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사의 횡포로 가맹점주들이 피눈물을 흘리고 있다.” 지난해 불거진 바르다김선생 갑질 파문이다. 그런데 점주들의 ‘진짜 목소리’는 달랐다. 허위와 과장으로 번진 여러 의혹 때문에 되레 죽겠다며 아우성이다. 이런 의혹을 검증없이 퍼나른 미디어와 정치인을 향한 쓴소리도 거침없이 내뱉는다. 더스쿠프(The SCOOP)가 갑질 파문 뒤에 숨어 있는 논쟁거리를 취재했다. 단독 입수한 문건도 공개한다.
“저녁에 김밥을 먹으려고 했는데, 밥맛이 없어졌네요.” 지난해 10월 17일, 국회 정무위원회 국정감사 중 이진복(당시 새누리당) 정무위원장이 꺼낸 말이다. 이 위원장이 국감 중 뜬금없이 ‘김밥’ 얘기를 꺼낸 이유는 별다른 게 아니었다. 프리미엄 김밥 프랜차이즈 바르다김선생의 ‘갑甲질 파문’이 이슈로 선정됐기 때문이었다.
지난해 4월 불거진 이 사건은 언뜻 봐도 충격적이었다. “바르다김선생의 가맹본사인 죠스푸드가 가맹점에 판매하는 식재료의 가격이 시중보다 월등히 높다.” “재료의 질 또한 형편없다.” “그러면서도 갑의 위치에 있는 본사는 폭리를 취했다.”
‘갑의 횡포’는 수많은 을乙인 국민을 분노하게 했다. 미디어도 을의 대열에 가세해 연일 기사를 터뜨렸다. 국정감사에서도 바르다김선생은 도마에 올랐다. 주요 내용을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30여만원이면 구입할 수 있는 당근을 130만원에 팔고 있다.” “유기농쌀이 아닌 쌀을 유기농 쌀이라고 속여 팔고 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가맹점주를 위한 단체를 결성했다는 이유로 계약이 해지됐다고 주장하는 점주까지 나타났다. 당연히 바르다김선생은 점주를 억압하는 ‘갑질 브랜드’라는 낙인이 찍혔다.
그런데 최근 들어 다른 목소리가 들려온다. “제기된 의혹은 사실이 아니거나 과장됐다. 국정감사에서 이 문제를 사실처럼 제기한 제윤경(더민주당) 의원은 사과하라”는 것이다. 공교롭게도 이런 주장을 내뱉는 이들은 ‘본사 직원’이 아니라 ‘바르다김선생 가맹점주 82명’이다. 이들은 공정거래위원회, 국회 등에 탄원서까지 제출하면서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더스쿠프(The SCOOP)가 단독입수한 ‘탄원서’의 내용을 보자. “생업을 이어가는 점주들이 피해를 입고 있는 것에 분노를 금할 길이 없습니다 … 당장 국회의원은 중재라는 이름으로 점주들을 괴롭히지 않았으면 좋겠고, 점주들이 매장 운영에 집중할 수 있도록 허위 사실이 퍼지지 않길 바랍니다.”
이 상황을 대체 어떻게 이해해야 할까. 더스쿠프가 ‘바르다김선생의 갑질 파문’ 뒤에 숨은 논쟁거리를 취재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복잡하게 얽히고설킨 모순된 상황을 이해하기 위해선 먼저 바르다김선생이라는 브랜드를 설명해야 한다.
이 브랜드는 분식집이면서도 ‘프리미엄’을 핵심 마케팅 포인트로 삼았다. 그래서 김밥 한줄의 가격이 3000~5000원 수준이다. 2014년 가맹사업을 시작한 이 브랜드는 출범한 지 얼마 되지 않아 ‘잭팟’을 터뜨렸다. 인기리에 방영 중이던 TV프로그램에 매장과 일부 제품이 소개되면서다. 49.5㎡(약 15평) 남짓한 작은 공간에서 매출 1억원을 달성하는 매장이 부지기수로 생겼다.
