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한 포기하고 돈만 지불한 이상한 甲
권한 포기하고 돈만 지불한 이상한 甲
  • 김정덕 기자
  • 호수 7
  • 승인 2012.08.21 10:2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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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가스공사의 해상보안업체 선정 과정 논란

▲ 해적들의 공격이 늘어나면서 해상보안서비스의 중요성이 커지고 있다.
한국가스공사는 지난해 한국선주협회 해운사에 LNG 운송사업을 발주하면서 LNG선박 해상보안업무를 포함시켰다. 해적의 공격에 대비하기 위해서다. 하지만 해상보안업체 선정 과정을 두고 논란이 일고 있다.

# 서남아시아 예멘의 아덴만. 원유를 가득 실은 수송선이 한국으로 가기 위해 준비 중이다. 어선으로 치면 만선이지만 선원들은 걱정이다. 아라비아해에서 해적을 만날 가능성이 있어서다. 이를 대비해 총으로 무장한 전문 해상보안업체 요원들이 함께 승선했다. 하지만 요원은 넷인데, 총은 두 자루 뿐이다. 사고가 터져도 두 명은 대응할 수 없다. 그 사실을 알면서도 선원들은 가슴 졸이며 배에 올랐다.

한 해운사에서 해상보안업체에 일을 맡겼다가 실제로 겪은 일을 가상으로 꾸며본 시나리오다. 문제는 이 업체가 한국가스공사(가스공사) LNG 운송사의 해상보안업체로 계약을 맺은 업체라는 점이다.

해상보안서비스의 중요성이 날로 커지고 있다. 해적 출몰이 늘어나면서다. 전 세계적으로 발생하는 해적 공격은 2011년 기준으로 2007년보다 두 배가량 증가했다.

해적이 자주 출몰하는 지역은 서남아시아의 아덴만과 아라비아해협이다. 서남아시아 지역에서 대부분의 원유와 가스를 배로 공급받는 우리나라로선 심각한 문제다.

대형 선박 1척에 담기는 원유나 가스, 선박의 가치는 천문학적이다. 해적들이 대형 운송선을 노리는 이유다.

가스공사의 LNG 운송선도 마찬가지다. 선박 1척이 한 번 실어 나르는 LNG 양은 300억~1000억원 규모다. 더구나 LNG 선박은 국내에서도 일부 대형 해운사만 보유하고 있을 정도로 비싸다. 해적의 공격을 받아 불의의 사고를 당했을 때 발생할 수 있는 손해가 어마어마하다는 얘기다.

금전적 손해만이 아니다. 인명피해까지 발생할 수 있다. 실제로 2010년 초부터 2011년 말까지 전 세계적으로 45척의 선박(선원 802명)이 피랍돼 선원 8명이 사망하고 42명이 부상을 당했다. 그 중 절반이 소말리아 해역에서 일어났다.

 
해운사에 입찰ㆍ계약 모두 위임

심각성을 느낀 국토해양부는 지난해 1월 해적위험해역을 지정하고 7월에는 국적 LNG선에는 반드시 보안요원을 탑승시킬 것을 지시했다.

한국가스공사는 2011년 4월 한국선주협회(선주협회) 회원 해운사 관계자들로부터 해상보안업체를 ‘추천’받아 두 곳을 선정했다. 공개경쟁입찰은 진행하지 않았다. 이후 10월부터 6개월 간 이들 업체를 평가해 1년의 정식계약을 맺기로 했다. 선정업체는 컨트롤리스크와 쉴드컨설팅이었다.

6개월이 지난 현재 두 업체는 별다른 평가 없이 자동계약 연장을 통해 1년 간 LNG선 해상보안업무를 맡기로 결정됐다. 이번에도 별도의 공개경쟁 입찰은 없었다. 과연 가스공사의 결정이 적절했을까.

앞서 설명한 어처구니없는 실수를 범한 업체가 바로 쉴드컨설팅이다. 한 해운사에서 내부적으로 실시한 쉴드컨설팅 평가 보고서에 따르면 영어구사능력을 제외하고는 단 한 가지도 A를 받은 항목이 없었다. 평가서는 항목을 해적대응능력•서비스•당직자세•영어구사능력•장비관리•승조원과의 관계로 분류해 A~E까지의 점수를 매기고 있다. 해적대응능력과 장비관리 항목은 B, 당직자세와 승조원과의 관계 항목은 C, 서비스 항목은 D였다. 이 업체가 대형 LNG선 경호를 제대로 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다른 업체인 컨트롤리스크는 어떨까. 이 업체는 영국계 전문해상보안업체다. KLC에스엠이라는 회사가 파트너십을 맺고 컨트롤리스크의 한국대리점 역할을 맡고 있다.

