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살 위 서애 유성룡과 백암 이순신, 지기가 되다
세살 위 서애 유성룡과 백암 이순신, 지기가 되다
  • 이남석 더 스쿠프 대표
  • 호수 6
  • 승인 2012.08.14 0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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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당 김기환 선생의 이순신공세가(李舜臣公世家) 제2회②

 
그 청년이 다시 꾸짖기를 “네 아랫사람이 이렇게 횡포함은 모두 너의 권세를 빙자함이니 네 책임이 아닐 수 없고, 국척이면서 재상이라는 신분을 그릇 행사하여 흉험하고 탐욕스러워 사람들에게 끼치는 해독이 적지 않으니 너를 살려둘 수 없다” 하고 한손으로 장도를 빼어들고 그 재상의 목을 겨눈다.

그 대감은 황겁하여 미처 하인을 부를 사이도 없었던 것이다. 생명은 경각간에 달렸다.

힘으로 다투다가는 무익한 죽음을 면치 못할 줄 알고 그만 애걸하였다. 이것이 소인의 상태였다. “일이 잘못되었소. 한번 용서함을 바라오” 하였다. 그 청년은 그제야 그 대감의 멱살을 놓고 “내 어찌 하루에 인명을 둘이나 살해하리오. 한번 용서하는 것이니 이런 일이 또 있게 하지 말라” 한 뒤에 마당에 내려 살같이 나간다.

유성룡은 다시 뒤를 좇아 그 청년을 모처에서 만났다.

그 청년은 다른 사람이 아니라 곧 백암 이순신이었다. 유성룡은 그 충천한 의기와 절세의 용력과 그 잠시간에 안출한 계획과 그 단행하여 흔들리지 않는 행동과 담량은 옛날 조귀18) 후영19)이라도 따르지 못할 것이라 하여 일생에 지기가 되었고 사모하는 정이 각별하였다.

나이는 서애가 세 살 위였다.

 

우주간에 하늘을 이고 땅을 디딘 대호걸은 늘 의義를 보호하고 인仁을 행하며 강포한 자를 누르고 약한 자를 도우며 백성을 위해 악을 제거하였다.

만백성을 위하여 악을 제거하는 책임은 국가의 경관警官에게 있다. 그러나 몇몇 극악한 자에게는 그 권력이 미치지 못한다. 조정에 탐욕하기 짝이 없는 국척 훈벌이 되는 재상이 있어 흑백을 뒤바꾸며 충량을 해치며 그 하수인들이 마을을 횡행하며 암암리에 사람을 상하게 한다. 이러한 악인은 누가 능히 퇴치하리오. 동양 무성武聖인 관우도 그 청년 시대에 의분을 참지 못하여 고향인 하동河東 해량解良에서 현윤을 죽이고 화를 피하여 장비와 유비를 만나 영명을 만고에 드리웠다. 허도許都에서 사냥할 때에도 청룡도를 들어 조조를 베려 하다가 유비의 제지한 바 되었으나 일생에 한을 머금었다.

초패왕 항우도 하상현下相縣에서 토호를 죽이고 그 숙부 항량項梁과 함께 오중吳中으로 망명함은 의분으로 인함이었다.

오중에서 강동江東의 팔천 장사를 얻어 진秦을 멸하고 천하를 호령하였다.

이 세상에 권세를 업고 횡행하여 풍속을 상하게 하고 색을 탐하고 살상하는 자는, 관이 제압하지 못하고 법이 다스리지 못한다. 이러한 승냥이나 이리 같은 무리는 정의롭고 용감한 사람이 아니고 누가 능히 금제하리오.

그래서 힘으로 귀족의 권세를 꺾고20) 분노하여 감찰관을 채찍질하며21) 옷을 벗어 추위를 구해주고 밥그릇을 물려 배고픔을 구해주는 것이다.

보라 이공은 이일李鎰을 꺾고 서익徐益에 항거하며 야우野牛를 죽이고 이중익李仲翼의 곤궁함을 구제하였다. [일기 병신1596년 9월 13일을 보라.]

▲ 통영항에 정박해 있는 거북선
금번 분노함을 인하여 소하22) 같은 유서애를 만났다. 공의 일생 사업에 유서애와 관계가 깊었다.

옛날에 초패왕과 관우는 다 화를 피해 망명하였으나 이공자는 서울 대로상에 태연자약하게 활보하되 누가 감히 살인자로 보지 못하니 그 세상을 덮는 영풍英風은 사람들로 하여금 감탄하지 않을 수 없게 하였다.

혹자는 말하기를 “참을 줄 아는 자가 영웅이요 참지 못하는 자는 영웅이라 할 수 없다. 회음후淮陰侯 한신이 백정 청년에게 욕을 당하고도 능히 참아내어 후에 천하제후를 호령하였다.

이공은 천하의 인재이다. 어찌 이윤 제갈량의 처신을 하지 아니하고 형가23) 곽해24) 같은 협객의 처신을 하였으리요?”

하나, 이는 이공의 사세를 모르고 하는 말이다.

이공의 당시는 탕왕이나 유비의 창업시대가 아니다. 공은 서울에서 녹을 받는 세족 출신이니 힘들여 농사지을 수도 없고, 공은 천품이 매우 높고 밝고 굳세어 감추는 것이 없는 호걸이며, 무예를 숭상하여 굽히지 않는 장부이니 한신과는 판국이 다르다.

