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구속 그 후…
박근혜 전 대통령이 3월 31일 구속됐다. 박 전 대통령은 전두환ㆍ노태우 전 대통령에 이어 구속된 전직 대통령에 세 번째로 이름을 올렸다. 하지만 진짜 문제는 이제부터다. 삼성, SK, 롯데 등 국내 굴지의 대기업들이 줄줄이 엮여 있어서다. 그렇다고 흔들릴 한국경제를 생각해 여기서 멈춰서야 한다는 얘기가 아니다. 잔가지를 쳐내야 더 크게 도약할 수 있다.

하지만 박 전 대통령의 구속을 그 자체로만 해석하기보다는 좀 더 넓게 살펴봐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구속이 어떤 의미를 내포하고 있느냐에 주목해야 한다는 거다. 정치뿐만이 아니라 경제적으로도 상당한 파장을 일으킬 공산이 크기 때문이다.
구속으로 범죄 혐의가 유죄로 입증된 건 아니다. 하지만 핵심은 법원이 범죄 혐의를 입증하는 검찰의 주장에 ‘설득력이 있다’고 인정했다는 데 있다. 법조계 전문가들이 “박 전 대통령 구속 이후의 재판 과정에서 피고인들의 유죄를 주장하는 검찰에 힘이 실릴 것”이라고 내다보는 이유다.

반대로 말하면 박 전 대통령의 범죄 혐의와 관련된 이들에겐 불리하게 작용할 가능성이 높아졌다. 특히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수사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검찰이 제시한 박 전 대통령의 범죄 혐의는 총 13가지인데, 그 가운데 이 부회장의 경영권 승계를 돕는 대가로 433억원대 뇌물을 수수한 혐의가 주요 공소사실이기 때문이다.
현재까지 이 부회장은 뇌물 공여 혐의를 완강하게 부인하고 있다. ‘대가성’이 없었다는 주장이다. 하지만 공모 관계의 핵심인 박 전 대통령이 구속되면서 이후 법적 공방에선 검찰이 유리한 고지를 선점할 거라는 분석이 나온다.
朴 구속으로 비상 걸린 대기업
특히 검찰은 최순실씨와 박 전 대통령이 미르ㆍK스포츠재단을 사실상 공동운영한 것으로 보고 있는데다 박 전 대통령과 최씨, 이 부회장 등 관련자가 모두 구속됐다는 점을 감안하면 이후 법원이 검찰의 주장을 무게감 있게 받아들일 수 있다.
이 부회장의 공백이 장기화할 가능성이 높아진 셈이다. 이는 고스란히 삼성의 악재로 이어질 수 있다. 미국 경제주간지 포천은 “삼성의 리더십 위기는 생각보다 심각할 수 있다”면서 “당장의 경영에는 영향을 받지 않겠지만 이 부회장의 부재가 지속된다면 삼성은 유례없는 대혼란을 겪을 수 있다”고 분석했다.

검찰은 SK, 롯데, CJ 등이 미르ㆍK스포츠재단에 출연한 자금을 뇌물로 볼 수 있는지를 우선 수사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특별수사본부는 이들 기업이 거액을 출연하면서 청와대에 현안 해결을 요구한 정황이 있는지 살펴보고 있다. ‘대가성’이 있었느냐는 것이다.
우연히도 이들 기업은 같은 시기에 박 전 대통령으로부터 수혜를 받았다. 최태원 SK 회장은 미르ㆍK스포츠재단에 출연금을 낸 이후 사면됐고, 롯데는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과 박 전 대통령의 독대 이후 면세점 특허권을 획득했다. 지난해 5월 K스포츠재단의 하남 체육시설 건립사업에 70억원을 기부했다가 서울중앙지검의 압수수색을 앞두고 돌려받아 의혹은 증폭됐다. CJ그룹은 이재현 CJ그룹 회장의 사면 이후 차은택 전 창조경제추진단장이 주도한 K컬처밸리 사업에 1조원대 투자 계획을 발표한 바 있다.
경우에 따라선 세 기업의 총수들도 검찰소환을 받을 수 있다는 게 업계의 분석이다. 그중에서도 CJ그룹의 피해가 상당할 거란 전망이다. CJ그룹은 지난 2013년 7월 이 회장이 구속된 이후 3년간 오너 부재로 막대한 피해를 입었다. 이제 막 부활을 꿈꾸던 찰나에 또다시 된서리를 맞을 가능성이 높아진 셈이다.
그룹 공채 폐지한 삼성

그뿐만이 아니다. 삼성그룹 공채에서 실시하던 비수도권 인재 채용 쿼터제마저 사라질지 모른다. 지역 간 격차가 벌어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얘기다. 그동안 삼성그룹은 35%는 지방대생, 5%는 저소득층으로 채용했다.
문제는 재계 1위 삼성의 행보가 다른 기업들에게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데 있다. 업계 관계자는 “삼성그룹의 공채 폐지는 그들만의 문제로 끝나지 않을 공산이 크다”면서 “재계 1위라는 상징성이 큰 삼성의 움직임은 다른 그룹에도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매우 높아 고용시장에 미치는 여파가 상당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분명 박 전 대통령의 구속이 당분간 우리 경제에 미칠 여파는 크다. 하지만 한가지 확실한 건 한번 잘못 심은 뿌리는 뽑아서 다시 심지 않으면 갈수록 기반이 약해질 거라는 점이다. 대신 박 전 대통령과 관련 기업들의 수사가 신속하게 이뤄져야 역풍을 최대한 줄일 수 있다. 수사가 길어져 대선까지 이어질 경우 정치적 프레임으로 변질될 우려도 있다. 어떤 결론이 나오더라도 정치 상황에 맞췄다는 의혹이 나올 수 있다는 얘기다. 하루빨리 묵은 때를 벗겨내고 재정비해야 할 때다.


이기현 더스쿠프 객원기자 webmaster@thescoop.co.kr
저작권자 © 더스쿠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