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림픽은 경기 진작‧국가 이미지 제고 등 순기능이 많지만 행사 종료 후 많은 부작용을 수반하기도 한다.
17일간 런던에서 열린 이번 올림픽 역시 개최지 런던에 적지 않은 상흔을 남겼다. 그 중에서도 ‘빅브라더’ 문제가 주목 받고 있다. 라이브사이언스 닷컴은 12일 “올림픽 개최 기간 동안 치안을 위해 설치했던 감시 카메라 등 첨단 보안 기술이 런던 시민의 사생활을 침해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런던의 사생활 보호단체인 ‘빅 브라더 워치(BBW)’의 닉 피클스 사무국장은 “런던 올림픽의 성과가 런던 시민 일상에 대한 감시 강화라면 엄청난 비극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올림픽 개최 전에도 런던은 세계의 어떤 도시보다 CCTV가 많았다. 하지만 올림픽 개최로 올림픽 선수촌에는 2천대의 CCTV가 새로 설치됐고 시가지에 설치된 CCTV망도 더욱 촘촘해졌다.
BBW에 따르면 시 전역에는 자동차 번호판 인식장치가 가동되고 있고 아파트 건물 옥상에는 지대공 미사일이 배치됐다. 지상에 배치된 병력 수는 아프가니스탄 파견 병력 때보다도 많다.
8억7700만 달러가 투입된 사상 최대의 평화시 보안병력 배치에 대해 BBW는 엄중히 경고한다. “새로운 감시 인프라와 감시당하는 데 익숙해진 런던 시민의 새 습성이 올림픽이 끝난 후까지 이어져서는 안된다”고 강조한다.
전자전선재단(EFF)의 역대 올림픽 분석에 따르면 베이징 올림픽은 수천대의 감시 카메라를 설치하는 구실로 이용됐으며 이 카메라들은 아직도 작동하고 있다.
다른 도시들 역시 비슷하다. 2004년 올림픽 개최국인 그리스는 1000대의 감시 카메라를 신설했고 이 카메라들은 최근에는 경제난으로 빗발치는 시민들의 시위를 감시하는 데 사용되고 있다.
올림픽이 대규모 보안 시스템을 국가에 들여놓는 ‘트로이의 목마’가 된 것은 1972년 뮌헨 올림픽이 계기가 됐다. 허술한 보안을 뚫고 선수촌에서 이스라엘 선수 11명이 납치, 살해당하는 사건이 일어난 것이다.
전 세계인의 이목이 집중돼는 행사라 국제 정치에서도 자유롭지 못하고 일부 단체들은 폭력 시위 장소로 활용하기도 한다. 올림픽 기간 동안의 감시망 설치가 정당화 되고 실제 필요한 이유이기도 하다.
하지만 국제 프라이버시 옹호 기구 메이퍼스트의 설립자 알프레도 로페즈는 “한번 올림픽 보안 시설이 설치 되면 그것을 되돌려 놓기는 매우 어렵다”고 말한다. 또한 “시민들이 프라이버시와 보안 강화의 맞교환에 익숙해져 내성이 커지게 되고 심각하게는 공공연한 무력에 익숙해 질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이런 걱정은 2016년 브라질 올림픽에서도 이어질 전망이다. 시민들은 이미 거대한 조직 범죄로 군사력에 비견되는 경찰력에 자유가 훼손당하는 것에 타국가에 비해 익숙하다. 뿐만아니라 올림픽에 앞서 2014년 월드컵 축구 경기까지 치르게 돼 보안을 핑계로 한 ‘빅브라더’ 문제가 불가피 할 것으로 보인다.
위키리스크가 공개한 외교통신에 따르면 미국 정부 관계자들은 브라질 정부에 추가적 보안 수단을 강구하도록 요구하고 있고 미국 보안기구와의 공조도 제안하고 있다.
시장조사 기구인 6W 리서치에 따르면 2016년까지 보안 카메라 시장 규모는 현재의 4배인 3억6000만 달러로 늘어날 전망이다. 얼굴 인식, 소리 인지 등과 같은 신기술도 더욱 정교해질 것이 분명하다.
프라이버시 옹호론자들은 이와 같은 문제의 해결책으로 2010년 벤쿠버 올림픽이 좋은 롤모델이 될 수 있다고 말한다. 벤쿠버 동계 올림픽 때 설치 된 감시 카메라들은 대부분 철거됐고 경찰력은 소규모의 폭동 진압 기동타격대로 재편됐다.
정다운 기자 justonegoal@thescoop.co.kr|@itvfm.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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