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국은 2013년 연구·개발(R&D) 사업에 4569억7700만 달러(약 517조7549억원·2013년 기준)라는 천문학적인 자금을 투입했다. 한국도 R&D 투자에 신경을 쓰는 국가 중 한곳이다. 2013년 기준 541억 달러(약 61조2953억원)를 투자했는데, 미국·중국·일본·독일·프랑스에 이어 세계 6위를 기록했다. 국내총생산(GDP) 대비 R&D는 4.15%로 전세계 국가 중 이스라엘(4.21%) 다음으로 높다. 이런 통계는 첨단기술이 없으면 살아남기 어려운 시대라는 걸 잘 보여준다.
특히 기초기술 연구 분야에선 정부의 역할이 중요하다. 기초연구는 특성상 성과가 곧바로 나타나지 않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당장 사업화가 어려운 기술에 자본과 시간을 여유 있게 투입할 수 있는 민간기업은 사실상 거의 없다고 봐도 무방하다.
그렇다면 우리나라의 국가R&D는 기초기술 연구에 집중하고 있을까. 서울대 ‘시장과정부연구센터(이하 연구센터)’는 국가R&D가 기초연구를 중심으로 이뤄지고 있는지를 살펴보기 위해 ‘특허 인용引用’을 두고 한가지 가정을 했다. “정부가 지원해 출원된 특허가 기초기술 분야에 해당하면 시간이 지나도 꾸준히 인용될 것이다.”

연구센터는 2006~2013년 정부가 지원해 출원한 특허(국가R&D 특허)와 민간이 출원한 특허(민간 특허)를 비교했다. 결과는 어땠을까. 국가R&D 특허가 인용된 비율은 0년차(특허출원한 당해연도) 41.9%, 1년차 28.8%, 2년차 11.5% 등으로 계속해서 줄어들었다. 마지막 7년차엔 0.2%의 특허만이 인용됐다.
이는 민간 특허의 추이와 크게 다르지 않다. 민간 특허 역시 0년차 41.4%, 2년차 27.9%, 7년차 0.3% 등을 기록했다. 이는 국가R&D 특허가 민간 특허와 달리 기초연구에 중심을 둔 건 아니라는 것을 잘 보여준다. 만약 국가R&D 특허가 시간이 오래 걸리는 기초연구에 방점이 찍혀 있다면 특허 인용률이 민간과 마찬가지로 하향곡선을 그리진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국가R&D 특허 출원 초기 ‘반짝 인용’
이런 경향은 국가R&D 특허가 다른 특허를 인용한 수치에서도 드러난다. 국가R&D 특허는 출원연차가 짧은 특허를 주로 인용했다. 0년차 23.0%, 1년차 28.0%, 2년차 18.3% 등이다. 이는 민간 특허의 인용 추세(0년차 23.6%, 1년차 27.9%, 2년차 18.5%)와 비슷하다. 국가R&D 특허나 민간 특허나 출원한지 4년 이내에 집중 인용됐다는 얘기다. 하지만 7년차 특허 인용률은 국가R&D 특허와 민간 특허 모두 1.26% 떨어졌다.
정부가 추진한 특허가 시간이 오래 걸리는 기초연구가 아닌 당장 활용 가능한 개발연구에 치중했다는 뜻이다. 민간과 다를 바 없이 말이다. 국가R&D가 기초연구에 집중했다면 최근 특허를 인용하기보다 기초기술이 담긴 ‘숙성된 특허’를 바탕으로 R&D에 나섰을 가능성이 높아서다. 언급했듯 기초기술 연구 부문에서 국가의 역할은 매우 크다. 미래 성장동력을 확보하기 위해서도 기초기술의 연구는 반드시 필요하다. 더 늦기 전에 국가R&D가 본연의 역할인 기초연구에 집중하고 있는지를 살펴봐야 한다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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