빚더미를 떠안은 채 사회에 내몰리는 청년들이 늘고 있다. 생활비, 학자금 등을 충당하기 위해 은행에 손을 빌릴 수밖에 없어서다. 마이너스에서 출발했으니 결혼, 내집마련 등 재무목표를 달성하기엔 역부족이다. 이럴 땐 목돈을 끌어 모아 부채부터 상환하는 것이 낫다. 평평한 출발선에서 다시 시작하자는 얘기다.

대학을 갓 졸업하고 사회에 첫 발을 내딛는 사회초년생. 한창 희망찬 미래를 꿈꿔야 할 때다. 하지만 부푼 꿈을 안고 사회로 나온 이들을 먼저 맞이하는 건 희망이 아닌 높은 물가와 낮은 임금, 대출 상환 압박 등이다. 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대학 졸업생 5명 중 3명은 사회에 나가기 전 이미 평균 1000만원가량의 채무를 안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올해 대학원을 졸업하고 직장인이 된 김현지(가명ㆍ25)씨도 다르지 않다. 상환해야할 대출 잔액이 1300만원에 달한다는 사실은 그다지 놀랍지 않다. 대학 등록금 등을 마련하기 위해 최초 1600만원의 학자금 대출을 받았다. 취업 후 꾸준히 상환해온 덕에 300만원가량을 갚았다.
그럼에도 1300만원의 대출잔액은 여전히 만만치 않다. 취업하면 3년 안에 결혼자금 3000만원을 모으겠다는 목표를 세웠지만 현실이 녹록지 않다. 최근엔 부모님이 병원 신세를 지는 일까지 잦아지면서 부모님을 위한 예비자금(5년간 500만원)을 마련해야겠다는 새 목표도 생겼다.
김씨의 가계부를 살펴보자. 중소기업에서 사무직으로 일하고 있는 김씨의 월 소득은 156만원(실 수령액 기준)이다. 소비성 지출로는 교육비가 30만원으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외국어에 능숙하면 업무영역이 넓어져 더 많은 급여를 받을 수 있어서다. 여기에 생활비 20만원, 교통비 16만원, 통신비 8만원, 건강보험료 16만원 등을 꾸준히 지출하고 있다. 문화생활을 비롯한 기타 지출에는 17만원을 쓴다. 의류비, 경조사비 등 불규칙적으로 나가는 지출은 월 12만원꼴이다.

비소비성 지출로는 대출상환 30만원, 정기적금 30만원, 주택청약종합저축 5만원 등이 있다. [※ 참고로 정기적금은 지금까지 240만원 모았다.] 이에 따라 김씨는 월 184만원(소비성 지출 119만원+비소비성 지출 65만원)을 지출한다. 김씨의 소득이 월 156만원이니까 ‘마이너스 인생’을 살고 있는 셈이다.
김씨의 첫째 문제는 쓸데없는 소비성 지출이 많다는 점이었다. 부모님과 함께 살고 있어 주거비가 들어가지 않는다는 점을 감안하면 상당한 수준이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우선 교통비를 줄였다. 김씨의 교통비는 대부분 택시비였다. 영어학원 시간이 아침이다 보니 회사에 지각할까 종종 택시를 탔던 게 쌓여 월 10만원가량이 됐다. 이는 학원시간을 조정해 간단히 해결했다. 다음은 건강보험료 16만원이다. 20대 여성치고는 많은 편이다. 살펴보니 어머니 지인을 통해 2013년에 가입한 주계약 1억5000만원 상당의 CI보험이었다.
중대질병 보장상품인 CI보험은 실비보험을 원했던 김씨의 당초 목적과 달라 해지하고 월 1만원의 실손의료보험으로 대체했다. 문화비용 등으로 나가던 기타비용 17만원은 15만원으로 2만원 줄였다.
둘째 문제는 대출의 원리금을 갚는데 들어가는 비용이 크다는 점이다. 앞서 언급했듯 등록금을 마련하기 위해 학자금대출을 받은 김씨. 그런데 임금수준에 비해 상환금이 높아 김씨 재무에 나쁜 영향을 미치고 있다. 이런 경우 재무목표 1순위는 대출상환이 돼야 한다. 가용할 수 있는 목돈을 끌어 모아 대출부터 갚아야 한다는 거다.
20대엔 투자 비중 높아도 괜찮아
김씨의 경우 부모님이 주신 결혼지원금 1000만원과 정기적금 240만원, CI보험 해약으로 생긴 290만원으로 대출잔액 1300만원을 모두 갚았다. 남은 230만원은 비정기 지출통장으로 사용할 CMA에 넣었다. 여기에 김씨가 1년 동안 받는 상여금 80만원도 불입했다.
아울러 119만원이나 쓰던 소비성 지출을 80만원으로 줄이고 대출상환(30만원), 정기적금(30만원)을 털어버린 덕분에 저축여력 71만원(플러스 99만원-기존 마이너스 28만원)이 추가로 생겼다. 주택청약종합저축에 넣던 5만원은 그대로 유지해 총 76만원의 저축여력이 발생했다.
이중 60만원은 결혼자금 3000만원을 모으는 데 사용하기로 했다. 40만원은 3%대의 비교적 높은 금리를 주는 상호저축은행에 저축했다. 10만원은 적립식펀드(고배당가치주펀드)에, 10만원은 뱅크론 상품에 분배했다. 미국 금리시장과 환율에 대한 투자전망이 밝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월 60만원으로 결혼자금 목표액인 3000만원을 모으기엔 부족하다. 따라서 시장 상황에 맞춰 포트폴리오를 변경할 수 있게끔 꾸준한 모니터링을 지속할 계획이다. 장기적인 관점을 갖고 적절한 투자상품으로 바꿔나간다면 조금씩 보완할 수 있을 것이다.
나머지 10만원은 물가연동채권펀드에 투입했다. 이를 통해 부모님에게 드릴 예비자금과 더불어 부족한 결혼자금을 채울 수 있다. 물론 투자상품의 비중이 높은 편이라 리스크는 있다. 하지만 25세의 나이에는 여유자금을 만들기 위해 투자자산의 비중을 높여도 괜찮다.
천눈이 한국경제교육원 수석연구원 crimsonnunn@naver.com | 더스쿠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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