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알배송 그림자

경기도 다산신도시에서 지난 9일 택배대란이 벌어졌다. ‘차 없는 아파트’라며 택배차량 진입을 거부하는 주민과 배송 곤란을 토로하는 택배기사간 갈등이 격화했다. 정부는 실버택배(인근 노인인력 활용)라는 대안을 내놨지만 여론의 반대에 부딪혀 이틀 만에 무산됐다.
배송 건수가 급여로 직결되는 택배기사로선 곤욕스러울 수밖에 없다. 한국교통연구원 조사 결과, 택배기사 대다수가 고정급 없이 배송 건당 수수료를 받고 있다. 한 박스(2500원 기준)를 배달했을 때 택배기사가 가져가는 수수료는 654원. 문제는 업체간 출혈경쟁에 택배 평균 단가가 지속적으로 감소하고 있다는 점이다.
2011년 2534원이던 평균 단가는 지난해 2248원으로 최저치를 기록했다. 온라인ㆍ모바일 쇼핑의 증가로 택배시장은 고성장하는데 택배기사의 처우는 악화일로를 걷고 있는 셈이다. 실제로 1인당 연간 택배 이용 횟수는 2000년 2.4회에서 2017년 44.8회로 18배 증가했다.
택배시장 규모도 2011년 3조2900억원에서 2017년 5조2100억원으로 증가했다. 하지만 택배시장의 성장 과실은 택배기사의 몫이 아니다. 이들은 주6일ㆍ일평균 14시간이라는 장시간 노동에 시달리고 있다. 더 큰 문제는 택배노동자의 처우나 노동환경의 실태를 조사할 움직임이 없다는 점이다. 택배강국의 그림자가 짙어지고 있다.

이지원 더스쿠프 기자 jwle11@thescoop.co.kr
저작권자 © 더스쿠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