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의 ‘양날’ 리더십에 선수들이 춤추다
그의 ‘양날’ 리더십에 선수들이 춤추다
  • 박용선 기자
  • 호수 6
  • 승인 2012.08.13 11:2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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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독 홍명보 CEO 홍명보

축구는 경영을 닮았다. 팀워크에 전략, 그리고 구성원의 실력이 합쳐져야 게임에서 승리할 수 있어서다. 리더의 전략과 안목이 승패를 가르는 변수인 것도 비슷하다. 런던올림픽 축구 국가대표 감독 홍명보. 재계가 그의 리더십을 주목하는 까닭이 여기에 있다.

올림픽은 지구촌 최대 행사 중 하나다. 전 세계 모든 이가 자국 선수를 응원하고 올림픽 이모저모에 이목을 모은다. 그 중심에 ‘영원한 리베로’ ‘한국의 베켄바워’ 홍명보(43) 올림픽 축구 대표팀 감독이 있다.

▲ 홍명보 감독은 부드러움과 엄격함을 동시에 지닌 지도자라는 평가를 받는다.
한국인 최초로 월드컵 주심(2002년 한•일 월드컵)을 봤던 김영주씨. 그는 국내 최고 축구선수로 ‘홍명보 감독’을 꼽았다. 실력만 뛰어나서가 아니다. 성품까지 ‘최고’라고 그는 말했다. “홍명보 감독이 국가대표 사령탑을 맡는다면 한국 축구 위상이 더 올라갈 것이다. 선후배들에게도 잘하고, 심판에게도 예의 바른 친구다. 그만한 축구인을 찾아보기 힘들다.”

홍명보 리더십은 기업 CEO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 엄하면서도 부드럽게 선수들을 관리해서다. 실적(올림픽 동메달)이 뛰어남은 물론이다. 2009년 2월 20세 이하 대표팀 지휘봉을 잡아 처음 감독 자리에 오른 홍 감독은 그해 이집트에서 열린 20세 이하 월드컵에서 한국을 18년 만에 8강에 올렸다. 

2010년 광저우 아시안게임에서는 동메달을 따냈다. 지난 2월 오만과의 올림픽 아시아지역 최종 예선 원정 경기에서 3-0으로 이기며 7회 연속 올림픽 본선 진출을 이뤄냈다. 이번엔 올림픽 동메달 신화를 연출했다. 그의 리더십을 살펴봤다.

 
홍명보 감독하면 카리스마가 떠오른다. 선수시절 그는 탁월한 리더십으로 그라운드에서 뛰는 선수를 감독 대신 지휘했다. 그래서 홍명보 하면 냉정한 얼굴이 먼저 떠오른다. 하지만 그는 엄한 리더가 아니다. 팀을 하나로 만드는 ‘형님 리더십’의 소유자다. 그가 부드러움과 엄격함을 동시에 지닌 지도자라는 평가를 받는 이유다.

대표적인 예가 박주영 선수다. 런던올림픽 직전 병역기피 논란에 휩싸였던 그를 제일 먼저 ‘보듬은’ 이도 홍명보 감독이다. 홍 감독은 박주영 선수에 대한 신뢰를 거두지 않았다. 그는 기자회견에 동석해 “한국 축구에 많은 역할을 했고 앞으로도 많은 역할을 해야 되는데 마음고생으로 힘들어 하는 게 마음이 아파 같이 나왔다”며 후배에 대한 진한 애정을 드러냈다. 이는 믿음과 소통의 리더십이다.

실제로 홍 감독은 선수들에게 윽박을 지르지도, 권력을 이용해 누르지도 않는다. 짜증도 내지 않는 것으로 유명하다. 그럴 시간에 눈 한번 더 맞추겠다는 게 홍 감독의 생각이다. 더 중요한 건 홍 감독의 이런 행동에 진심이 묻어있다는 것이다. 말과 몸짓을 통해 진심이 전달되니 선수들은 그를 따를 수밖에 없다.

더구나 홍 감독은 거만하지 않다. 김영주씨의 말처럼 말이다. 선수들과의 시합 땐 감독이 아닌 ‘수비수’로 같이 땀을 흘린다. 선수들이 목숨을 걸고 홍 감독을 따르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좋은 예가 있다. 런던올림픽 아시아 최종 예선 카타르 원정 때는 “내 가슴 안에는 칼이 있다”고 말했다. 그리고 그 칼에 대해 이렇게 덧붙였다. “다른 사람을 해치는 칼이 아니다. 너희가 다칠 것 같으면 나 스스로를 죽이는 칼이다. 너희는 팀을 위해서만 뛰어라.”

