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들리는 3.6㎏ 생명줄
“연탄 때기 전엔 전기장판에 의지해 살았어. 냉골에서 살수가 있어야지. 연탄 덕에 견딜 만해.” 구룡마을에 사는 한 할머니에게 연탄은 없어선 안 될 필수품이다. 지름 15㎝, 높이 14㎝, 무게 3.6㎏, 구멍 22개. 많은 이에게는 추억이지만 누군가에겐 겨울을 버티게 해주는 생명줄과 같다. 하지만 이마저도 가격이 오르고 있다.

정부 지원금(월 10만원)이 수입의 대부분인 할머니에게 가스비는 큰 부담이다. 있어도 마음껏 틀 수 없는 가스보일러나 전기장판보다 할머니에겐 연탄난로가 더 유용하다. 연탄 3~4장이면(장당 500~700원) 하루 종일 쪽방을 훈훈하게 데울 수 있어서다.
그런데 최근 연탄가격마저 올랐다. 산업통상자원부는 10월 4일 석탄과 연탄의 공장도가격을 각각 8.0%, 19.6% 인상했다. 장당 500원이던 연탄 소비자가격은 573원으로 14.6% 올랐다. 산자부는 “생산원가가 상승했음에도 서민생활 보호를 위해 장기간 가격을 동결해 왔다”면서 “서민 연료라는 특성상 인상 수준을 최소화했다”고 설명했다.
문제는 연탄 가격이 이보다 더 오를 가능성이 높다는 점이다. 정부가 지원하는 연탄 제조 보조금을 줄여야 하기 때문이다. 한국은 G20에 제출한 ‘화석연료보조금폐지계획’에 따라 2020년까지 연탄제조보조금을 폐지해야 한다. 지금 전 세계는 지구 온난화를 막기 위해 화석연료 사용과 온실가스 배출을 줄이려는 노력을 하고 있다. 이에 따라 한국 정부도 석탄 생산과 수요를 줄여 에너지 구조를 선진화할 방침인데, 연탄보조금 폐지는 그 계획 중 하나다.

하지만 정부가 연탄쿠폰을 지원하는 가구는 기초생활수급자, 차상위계층, 소외계층 등 7만7000가구에 불과하다. 연탄을 사용하는 전국 16만8000가구의 절반에도 못 미친다. 연탄쿠폰이 얼마나 도움을 줄지도 의문이다. 한 가구가 겨울을 나기 위해 필요한 연탄은 대략 500~700장. 배달비 포함 연탄 가격을 장당 700원으로 가정했을 때 35만원에서 50만원이 든다. 연탄쿠폰 지원금을 최대로 받아도 연탄을 충분히 사는 게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얘기다.
이 때문인지 산자부는 석탄이 아닌 연료로 전환을 희망하는 저소득층 가구에 보일러 교체 비용을 전액 지원할 계획이다. 하지만 실용성이 있을지는 미지수다. 연료비 부담 탓에 보일러 대신 연탄 난로를 들이는 가정이 늘어나고 있어서다. 실효성 없는 정책 탓에 구룡마을 할머니들, 아니 저소득층의 겨울이 올해도 매서울 듯하다.
이지원 더스쿠프 기자 jwle11@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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