만일에 음침한 사람 같으면 산소의 석인도 들지 않아 용명을 감출 것이요 야우의 횡포도 못 본체 할 것이요 남북의 변방에 하급 장수로 사생지간에 드나들며 시련 받지도 아니하였을 것이다.

공은 천성으로 지성으로 충의로 처사하는 추상열일秋霜烈日이니 이것이 바른 길인 것이다.

그때에 그 재상은 누구일꼬. 윤원형尹元衡일까 심통원沈通源일까. 탐욕스럽기 짝이 없는 간신일 것이다.

그 누구인지 명백히 드러내지는 아니하나 이순신에게 혼을 잃고 난 뒤에는 풀이 죽어서 감히 야우의 사건을 발설하지 못하고 덮어두었다. 그 청년은 정말 무서웠다. 꿈에라도 그 청년 용사를 만날까 겁이 나서 전율하였다.

 

▲ 율곡 이이도 덕수이씨이다. 따지자면 19촌 사이로, 충무공이 율곡보다 한 항렬 높아 아저씨뻘이다. 사진은 종로구에 위치한 율곡의 동상.
이공의 이 청년시대의 일은 임협25)의 종류에 가깝다 하여 속유俗儒들이 이 부분은 빼버리는 것이 어떠하냐고 말하나, 나는 임협의 행위라도 풍속을 바로잡는 일이면 장부의 당연지사로 안다.

혈기가 방장한 청년시대의 용사인 이공자의 기개로 이 광경을 보고 참을 수 있나. 더구나 권신 윤원형 무리의 하수인을 정녕코 용서할 수 없는 일이다.

윤원형은 위인이 음험 악독하며 재물을 좋아하여 선비들을 모함하여 죽임이 무수하므로 도로의 행인들까지 원형을 흉적으로 보았다.

권력을 농단하고 사욕을 채움이 끝이 없고 의복과 가마가 대궐과 다를 바 없으며 뇌물을 받고 재물을 빼앗고 미첩을 많이 두는 등 생살의 권한을 잡기를 이십년이나 하였으나 사람들이 분함을 품되 감히 드러내지 못하였다.

서애 유성룡은 일찍 순신에게 권하되 “그대의 영재로 무를 버리고 문을 좇으면 일찍 등과하여 청요대각26)에 이름이 빛나리라” 하였다.

순신은 답하기를 “장부 어찌 평생토록 벼루와 붓과 책에 종사하리오. 임금을 모시는 도는 문무가 다르지 않으니, 옛날에 한신 제갈량이 무로써 빛났은즉 나는 난세를 당하여 일을 바로잡고자 하노라” 하였다.

그 뒤에 윤원형이 망하고 오래 되어서 하루는 서애 유성룡과 율곡栗谷 이이李珥 두 사람이 정당에 모여 담화할 적에 율곡이 “우리나라가 남왜南倭와 북호北胡 사이에 있어 때때로 변경이 시끄러우니 만일에 대란이 일어난다면 누구를 대장으로 삼아 난을 평정하겠소?

대감은 혹시나 대장감이 될 만한 사람을 보았소?” 하였다. 서애는 답하되 “내가 어찌 알겠소마는 이순신과 권율權慄 같은 이가 장군감일까 하오” 하였다.

그러자 율곡이 “권율은 권정승의 아들이오만 이순신은 그 누구요?” 하였다. 서애가 답하기를 “이순신은 대감의 족인族人이오.27) 지금 무변武弁에 재직하나 하급관리에 머물러 알아보는 사람이 없소만 분육의 용기와 손오孫吳의 지략을 겸한 인물인 줄 아오” 하였다.

그래서 당시 이조판서인 이이가 이순신의 영명을 듣고 겸하여 자기의 족인인줄 알고 부제학 유성룡에게 부탁하여 일차 상면하기를 청하였다. 유성룡이 돌아와 순신에게 “이판 이이를 한번 찾아보시게” 하고 권하였다.

순신은 사양하되 “내가 율곡과 불과 십구촌의 족인일 뿐 아니라 또한 그대의 청하는 바이니 가보는 것도 무방하나, 율곡이 방금 전상銓相의 직에 있어[이판 병판은 둘 다 전상이다] 인물을 전형하여 관직을 임명하는 권한을 잡았으니 내가 방문함이 불가할 것이네” 하여 결국 찾아보지 않았다.

이것은 순신의 성격이 결백하여 권문세가에 출입하여 세속의 허영을 취하는 것을 치욕으로 아는 까닭이었다.

 

율곡은 동방의 현인이다. 서애로 인하여 공을 보려 한 것은 그 지위가 전상이라 나라를 위해 현인을 구함인가, 아니면 족인을 위해 가까이 지내고자 함인가.

공은 재주를 자부하고 긍지가 있어 방문하지 않고 말았으니 만일에 율곡이 나라를 위하는 마음으로 공을 보기를 청한 것이라 하면 공이 비록 방문하지 않았으나 율곡이 먼저 방문함이 과연 어떠한가.

두 현인이 상견하지 못함은 참으로 천고에 아까운 일이로다.

아아 율곡이여, 어찌 삼고초려의 아량이 없었는가. 공의 곤궁함은 언제 면하며 공의 재주는 언제 펴게 될 것인가.

<다음호에 계속>

 
>> 정리 | 이남석 더 스쿠프 대표 cvo@thescoop.co.kr 자료제공 | 교육지대(대표 장정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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