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영주의 쓴소리 단소리

우리는 스스로 자기를 기만하고 착취하면서 살고 있다. 어느 철학자의 ‘자기착취’ 사회라는 말이 딱 들어맞는 사회가 지금의 현실이다. 지난 60년대 초에 등장한 독재자 박정희가 만들어낸 “수출만이 살 길이다”가 그 미신들 중 하나다.
“그는 보릿고개를 해결했다. 그가 없었다면 우리는, 동남아의 못사는 나라들 수준을 지금까지 벗어나지 못했을 것이다. 석유 한방울 나지 않는 나라, 인구에 비해 가용 농토면적이 형편없이 적은 땅을 가진 나라,
이런 나라를 1인당 GDP(국내총생산) 약 2만달러 수준으로 끌어올린 절대적 기여자는 박정희이고 박정희의 개발독재다.
그는 산업화시대의 영웅이다”라는 평가는 이같은 미신에서 비롯된 것이다. 사족이지만 1인당 GDP는 개인의 생활수준과 거의 무관하다. 그 이유는 사회의 소득불평등도가 크기 때문이다. 일반적으로 독과점 재벌체제가 발달한 사회일수록 그 구성원의 생활수준 변화는 1인당 GDP 수준의 변화와 관계없다.
이 점에서 박정희 개발독재는 99% 서민의 생활수준 향상과는 관계 없으며 1% 독과점 재벌에게 전체 소득 증가의 대부분에 해당하는 소득을 집중시키는데 결정적으로 기여했다. 이 점에서 그는 국내의 독과점 재벌체제를 생산한 아버지다.
우리나라 최근세사에서 이런 미신에 젖지 않고 산 대통령을 발견하기 어렵다. 박정희의 외채의존적 개발독재가 남긴 후유증으로 겪게 된 것이 지난 97년말의 외환위기다.
“수출만이 살 길”은 미신
그 때도 그랬고 이 위기가 풀리는 과정에서도 이 미신은 더 확대 재생산됐다. 극복은커녕 문제로 인식되지도 못했다. 외환위기가 풀리는 과정에서도 억울하게 수탈당한 사람들은 서민, 노동자, 농민들이다. 박정희가 육성하고자 했던 독과점재벌들이 아니다.
그런데도 99% 서민들은 미신에 사로잡혀 그가 주장했던 대로 “수출만이 살 길”이라고 믿고 있다. 이런 미신은 독과점 자본에게는 너무도 유리한 철학이다. 자기 스스로 알아서 경쟁력도 키우고 밤샘하고 임금을 깎아도 잘 참고 견디는, 이른바 자기착취 철학을 내재화한, 자발적 예속 노동자를 양산하고 있기 때문이다.
전두환, 노태우정권이야 박정희와 비슷하니 논외로 치자. 이른바 ‘세계화’를 부르짖고 자본자유화 등 본격적 신자유주의 수입에 나섰던 김영삼 정권은 더 말할 것도 없다. 지난 1997년 외환위기의 직접적 계기를 만든 대통령이 아닌가. 그런데 이른바 정권교체에 성공했다는 DJ•노무현 정권에서도 신자유주의적 철학을 그대로 받아들여 더 적극적으로 구현하는데 힘을 쏟았다.
더 수출하고 더 개방하자는 주장을 하면서 그게 외환위기 극복의 길이라고 했다. 결국 정적의 주장을 그대로 답습한 것이다. 그 결과 우리나라는 전세계 어디에서도 그 유례를 찾아보기 어려울 정도로 국민경제를 개방했다. 반대로 국내 산업 등 내수시장의 개발이나 육성은 외면하거나 겉시늉만 했다. 결과적으로 대외경제 여건의 변화에 전혀 대응능력이 없는 국민경제를 만들어냈다.

내수시장을 통째로 국내외 독과점자본의 수중으로 몰아주는 것이야말로 박정희가 추구했던 조국 근대화 정책의 본질이며 그 뒤의 역대 정권들이 추진해온 각종 경제정책의 본질이자 토건정권에 의한 선진화정책의 본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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