믿음과 소통 동메달 신화 원동력

실제로 홍 감독은 멕시코와의 이번 올림픽 1차전에서 부진했던 박주영 선수와 김보경 선수를 스위스와의 2차전에서도 선발로 기용하면서 이렇게 말했다. “사람들은 선수가 가장 잘할 때만 기억하지만 중요한 건 좋을 때가 아니더라도 믿음을 주면 선수는 언제든지 해낸다는 것이다”라고.

 
그리고 보란 듯이 스위스 전에서 두 선수는 나란히 골을 터뜨리며 2대1 승리를 이끌어냈다. 영원한 리베로가 아닌 ‘영원한 형님’ 홍명보 감독 리더십의 결과다. 김보경 선수는 골을 넣고 동료들의 축하를 뒤로 하고, 홍명보 감독 품으로 달려가 안겼다. 2002년 박지성 선수와 히딩크 감독을 다시 보는듯한 감동을 선사했다.

홍명보 리더십의 또 다른 특징은 자율과 보상이다. 자율을 주고 잘 하는 이에겐 보상을 준다. 대부분 칭찬이다. 그는 선수가 있는 자리에서 칭찬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야신(野神)으로 불리는 김성근 감독이 선수들과 말을 섞지 않고 김응룡 전 감독이 보이는 데서는 욕하고, 화장실에서 다독인 것과 다르다. 보이는 곳에서 선수들을 칭찬하니 선수들은 그라운드에서 춤을 출 수밖에 없다.

그렇다고 홍 감독이 ‘튀는 선수’에게까지 자비를 베푸는 건 아니다. 그는 런던올림픽 선수단을 구성할 때 개인플레이에 익숙한 선수를 뽑지 않았다. 격의 없는 행동으로 분위기 메이커 역할을 한 킬러 박주영 선수, 부상을 감수하는 헌신적인 플레이를 펼친 골키퍼 정성룡 선수와 수비수 김창수 선수 등 와일드카드도 홍 감독이 후배들과 ‘하나’ 될 성품을 중시해 뽑은 결과다.

 
그에게는 팀이 우선이고, 팀을 넘어서는 무언가가 있을 수 없다. 자신도 그렇게 생활한다. 자신의 영달보다는 팀이 승리하는 데 정열을 받친다. 중요한 순간엔 여지없이 카리스마를 뽐낸다.

“여기저기서 찬사가 쏟아질 것이다. 하지만 나는 그런 찬사를 절대 믿지 않는다. 모든 평가는 내가 한다. 감독인 내가 잘했다고 해야 잘한 것이고 내가 못했다고 하면 못한 것이다. 이번 승리에 우쭐하지 말고 계속 긴장의 끈을 놓지 말라.” 홍명보 감독은 7월 20일 영국 런던에서 열린 세네갈과의 마지막 평가전을 3-0 완승으로 마친 뒤 선수들을 불러 모아 놓고 이렇게 강조했다. 승리에 기뻐하던 선수들의 얼굴엔 다시 비장함이 서렸다.

“집에 갈래, 꿈을 좇을래?”
 
1승 1무로 가봉과의 B조 마지막 경기 전반을 마치고는 “여기서 패하면 우린 집에 가야 한다. 우리 꿈이 여기서 멈춰서야 되겠느냐. 더 열심히 뛰자”고 말했다. 선수들은 혼신의 힘을 다했고, 0-0 무승부를 기록해 1승 2무로 8강에 올랐다.

이런 이유로 올림픽 태극전사들에게 홍 감독의 말은 곧 법으로 통한다. 상명하복의 어쩔 수 없이 따라야 하는 명령이 아닌 서로의 믿음에 기초한 ‘신뢰의 법’이다. 2009년 이집트에서 열린 20세 이하 청소년월드컵부터 함께한 선수들이 주축이라 ‘홍명보의 아이들’로 불리는 올림픽팀은 홍 감독을 믿고 따르는데 주저함이 없다. 그 결과 올림픽 사상 첫 4강 진출이란 신화를 썼다.

홍 감독이 보여준 리더십은 음미할 필요가 있다. 국내 기업이 세계시장에서 싸워 이길 수 있는 전략이 홍명보의 리더십 안에 있을지 몰라서다. 홍 감독은 축구 감독이지만 기업의 CEO 보다 탁월한 리더십의 소유자다.

박용선 기자 brave11@thescoop.co.kr|@itvfm.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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