‘탄원서’에 숨은 이야기
그런데 2015년 분위기가 달라졌다. 고수익을 낸다는 소문이 꼬리를 물자 가맹점을 하겠다는 이들이 가파르게 늘어났다. 2014년 81개였던 가맹점 수는 2015년 187개로 181% 증가했다. ‘프리미엄 김밥’을 내세운 비슷한 포지션의 다른 브랜드도 우후죽순 생겼다. 이들은 다양한 홍보 전략으로 바르다김선생을 위협했다. 여기에 내수경기까지 얼어붙으면서 점주들의 매출이 줄기 시작했다.
가맹본점인 죠스푸드는 위기를 극복할 대책을 고심했다. 그 과정에서 나온 카드가 ‘TV 광고’였다. 대중적인 유명세를 타면 ‘집객集客 효과’를 꾀할 수 있을 거는 판단에서였다. 결론을 내린 본점은 점주들에게 가맹거래계약서에 따라 ‘광고비 수취 동의서’를 보냈다. 법적 문제가 없었다는 얘기다.

불씨는 기존에 쌓여있던 다른 불만으로 번졌다. 매출이 높을 때는 문제가 되지 않던 고高원가율이 가장 먼저 도마에 올랐다. “매출이 연일 감소하는데 원가율 줄일 구상은 하지 않고 광고료 걷을 궁리만 한다”는 비판이 쏟아진 거다. 매장을 점검하는 일부 본사 직원들의 고압적인 태도는 억눌린 가맹점주들의 인내심을 무너뜨렸다.
죠스푸드 관계자는 “당시에는 우리가 가맹점주들의 마음을 헤아리지 못했다”면서 “광고 계획과 매출 대비 원가율이 높을 수밖에 없는 이유를 충분히 설명했었다면 일이 이렇게까지 커지지는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불만이 쌓인 110여개의 점주들은 SNS를 통해 모였다. 이중 70여명은 본사 앞에서 집회를 벌이는 등 본격 행동에 나섰다. 이들이 본사에 원했던 건 크게 셋이다. “광고료 수취 금지, 고원가율 해결, SC(Store Consultant) 직원의 고압적 태도 금지.”
그런데 이 지점에서 엉뚱한 일이 발생했다. 점주들이 납득할 수 없을 만큼 사건이 일파만파로 확산된 것이다. 논란의 중심에 점주들의 ‘세가지 요구’도 빠져있었다. 되레 점주들이 원하지도 않던 ‘갑질파문’ ‘품질 논란’이 들불처럼 번져나갔다.
이 논란을 주도한 건 소수의 점주들이었다. 특히 경기도 성남시에 매장을 운영 중인 A씨는 가맹점주협의회를 이끌면서 투쟁을 선도했다. “가맹점주협의회 대표를 맡은 후 본사로부터 ‘가맹계약 해지’를 당했다”면서 갑질의 희생양을 자처한 그는 바르다김선생의 품질문제를 집중적으로 꼬집었는데, 이 주장은 미디어ㆍ시민사회ㆍ국회를 통해 여과없이 전달됐다. 하지만 정작 점주 대부분은 이런 ‘품질 논란’에 동의하지 않았고, 점주 82명은 새로운 단체인 ‘상생협의회’를 결성했다.
“유기농 쌀이라고 한 적 없어”
그렇다면 상생협의회가 주장한 ‘품질 논란’의 오류는 대체 무엇일까. 구체적으로 하나씩 살펴보자. 품질 논란의 중심에 있는 건 김밥의 핵심 재료인 ‘쌀’이다. 제윤경 의원은 국정감사에서 이렇게 주장했다. “쌀도 삼강벼라고 언론에 보도했는데 실제로는 혼합미이고, 표지를 보면 ‘올가니카(organica)’라고 쓰여 있어요. 유기농 쌀이라고 쓰여 있는데 이게 허위정보입니다. 사실 혼합미예요, 혼합미. 이것을 또 고가에 강매하고 있지요.”
