납품대금 현금결제율 왜 떨어지나

납품대금의 현금결제는 중소기업이 대기업에 꾸준하게 요구해 온 사안이다. 대기업이 어음이나 대물이 아닌 현금으로 결제하면 유동성이 개선돼서다. 대기업-중소기업 동반성장을 핵심 컨셉트로 삼은 이명박 정부가 중소기업의 현금결제율을 높이기 위해 각종 조치를 취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하지만 올해 상반기 중소제조업체 판매대금의 현금결제율은 전년 동기 보다 떨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중소기업중앙회의 중소기업경기전망조사에 따르면 올 상반기 중소제조업체 판매대금의 현금결제율은 68.9%였다. 2011년 하반기(71.6%)보다 2.65%포인트 낮은 수치다. 이는 올해 6월 11일부터 15일까지 1363개 중소제조업체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다. 대기업 협력업체의 올 상반기 현금결제율 역시 전년 동기 대비 0.1%포인트 떨어진 66.5%를 기록했다. 현금결제율이 70%대로 올라선 2010년(하반기) 이후 2년 만에 최저치를 기록한 셈이다.

2008년에도 비슷한 상황이 연출됐다. 2003년까지 56%대에 머물렀던 현금결제율은 참여정부의 ‘상생구호’가 나온 2005년 61.2%(연평균)로 올랐다. 2007년 하반기에는 63.4%대까지 올랐다. 하지만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가 터지면서 현금결제율은 57.7%로 다시 떨어졌다. 비상경영을 선포한 대기업이 현금결제율을 대폭 낮춰서다.
여파는 중소기업에게 고스란히 전달됐다. 2008년 9월 LG경제연구원은 ‘국내 기업 현금흐름 불안하다’는 보고서를 통해 흑자기업의 줄도산 가능성을 지적했다. 현금흐름이 외환위기 때보다 나쁘다는 게 근거였다. 실제로 당시 많은 중소기업이 현금 부족으로 문을 닫았다. 결국 대기업은 고통 분담 차원에서 납품대금을 100% 현금결제하겠다고 약속했다. 그 이면에는 중소기업 도산의 영향이 결국 대기업까지 미칠 것이란 불안감도 작용했다. 효과는 곧바로 나타났다. 58%까지 떨어졌던 현금결제율은 2009년 67%대로 다시 올라갔다. 대기업이 현금결제 비율을 높이지 않았다면 수많은 흑자기업이 ‘도미노 붕괴’했을 가능성이 크다. 상생노력이 중소기업의 흑자도산을 막은 것이다.
재계 관계자는 “중소기업과 함께 살고 함께 성장하는 것이 자신들에게도 득이라는 사실을 대기업은 또 잊었다”며 “중소기업이 살아야 대기업이 산다는 명제를 다시 한 번 되새겨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그는 “이제는 기업이 이익집단 역할을 하는 만큼 정부는 대기업의 희생이 아니라 동반성장을 통해 대기업이 득을 볼 수 있다는 것을 계속 상기시켜야 한다”고 조언했다.
김정덕 기자 juckys@thescoop.co.kr|@itvfm.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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