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미가 필 즈음 지갑 열려나
장미가 필 즈음 지갑 열려나
  • 이지원 기자
  • 호수 234
  • 승인 2017.04.04 10:0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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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 대선과 소비심리

꽉 닫힌 지갑이 열리지 않는다. 벌이는 시원찮고 물가는 비싸다. 언제 어떤 일이 생길지 모른다는 ‘불확실한 미래’도 불안하기 짝이 없다. 우리 경제는 이런 불황에 빠진지 오래됐다. 물론 반전을 기대할 요소는 있다. 새로운 정부가 불황에서 꺼내줄지 모른다는 기대감이다. 5월 장미대선이 소비 트렌드를 바꾸는 ‘터닝포인트’가 될까.

▲ 우리나라는 대선 이후 소비가 회복되는 모습을 보였다.[사진=뉴시스]
1조3000억원을 넘었다는 부채가 우리 가계를 짓누르고 있다. 미국이 기준금리를 인상하면 우리도 좇아 금리를 올려야 한다는 경제 논리도 무섭다. 이미 금융권들은 대출 금리를 올렸다. 상황이 이런데 마음 편히 지갑을 열 이들이 몇이나 되겠는가.

우리 국민들이 지갑을 열지 않다는 건 통계로도 잘 드러난다. 한국은행의 소비자동향조사 결과에 따르면 지난 2월 소비자동향지수는 94포인트로 2008년 이후 최저 수준이다. 이 지수는 미래의 소비지출 계획이나 경기 전망을 얼마나 긍정적으로 보는가를 나타낸다. 대다수의 사람들이 미래를 어둡게 점치고 있다는 증거다.

가계의 살림살이도 갈수록 팍팍해지고 있다. 가구당 실질소득 상승률은 지속적으로 감소하다가 지난해엔 마이너스(-0.4%)로 뒷걸음질 쳤다. ‘1인당 국민소득(GNI) 3만 달러’의 꿈은 한발 더 멀어졌다. 2015년 1인당 국민소득(GNI)은 2만3740달러로 2014년 2만8071달러보다 감소했다.

▲ 주요 대선주자 후보들은 '민생경제 안정'을 공약으로 내걸었다.[사진=뉴시스]
반대로 물가는 치솟고 있다. 지난해 필수지출 항목인 식재료 가격이 줄줄이 올랐다. 외식업체들도 잇따라 가격을 인상했다. 줄일 건 다 줄였는데 먹을 것마저 줄여야 할 상황이 됐다. 소비자가 체감하는 물가(지난 2월 기준 2.7%)는 고공행진 중인데 통계청이 발표한 소비자물가지수는 1.9%에 그쳤다.

한편에서는 “글로벌 경제가 불황인데 우리나라도 어쩔 수 없는 것 아니냐”고 항변한다. 그런데 우리 경제와 닮은꼴이라는 일본을 보면 얘기가 달라진다. ‘잃어버린 10년’을 보낸 일본의 소비성향이 오르고 있어서다. 소비성향은 한 가계가 벌어들인 소득에서 소비 비중이 얼마나 차지하는지를 나타내는 지표다. 1998년 71%까지 하락했던 일본의 평균 소비성향은 최근 74%까지 올랐다. 반면 우리나라의 소비성향은 지속적으로 하락해 역대 최저인 71%을 기록 중이다.

꽉 닫힌 지갑 어쩌나

 

전문가들은 소비성향이 하락하는 이유를 ‘불확실한 미래’로 꼽는다. 우리 사회를 돌이켜보자. 늘어나는 고령층, 부족한 노후준비, 월세가구 증가, 늘어나는 주거비 부담 등의 문제들이 불확실한 미래를 더 어둡게 만들고 있다. 최근에는 박근혜 전 대통령의 탄핵정국과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ㆍTHAAD) 배치 결정으로 인한 중국의 보복조치까지 겹쳤다. 우리 국민이 앞으로도 지갑을 열 일이 많지 않다는 얘기다.

그렇다고 희망이 없는 건 아니다. 소비심리가 살아날 수 있는 이슈가 있다. 5월 9일로 앞당겨진 대선이다. 5월에 치러져서 ‘장미대선’으로 불린다. 대선 직후 소비심리가 살아난다는 건 역대 사례가 증명한다. 역사적으로 과거 3차례 대선을 살펴보면 선거 직후 신정부가 출범하고 소비심리가 개선되는 현상을 보였다.

대신증권의 분석을 보자. 글로벌 금융위기가 있었던 2008년 초를 제외하고 2002년과 2007년, 2012년 대선 직후 소비심리가 회복됐다. 특히 소비성향은 2007년 4분기 75.6%에서 2008년 1분기 78.4%로, 2012년 4분기 71.8%에서 2013년 1분기 75.0%로 평균 3.0%포인트 상승했다. 이런 흐름이면, 올해 대선 역시 소비심리가 살아날 공산이 크다.

유정현 대신증권 애널리스트는 “올해 소비에 큰 영향을 미칠 만한 이벤트로 대선을 꼽을 수 있다”며 “대선은 선거 직전•후의 소비 심리 변화에 매우 중요한 변수로 작용하는데 과거 사례를 살펴보면, 평균적으로 대선 직후에 소비심리가 회복됐고 소비성향도 상승했다”고 설명했다. ‘대선→신新정부 출범→소비심리 자극’이라는 선순환이 작동했다는 거다.

이런 회복의 조짐은 중소기업에서 먼저 나타났다. 중소기업중앙회가 중소기업 3150곳을 대상으로 실시한 4월 경기전망조사을 보자. 내수 경기에 상대적으로 민감한 숙박ㆍ음식점업 지수가 1월과 2월 조사에서 60선에 머물다가 이번에 80까지 치솟았다.

장미대선이 지갑 열어젖힐까

유정현 애널리스트는 “새 정부의 정책 기대감이 반영되면서 움츠렸던 소비심리가 개선된 것으로 풀이되며, 구매객수 증가에 영향을 미쳤다”면서 “이번 대선의 경우 정치적 불확실성으로 소비가 크게 위축된 상황에서 치러지는 선거인 만큼 소비 회복에 크게 기여할 것으로 보인다”고 내다봤다.

주요 대선 주자들이 ‘민생 경제’ 공약을 경쟁적으로 쏟아내고 있다는 점도 호재다. 큰 틀에서 숙성된 공약으로 승부를 보겠다는 전략이다. 각기 다른 해법을 제시하면서도 소득 불평등과 양극화 문제 해결이 시급하다는 데 공감하고 있다.

우려했던 미국 금리 인상이 확정되면서 가계부채 대책도 불이 붙었다. ‘정규직-비정규직’ ‘대기업-중소기업’ 등 우리 사회 구조적인 문제점들을 짚어가기 시작했다. 과거 ‘경제 성장’만을 외치던 대선 후보들과는 다른 모습이다. 물론 불황의 끝은 보일 기미가 없다. 경제 숨통을 죄는 변수는 늘고 있다. ‘장미대선’이 우리나라 경제의 장밋빛 미래를 제시하지 않을 수 있다. 역대 대통령들이 그랬다.
이지원 더스쿠프 기자 jwle11@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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