사실이 아니다. 바르다김선생 사태가 터지기 훨씬 전인 2015년 본사가 배포한 보도자료를 보자. 특징은 세가지로 요약할 수 있다. “주 품종은 삼광벼, 도정한 지 15일 미만의 햅쌀, 간척지 생산 쌀.” 어디에도 ‘유기농’ 쌀이라는 설명은 없다. 더구나 ‘올가니카’는 쌀 브랜드 명이고, 이는 점주들과 충분히 공유된 내용이었다. 제 의원의 말처럼 속여 판 게 아니라는 거다. 결국 제 의원과 그의 주장을 검증 없이 보도한 미디어는 오보를 낸 셈이다.
‘당근’도 품질 논란의 핵심이다. 제 의원의 발언을 들어보자. “시중에서 (당근은) 한달치 30여만원이면 구입 가능한데 130만원에 점주들한테 부담을 지우고 있습니다… 이 당근이 무슨 가맹본부에서 굉장히 특이한, 도저히 시중에서 구할 수 없는 당근도 아닙니다. 돈을 떠나서 신선도를 유지하기 위해서라도 가맹점주들이 재량껏 구입할 수 있도록 하자 하는데 요구를 전혀 들어주지 않아요.”
당시 바르다김선생은 당근 10㎏을 4만7000원에 판매했다. 분명 비싼 가격이다. 하지만 이유가 있다는 게 본사 측의 주장이다. “우리가 가맹점에 납품하는 당근은 볶음당근이다. 당근에 열을 가하고도 아삭한 식감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복잡하고 까다로운 공정이 필요하다. 생당근의 껍질을 벗기고 채를 친다. 이걸 소금에 절여서 물기를 빼고 다시 양념해서 볶는다. 이런 공정을 거치면 재료 투입 대비 생산 비율이 60%에 불과하다. 높은 가격에는 이를 위한 공정비와 인건비가 포함돼 있다는 얘기다. 당근은 우리 브랜드 김밥의 핵심 포인트다. 양보할 수 없는 지점이기도 하다.”
상생협의회 점주들도 비슷한 생각이다. “우리는 프리미엄김밥 브랜드인 만큼 김밥 한 줄을 만드는 데도 많은 매뉴얼을 지켜야 한다. 당근을 알맞게 볶는 시간이 더해지면 오히려 직원 수를 늘려야 하는데, 그보다는 본사의 볶음당근을 납품하는 게 운영비를 줄일 수 있는 일이다.”
더구나 제 의원이 언급한 ‘한달치 30여만원’은 인터넷 최저가 기준이다. 10㎏에 1만원이라는 얘기인데, 채소값이 오른 요즘 인터넷 최저가는 10㎏에 2만원 수준이다. ‘한달치 30여만원’이라는 주장을 수용하더라도 여기에 노동력ㆍ공정비 등은 포함돼 있지 않다. 제 의원의 비교는 대상 자체가 잘못됐다는 거다.
문제는 이뿐만이 아니다. 바르다김선생갑질 및 품질 논란을 부추긴 A씨는 점주들의 의견을 구하지 않은 채 단독행동을 서슴치 않았다. 다시 탄원서를 보자. “A씨는 지난해 광고비 철회 및 약관동의 위임장으로 점주들의 위임을 포괄적으로 받은 것처럼 행동했다. 대다수 점주들이 알지 못하는 내용으로 공정위, 경기도, 국회에 민원을 넣었다.” A씨가 협의회 점주들의 의견을 무시하고 단독 행동을 했다는 거다.

점주들은 A씨가 품질 논란에 불을 붙인 의도에 대해서도 의심의 눈초리를 보낸다. 다음과 같은 이유에서다. 바르다김선생 사태가 터지기 전부터 A씨는 본사와 종종 다툼을 벌였다. 본사가 준 재료를 쓰지 않고 ‘사입’을 했기 때문이었다. 내용증명 서류도 수차례 오갔다. 이 과정에서 A씨는 가맹계약 해지됐다.
