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사들이 경기불황으로 인해 지점 수를 줄이는 강도 높은 구조조정을 진행 중이다.
20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협회에 등록된 62개 증권사의 지점 수는 2009년 6월 말을 기준 1726곳에서 작년 3월 말까지 1820곳으로 늘었다가 꾸준히 줄었다. 작년 6월에는 1799개, 올해 6월 말에는 1744곳으로 1년 만에 55곳이 사라졌다. 지점이 줄어들기 시작한 작년 3월보다는 76곳이 줄었다. 지점 수만으로 따지면 중대형 증권사 1곳이 사라진 셈이다.
지점 수를 가장 많이 줄인 증권사는 동양증권이다. 작년 3월 말 165곳이던 지점을 128곳으로 줄였다. 37곳을 없앤 것이다. 미래에셋증권과 외국계인 노무라금융투자도 각각 19곳, 17곳 줄었다. 대우증권과 한국투자증권은 3곳씩 없앴다. 삼성증권(5곳)을 비롯한 11개 증권사만 지점 수를 늘렸다.
지점 수 감소로 인력도 줄었다. 국내 증권사들의 직원 수는 올해 6월 말 4만2081명으로 작년 말보다 601명 감소했다.
이 같은 증권업계 구조조정의 표면적인 원인은 업황 부진과 긴축경영 때문이다. 올해 1분기(4∼6월) 62개 증권사의 당기순이익은 2163억원으로 작년 동기대비 72.7% 감소했다. 적자를 낸 증권사는 21곳이다. 3곳 중 1곳이 손실을 본 셈이다. 지점을 가장 많이 줄인 동양증권이 수수료 수익 감소로 입은 올해 상반기 당기순손실이 500억원을 넘었다.
증권사들이 인건비와 부동산 임대료 같은 비용을 절감하기 위해 지점을 통폐합하고 직원을 줄였다는 이야기다.
그럼 업황 부진의 원인은 뭘까. 전문가들은 모바일트레이딩시스템(MTS) 이용의 증가 때문이라 보고 있다. 홈트레이딩시스템(HTS)이 도입과 스마트폰 보급으로 지점을 이용한 증권 거래가 줄었고, 이에 따라 지점 수수료 수익이 감소했다는 것이다. 실제로 국내 증권사 수익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수탁수수료는 작년 동기대비 37.2% 감소했다.
증권사 애널리스트들이 “불황을 벗어나더라도 지점 수가 다시 늘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하는 이유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컴퓨터나 모바일 기기를 이용한 거래는 점점 늘고 있다”면서 “향후 오프라인 위주로 영업하는 지점의 역할은 점점 축소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정덕 기자 juckys@thescoop.co.kr|@itvfm.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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