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근로자 중 빈곤층 많은 이유
가난한 도시근로자가 늘고 있다. 부지런히 일하고도 생활고에 시달리는 사람이 많다는 얘기다. 일자리는 많지만 양질의 일자리는 제한적이고, 경쟁이 심한 탓이다. 결국 대다수가 저임금이나 비정규직 일자리에 내몰린다. 빈곤과는 거리가 멀어보이는 도시의 실상이다.

# 노량진 공시생이었던 김덕주(33ㆍ남)씨는 최근 택배기사 일을 시작했다. 2년 동안 공무원 시험을 준비했지만 아무런 성과를 보지 못한 김씨. 학원비와 생활비를 지원해주신 부모님께 면목이 없어, 당장 돈벌 수 있는 일을 시작했다. 아직은 배송물량이 많지 않아 월급이 적다. 차량할부금, 보험료, 기름값을 빼고 나면 손에 쥐는 돈은 얼마 되지 않는다. 밤늦게 배송을 마친 김씨의 어깨가 자꾸 처지는 이유다.
일을 해도 빈곤의 늪을 벗어나지 못하는 도시근로자들이 늘고 있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이 발표한 ‘2016년 빈곤통계연보’에 따르면 도시근로자의 빈곤율(7.7%ㆍ2015년 기준)이 전체 가구의 근로빈곤율(7.2%)보다 높게 나타났다. 도시근로자 중 소득이 상대적 빈곤선(중위소득 50% 기준) 미만인 사람이 그만큼 많다는 얘기다.
일자리 많은 도시의 빈곤문제가 왜 더 심각할까. 이유는 간단하다. 일자리가 많은 만큼 경쟁이 치열하고, 저임금ㆍ비정규직 등 열악한 일자리가 많아서다. 이를 보여주는 통계가 있다. ‘2015년 서울복지실태조사 심층분석 리포트’에 따르면 서울시의 근로빈곤층의 대부분은 일용직이나 임시직 근로자(49.8%)인 것으로 나타났다.

더 큰 문제는 도시근로자의 빈곤이 고착화하고 있다는 점이다. 근로빈곤층 중 고령층(50~60대ㆍ43.8%)이 많고, 저학력자(고졸ㆍ42.5%)의 비중이 높기 때문이다. 이들은 고용시장 취약집단으로 연령대나 학력을 고려했을 때 고소득 직종에서 일할 기회가 많지 않다. 또한 자녀양육비나 교육비 지출이 많은 연령대로 빈곤상태에서 벗어나기 힘들 가능성이 높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전문가들은 고용과 복지 ‘두마리 토끼’를 한번에 잡아야 근로빈곤층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꼬집고 있다. 그 대안 중 하나가 ‘생활임금(실제 생활이 가능한 임금)’의 민간부문 확대다. 생활임금은 최저임금제도가 유명무실하다는 비판과 함께 2013년에 처음 도입됐다. 현재 경기도와 서울시 등 일부 지방자치단체가 공공부문 저소득 근로자를 대상으로 시행 중이다. 서울시의 경우 올해 최저임금인 6470원보다 많은 8197원을 생활임금으로 책정했다.
하지만 생활임금을 두고 적용범위나 형평성 문제 등 논란도 적지 않다는 점은 따져볼 문제다. 생활임금도 근본적 대안이 될 수 없다는 거다. 김종진 노동사회연구소 연구위원은 “정규직과 비정규직,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 임금격차는 도시에서 더 크게 나타난다”면서 “일자리 질을 높이고 양극화를 해소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지원 더스쿠프 기자 jwle11@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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