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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NS나 사이버 게임 등 온라인 접촉이 늘면서 ‘인터넷상 명예훼손이나 모욕’을 이유로 다투는 사람들이 많아졌다. 일례를 하나 보자. 리그오브레전드(LOL)라는 온라인 게임을 하던 중 ‘영웅’이라는 아이디(ID)를 가진 A씨는 팀원들이 모두 있는 채팅창에서 B씨에게 각종 욕설을 퍼부었고, 화가 난 B씨는 A씨를 모욕죄로 고소하려 한다. 이런 경우 A씨를 모욕죄로 처벌할 수 있을까.
결론부터 말하면 모욕죄를 적용하기 어렵다. 인터넷상 모욕죄는 ‘공연성(불특정 혹은 다수가 볼 수 있는 경우인지)’ ‘모욕의 성립 여부’ ‘피해자가 특정’을 함께 따져봐야 한다. 다수가 있는 채팅창에서의 욕설은 ‘불특정 또는 다수인이 인식할 수 있는 상태에서 행해진 것’이므로 ‘공연성’은 충족한다. 문제는 ‘모욕의 성립 여부’와 ‘피해자의 특정’이다.
모욕의 대표적인 예는 욕설이다. 한글의 초성만으로도 ‘사회통념상 누구나 욕설로 충분히 인지할 만하다면’ 욕설로 인정된다. 욕설이 아니라도 ‘경멸적 감정 등을 드러내는 표현’이라면 모욕에 해당한다. 다만 “야, 이따위로 일할래?” “나이 많이 먹은 게 무슨 자랑이냐?” 등의 표현은 모욕에 해당하지 않는다. 이들은 “객관적으로 상대방의 인격적 가치에 대한 사회적 평가를 저하시킬 만한 모욕적 언사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게 대법원의 입장이다. 모욕죄의 적용 이유가 ‘외부에 드러나는 명예를 보호하기 위한 것’이라서다.
하지만 인터넷상에서 상대방을 알 수 있는 수단은 ID뿐이다. 특정 ID를 통해 그가 현실세계의 B씨라는 사실을 알 수 없다면 피해자는 특정된 게 아니라고 볼 수 있다. 헌법재판소의 입장을 보자. “외부적 명예를 보호법익으로 하는 모욕죄의 피해자가 특정됐다고 볼 수 없으므로, 특정인에 대한 모욕죄가 성립하지 않는다.” A씨의 모욕죄가 성립하지 않는다는 얘기다.
물론 이 판시는 ‘인터넷이라는 특성을 고려하지 않았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인터넷에서 ID는 실제 이름과 마찬가지로 누군가를 특정 짓는 역할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특정성의 인정 범위를 조금 더 넓게 인정해야 한다는 거다.
안현아 IBS법률사무소 변호사 aha@ibslaw.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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