규제프리존 문제점➌ 개인정보 보호문제
비식별화라는 용어를 아는가. 쉽게 말해 개인정보를 식별할 수 없게 만드는 조치다. 규제프리존법은 비식별화를 꾀한 기업에 개인정보를 활용할 수 있는 권한을 줬다. 문제는 비식별화만 하면 개인정보를 확인할 수 없느냐다. 천만의 말씀, 간단한 조작으로 비식별화는 풀린다. 규제프리존법이 개인정보를 위협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그런데 이상한 일이다. 우리나라는 이 글로벌 흐름에 역행하고 있다. 역행의 도구는 정부의 경제 활성화 법안인 ‘지역전략산업 육성을 위한 규제프리존의 지정과 운영에 관한 특별법안(규제프리존법)’이다.
이 법의 적용을 받는 기업은 ‘비식별화(특정 개인을 식별할 수 없도록 하는 조치)’만 하면 산업적 목적을 위해 ‘개인정보 수집 및 이용’을 할 수 있다. 사용자의 동의 없이 다른 사업자에게 판매도 가능하다. 게다가 우리나라 개인정보 보호를 위한 울타리 법령인 정보통신망법, 개인정보보호법보다 먼저 적용된다.

그런데 원본을 이용하면 개인정보를 언제든 복원할 수 있다. 그렇게 복원해 개인정보를 확인한 뒤 다시 비식별화를 꾀해도 아무런 제재를 받지 않는다.
이은우 변호사(법무법인 지향)의 말을 들어보자. “비식별화는 개인정보보호법에서 말하는 익명화와 개념이 다르다. 의미가 불명확하고 오해의 소지가 있어 법령에 포함될 만한 용어도 아니다. 실제로 개인정보 보호 관련 법안에 이런 단어가 들어간 조항은 없다.”
권태환 경실련 소비자권익센터 간사는 “우리나라에는 모든 국민이 ‘주민등록번호’라는 개인식별번호가 있어 약간의 개인정보만 알고 있더라도 누가 어디서 무엇을 하고 있는지 쉽게 알 수 있다”면서 “다른 국가보다 개인정보 보호에 민감하게 반응해야 하는 이유”라고 강조했다. 그는 “정부는 ‘산업 발전’을 이유로 정당화하고 있지만 정보를 보호하는 일이 산업 발전을 어떻게 저해하는지를 설명하지는 못한다”고 꼬집었다.
이지원 더스쿠프 기자 jwle11@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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