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랭크인 | 컨택트

영화는 어느날 갑자기 지구 곳곳에 12개의 셸(shell)이 등장하면서 시작된다. 저명한 언어학자 루이스(에이미 아담스)는 딸을 잃고 무의미한 하루하루를 살아가던 중 쉘이 보내는 신호를 해독하라는 특명을 받고 CIA에 차출된다. 자신만의 방법으로 소통을 시도하던 루이스는 마침내 그들로부터 ‘무기를 주다’라는 뜻밖의 답변을 듣게 되고 이로 인해 세계는 혼란에 휩싸인다.
루이스와 함께 그들의 신호를 분석하기 위해 합류한 물리학자 이안(제레미 레너)은 수학적 방법으로 의사소통의 열쇠를 풀려고 한다. 그는 절대적인 과학 신봉자였지만 루이스를 통해 소통의 신비를 체험하고 새로운 깨달음을 얻는다. 이안은 루이스를 적극적으로 돕기 시작하고 둘은 언어와 물리, 감성과 이성의 조화를 이뤄간다.
하지만 15시간 내에 그들이 지구에 온 이유를 밝혀야 하는 긴급한 상황이 이어진다. 자신만의 방식으로 그들과 소통하려는 루이스의 시도는 예측불허의 상황을 만들고 영화는 몰입감을 더한다. 여기에 현실과 회상을 오가는 다층적 구조, 소통의 과정에 숨은 놀라운 반전은 관객에게 묵직한 울림을 선사한다.
영화에서 언어는 중요한 매개체 역할을 한다. 제작진이 이 영화를 만들면서 중점을 둔 것도 언어였다. 언어를 시각적으로 더욱 명확하게 표현하기 위해 노력했고, 인간의 언어와 무관한 추상적인 비주얼을 가진 외계 언어를 창조해냈다. 제작에 참여한 프로덕션 디자이너 파트리스 베르메트는 외계 언어의 구조, 단어의 발달, 탄생과정을 담은 사전을 만들기도 했다. 또 ‘반지의 제왕’ 시리즈의 사운드 디자이너 데이브 화이트헤드가 기묘한 울림이 있는 외계 언어 사운드를 창조했다.
‘지구에서 8월 32일’ ‘그을린 사랑’ ‘프리즈너스’ 등의 작품으로 주목받은 드니 빌뇌브 감독. 그의 첫 SF작품인 ‘컨택트’는 기존 SF영화의 화려한 시각효과, 속도감 넘치는 전개와는 다른 방식을 선보인다. 특히 12개의 셸과 외계 생명체의 모습은 이전 어느 영화에서도 볼 수 없었던 독특한 형태로 관객들의 시선을 사로잡는다. 소행성 ‘유노미아(Eunomia)’에서 아이디어를 얻어 탄생한 셸의 디자인은 그 자체로도 웅장하고 기이한 아우라를 내뿜는다. 셸 내부는 실제감을 중요시한 감독의 연출 의도에 따라 세트로 제작됐다. 풍성한 볼거리, 압도적 몰입감, 반전을 통한 진한 여운을 선보인 드니 빌뇌브 감독의 연출력은 크리스토퍼 놀란,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과 비견될 만하다.
손구혜 더스쿠프 문화전문기자 guhson@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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