가 다름 아닌 여성의 질이란 사실이 드러났다. 그 냄새의 자극성에 의해서 그녀 스스로 배란생리가 촉진되고, 가까운 거리에서 생활하는 동료의 생식생리까지도 함께 흔들어 깨우는 위력을 발휘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래서 여성의 질에서 분비되는 끈적한 액체로부터 휘발성 물질을 분리해 ‘고퓨린’이라는 최음성 강한 향수가 만들어져 시판된 적도 있다.

시각을 통해 상대방의 발정을 유도하는 특별한 기술을 가진 동물도 있다. 그런 특출한 기술은 캄캄한 밤에 꽁무니에서 형광색 불빛을 내는 개똥벌레가 개발한 기술이다. 암놈과 수놈의 광光 신호 패턴이 각기 달라서, 수놈이 빛을 발산하면서 날아가면서 풀 속 깊은 곳에 숨어있는 암놈들을 불러낸다.

크고 화려한 색상의 익근羽根을 활작 펼치고 암놈에게 구애하는 공작새도 있다. 아름다움으로 암놈을 끌어당긴다는 것인데, 최근 프랑스제 고급 의상이나 핸드백 등에 매혹되어 남자들의 데이트 제의에 순응하는 여성들이 그런 사례에 속한다.

어떤 원숭이의 종에서는 암놈이 발정기가 되면 그 음부가 선홍색으로 팽창하여 녹색 나뭇잎에 둘러싸여 다른 색을 보지 못하는 수놈들의 산만한 시선을 잡아끈다. 녹색 일변도의 환경에서 선홍색으로 부푼 암놈 원숭이의 음부처럼 확실하고도 강력한 ‘섹스제의’ 유혹은 아마 없을 것이다.

청각에 반응하는 동물도 있다. 매미나 귀뚜라미 등은 수놈이 들려주는 소리의 음색과 리듬을 따라서 암놈이 그것으로 다가간다. 그 울음소리를 녹음하여 들려주더라도 암놈이 반응하는 것으로 보아 단지 기계적 반응인 것을 알 수 있다.

인간 이외의 동물의 경우, 남과 여라고 하는 이미지나 개념 같은 복합적 요인에 의해서 발정을 유발하는 것 말고, 후각, 청각, 시각 등 기계적 혹은 부분화部分化된 자극에 반응하는 수단이 자주 이용된다. 동물에게는 인간에서처럼 언어를 중개한 정신활동은 없으므로 다양한 발정의 패턴이 출현하는 것으로 추리한다.

그에 비해 인간의 섹슈얼리티라고 하는 것은, 아주 복잡해서 다양한 요소의 복합적 작용에 의해 유도된다고 보아야 옳다. 인간의 성은, 양측 허리에 사이에 있는 것이 아니라, 양쪽 귀 사이, 즉 대뇌에 있다.
눈앞에서 전개되는 포르노그래피, 성인용 비디오 같은 영상으로부터도 자극을 받으며, 때로는 속옷이나 장식품 같은 성 행위를 연상시키는 것들로부터도 욕정을 일으킨다.

물론 촉각이나 후각, 청각에 의해서도 사람은 신묘한 자극을 받는 수가 있어서 그 중에서 무엇이 우선하는 것인가는 정확하게 가려내기가 어렵다.
상당히 개별적인 기호의 문제에 들어가면, 비디오를 통해 발정한 원숭이의 교미 영상을 보고도 발정하는 일이 생길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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