하지만 그 이후 A씨의 행동은 이해하기 어렵다. 상생위원회의 한 점주는 “점주들이 A씨의 가맹거래 계약 해지를 복구해달라고 요구했고 본사가 이를 받아들였지만 정작 A씨가 움직이지 않았다”면서 “본사와 반목하는 과정에서 생긴 악감정으로 행동하는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고 설명했다.
[※ 참고: 이 대목에선 의견이 엇갈린다. A씨는 “바르다김선생 사태 이후 가맹계약이 해지됐다”고 주장한다. 반면 본사 측은 “바르다김선생 사태 이후 가맹계약을 해지한 건 사실이지만 그보다 훨씬 전에 ‘계약해지’를 골자로 하는 내용증명을 보냈다”고 반박한다. 닭이 먼저냐 달걀이 먼저냐의 싸움이다.]
문제는 감정적인 부분만이 아니다. A씨는 경기도와 서울시, 공정거래위원회 등 외부세력과는 잘 소통했다. 그러면서 점주들에겐 어떤 내용을 이야기했는지 구체적으로 말하지 않았다. 도리어 본사와의 만남을 A씨가 의도적으로 막았다는 증언도 있다.
박정훈 바르다김선생 상생위원회 회장은 “당시 외부에서는 본사가 소통을 외면하고 있는 것처럼 비쳤지만 사실이 아니다”라며 “A씨가 ‘본사와 대화해도 어차피 우리 요구를 들어주지 않을 것’이라면서 소통 채널을 열지 않았다”고 회상했다. 그는 “경기도가 중재에 나섰을 때도 본사가 반론을 하지 못하게 감정적인 질문을 쏟아내는 등 아예 본사의 입을 틀어 막아버렸다”고 덧붙였다.
가맹점주협의회의 수뇌부였던 한 점주는 “가맹점주협의회라면 점주들의 권익 보호가 먼저였어야 했다”면서 “하지만 A씨는 본사와의 소통을 외면하고 점주들을 외면한 채 정치적 이슈에만 몰두했다”고 꼬집었다. 그는 “이렇게 무분별하게 퍼진 이슈는 성실히 생계를 이어가는 점주들에게 ‘매출 하락’이라는 결과로 돌아왔고 점주들이 간절히 요구했던 고원가율 문제는 해결되지 않았다”고 호소했다.
바르다김선생 파문을 일으킨 주인공 A씨를 배제한 상생협의회가 탄생한 것도 이 때문이다. 이 협의회는 본사와 소통을 통해 조금씩 문제를 해결해 나가고 있다. 무엇보다 40% 수준의 원가율을 30%대로 낮췄다. 본사는 점주들과 사업 전략을 공유하고, 점주들의 권리가 보장된 ‘상생협약서’에 서명했다.

진짜 점주들의 눈물
문제는 제 의원이 국정감사 전에도 ‘반론’을 들을 기회가 있었다는 점이다. 하지만 그때는 귓등으로도 듣지 않은 채 검증되지 않은 ‘품질 논란’을 제기했다. 논란을 키운 뒤 뒤늦게 검증하겠다는 건 앞뒤가 맞지 않는 행동이다.
박정훈 바르다김선생 상생협의회 회장은 이렇게 털어놨다. “지난해 확인되지 않은 많은 논란이 우리 매장을 휩쓸었습니다. 문제는 아무도 그 진위를 파악하지 않고 퍼뜨리는 데에만 집중했다는 점입니다. 이제 와서 아무도 잘못을 인정하지 않는다면, 우리는 누구에게 하소연해야 합니까.” 바르다김선생 파문, 이젠 그 진실을 제대로 확인할 때가 됐다. 이게 을 중의 을인 바르다김선생 점주들의 소망이기도 하다.
김다린 더스쿠프 기자 quill@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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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 우리나라는 이슈거리만 찾아다니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