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돈 뒤 숨어 있는 고요함과 우아함
혼돈 뒤 숨어 있는 고요함과 우아함
  • 김상일 문화전문기자
  • 호수 6
  • 승인 2012.08.16 11:3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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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상일의 Art Talk | 화가 장영주

 

▲ 열정 162x130.3㎝ Oil on canvas
▲ 환희 162x130.3㎝ Oil on canvas

생명체가 살아가기 위해서는 자연의 물·빛·공기가 필요하다. 모든 물체가 가지는 에너지, 다시 말해 기운은 보거나 느끼기에는 한계가 있다. ‘기氣’는 마치 공기의 흐름처럼 눈에 보이지는 않지만 하나의 생명체와 같다.

기가 빠지면 기운이 없고, 기운이 없으면 힘도 없다. 그러기에 기가 완전히 막히거나 빠지면 생명체는 존재를 포기한다. 동양의 예술가들은 여러 방법을 통해 기에 대한 느낌을 표현하고 있다. 장영주는 기를 그려낼 때 구상적인 표현보다는 추상적 방법을 택하고 있다. 이는 가시적으로 보이거나 드러나지 않는 기운을 구상으로 담아내기 어렵기 때문이다.

차갑지만 따뜻한 추상적 회화

장영주의 추상작업은 기다림으로부터 시작된다. 기다림이란 짧게는 서너 시간, 길게는 하루가 될 수도 있다. 이처럼 기의 흐름을 느끼기 위해서는 오랜 시간 침묵이 필요하다. 내면으로부터 끓어오르는 욕구가 용암처럼 분출돼 나오기까지는 ‘기다림’ 그 자체다.

작가는 이를 위해 주변의 모든 것을 정갈하게 정리한다. 온전한 기운만을 담기 위해서다. 작업실은 물론 작가 스스로 준비된 마음의 자세로 임한다. 작가는 기운을 담기 위해 흰 캔버스와 마주치는 것이 그리 쉽지만은 않다. 모든 것을 비우고 캔버스에 작품을 펼쳐가지만 어느덧 욕심의 그늘 속에 쌓여 그림을 망치기 십상이다.

격정 뒤에는 우아함으로 작가의 시각언어는 기를 담은 무의식적 형상과 함께 간혹 글씨로 표현되며, 이는 묵언默言의 추상세계로 펼쳐진다. 장영주의 추상적 회화는 차갑고 이성적이면서 때로는 희망을 안은 따스함으로 다가온다.

그림의 배경은 여백으로 남겨지거나 내적 감정으로 충만한 화려한 색채로 가득 메워진다. 기운이 느껴지듯 꿈틀거리는 강렬한 곡선의 움직임은 생生의 기운인 ‘양陽’과 ‘음陰’의 기운으로 휘몰아친다.

 

▲ 하늘의 영광 162x130.3㎝ Oil on canvas

내면의 기운 강렬한 붓 터치로 표현

작가가 그림 속 펼쳐내는 혼돈과 격정 뒤에는 언제나 고요함과 우아함이 남아 있다. 장영주 작품의 특징은 모노톤의 추상회화로 마치 조선백자에 담긴 문양처럼 맑고 투명하다. 또한 캔버스에 펼쳐진 붓놀림은 휘몰아치는 회오리처럼 냉혹함이 느껴지며 차갑기까지 하다.

간혹 원색적 표현으로 이어지는 추상들은 색상의 조화는 물론 리듬감 있는 율동으로 화려함을 더한다. 대부분 작가는 원색의 사용을 멀리하기 마련이다. 하지만 장영주는 원색을 대담하게 드러냄으로써 생동감은 물론 우아함마저 느끼게 한다. 거기에 중간 톤 빛바랜 색상이 중심으로 모아지며 무한의 공간 속으로 빨려 들어가게 한다.

이처럼 장영주는 추상적 언어만을 가지고 ‘기氣’를 펼치고 모으며 이를 다시 아우르는 과정을 보여준다. 작가에게 이런 과정은 삶의 즐거움이자 미래를 활짝 열어주는 희망의 빛과 같다. 솟구치듯 피어오르는 내면의 기운들은 강렬한 붓 터치를 통해 그녀가 갖고 있는 일련의 모든 것을 드러낸다.

이렇듯 분출되듯 완성된 추상회화는 보는 이로 하여금 활력과 황홀함, 그리고 희망을 낳게 한다. 또한 예술가가 보여주는 정신세계와 더불어 함축된 에너지는 보는 이로 하여금 그 기를 느끼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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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상일 문화전문기자 human3ksi@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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