컨트롤리스크와 KLC에스엠이 밀접하게 연관돼 있다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다. KLC에스엠은 대한해운(KLC)의 선박관리 회사로 대한해운 이진방 회장이 대주주인 업체다.

해상보안업체 평가 소홀

가스공사는 선주협회 회원 해운사를 통해 해상보안업체를 추천받았고, 해운사엔 대한해운도 포함돼 있다. 발주자와 입찰참가업체가 중복된 셈이다. 컨트롤리스크가 해상보안업체로 선정되는 데 대한해운이 개입한 게 아니냐는 뒷말이 나오는 이유다.

대한해운과의 관계에 대해 KLC에스엠 임원은 “일부에서 KLC에스엠을 대한해운과 관계있는 기업으로 오해하는데 두 기업은 전혀 다른 회사”라면서 “해상보안업체 선정에 문제될 것 없다”고 말했다.

이 주장은 사실과 다르다. KLC에스엠은 인터넷 구직사이트를 통해 올해 하반기 직원을 모집하면서 회사소개란에 ‘KLC에스엠은 대한해운의 자매회사’라고 분명하게 밝히고 있다. 가스공사 관계자는 “해당 업체가 대한해운과 관계가 있어 문제가 될 수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고 지적도 했다”고 털어놨다. 가스공사는 해상보안업체를 선정하는 과정에서 검증을 제대로 하지 않았다는 얘기다.

왜 이런 일이 벌어졌을까. 가장 큰 이유는 가스공사가 업체 선정을 선주협회의 대형 해운사에 맡겨서다. 가스공사 관계자는 “2011년 4월 당시 해상보안업체를 가장 잘 알고 있는 것은 해운사였고, 자신들의 안전문제도 달려 있어 믿고 맡겼다”면서 “(우리 공사는) 최종 승인만 했다”고 밝혔다.

가스공사가 업체선정만을 해운사에 맡긴 건 아니다. 사실상 계약연장권까지 해운사에 넘겼다. 두 해상보안업체는 2011년 10월 6개월간의 평가기간과 조건을 정하는 계약을 맺었다. 하지만 계약은 가스공사가 아닌 해운사와 해상보안업체가 맺은 것이다. 계약서에는 ‘특별한 이상이 없을 시 계약은 1년 간 자동 연장된다’는 항목이 명시돼 있다. 사업을 관할하는 공기업은 빠지고 수주업체끼리 계약을 맺은 셈이다.

문제는 업체선정과 계약업무를 해운사에 넘겨준 가스공사가 모든 해상보안비용을 지불하고 있다는 점이다. 1척당 해상보안 비용은 지역에 따라 4000만~5000만원이다. 연간 선박 운항 횟수를 고려하면 연간 200억원에 달하는 비용이 해상보안업무에 투입된다. 이 돈은 국민의 지갑에서 나왔다.

가스공사 관계자는 “해운사 관계자들을 불러서 해상보안업체 선정과정에 문제가 없었는지 살펴보겠다”며 “문제가 있다면 시정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Issue in Issue| 점차 중요해지는 해상보안서비스

한국가스공사가 제출한 ‘최근 5년간 전 세계 해적발생 동향’에 따르면 2007년 263건이던 해적공격은 2009년부터 410건으로 늘었다. 2011년에는 439건을 기록했다. 같은 기간 소말리아 해적발생 동향에 따르면 2007년 51건이던 해적공격은 역시 2009년에 218건으로 늘어나 2011년 237건이 발생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소말리아 해적공격은 전 세계 해적공격의 54%를 차지한다.

해적의 공격 건수가 증가와 함께 해상보안서비스 시장도 커졌다. 미국 비정부기구(NGO) ‘하나의 지구 미래’ 재단의 보고에 따르면 2011년 한해 세계 해운업계가 소말리아 해적에 대응하기 위해 지출한 해상보안 비용만 약 11억 달러(약 1조2000억원)다. 뿐만 아니라 현재 소말리아 해적이 출몰하는 아프리카 동해안에 활동 중인 무장 해상보안업체만 해도 280여개다.

이 시장을 기존에는 전통적인 해상강국이었던 영국의 해상보안업체들이 장악했다. 하지만 시장이 커지면서 업계에 진출한 기업이 늘고 영국 업체와 어깨를 나란히 할 만한 수준의 국내 업체도 등장했다.

김정덕 기자 juckys@thescoop.co.kr|@itvfm.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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