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밑 빠진 독’ 대우조선 추가 지원
정부가 대우조선해양에 또다시 2조9000억원을 지원하기로 했다. 2015년 10월 청와대 서별관회의에서 4조2000억원 지원을 결정한 지 1년 5개월 만이다. 산업은행ㆍ수출입은행 등 국책은행이 떠맡는 것으로 대부분 국민 부담이다. 신규 지원만 2조9000억원이지 시중은행과 회사채 투자자들에게 압박한 기존 대출금 및 채권의 출자전환, 대출금 만기 연장 등을 감안하면 모두 6조7000억원 규모의 추가 지원이다.

도대체 대우조선이 어떤 회사이길래 정부가 이렇게 나서는가. 4년 연속 적자로 파산 위기에 몰린 국내 조선 빅3 중 하나다. 거듭된 자금지원과 출자전환으로 1대 주주는 산업은행, 2대 주주가 금융위원회로 사실상 정부 소유 기업이다. 부실 경영에 대한 1차적 책임이야 기업이 져야 하지만, 정부도 부실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구조다.
대주주인 정부가 경영을 제대로 지도하는 한편 경영 상태도 감시해야 했는데 그러지 못했다. 이명박-박근혜 정부는 2단계 낙하산 인사로 부실을 막기는커녕 조장하다시피 했다. 구조조정의 큰 그림을 그려야 할 산업은행장에 ‘친박親朴’ 등 정치권력과 가까운 인사들이 임명됐다. 기업의 경영상태를 점검ㆍ감시해야 할 감사와 부사장 자리는 산업은행의 퇴직 임원 차지였다. ‘막대한 국민 세금을 투입하고서도 정부와 산업은행에 손해를 끼쳤다’는 이유로 관련자들을 시민단체가 검찰에 고발한 배경이다.
지난해 국적 1위 해운사 한진해운에 자금지원을 중단해 파산에 이르게 하고선 왜 대우조선에는 계속 자금을 대주는가. 한진의 경우 대주주의 사재출연 등 자구계획이 미흡해서였다고 하지만, 대우조선의 지난해 자구계획 이행률은 29%로 40~50%대인 다른 빅3 경쟁사보다 한참 낮다. 수주절벽 상황에서 분투하는 조선업계가 공정하지 않다고 불만을 제기하는 이유다.

밑 빠진 독에 물 붓기 식 자금 지원으로 특정기업의 연명을 돕는데 국민이 납득하겠는가. 수조원의 지원을 결정한 정부 당국자와 금융기관, 막대한 자금 지원을 받고서도 부실의 늪에서 헤어나지 못한 경영진에 대한 책임 소재도 가려야 한다. 한국 경제 규모에 대형 조선소 3개는 공급과잉이라는 의견도 있다. 조선업 구조조정 차원에서 현대중공업이나 삼성중공업에서 자산인수 방식으로 대우조선을 흡수함으로써 조선 빅3에서 빅2 체제로 전환하는 것도 고려해야 할 것이다.
20년 전 1997년, 대마불사론의 허망에 빠져 외환위기를 자초한 아픈 기억을 벌써 잊었는가. 대통령 탄핵에 따른 조기 대선 정국에서 대선주자들은 물론 정치권 누구도 대우조선에 대한 추가자금 지원을 반대하진 않는 모양새다. 박근혜 정부 금융위가 이 시점을 택해 자금지원을 결정한 것 자체가 정치적 행보다. 하지만 누가 당선돼도 대우조선 문제는 새 정권의 큰 짐으로 작용할 것이다.
양재찬 더스쿠프 대기자 jayang@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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