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상과 실재의 ‘묘한 혼재’
가상과 실재의 ‘묘한 혼재’
  • 김미란 기자
  • 호수 217
  • 승인 2016.12.02 06:3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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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소연展

▲ ❶some landscape 10, 90.9×72.7㎝, oil on canvas, 2016 ❷some landscape 11, D105㎝, oil on canvas, 2016
“가장 현실적이면서 동시에 가장 비현실적인 건축모형을 이용한 ‘유사類似풍경’으로 풍경에 대한 새로운 관점을 제시하고 싶었어요.”

2년 만의 개인전을 여는 정소연 작가의 이번 전시 타이틀은 ‘어떤 풍경’이다. 과거의 작업이 도감에 있는 동식물 이미지를 그리는 거였다면 작가는 이번에 가상과 실재를 혼재시킨다. 전시된 20여점의 작품은 실제로 존재하지 않는 가상 풍경과 실제로 존재하는 특정 지역의 원본 모형을 본뜬 풍경들이다.

전자의 경우 특정 지역의 건축 모형에 의존하지 않고 여러 가지 건축 모형을 섞었으며, 그런 과정을 통해 새로운 가상 풍경을 만들어냈다. 실제로 존재하는 모형을 캔버스로 옮긴 후자의 작품으로는 ‘안압지’가 대표적이다.

작가는 예고와 미대를 거치며 소위 “그림 참 잘 그린다”는 평가를 받았다. 그에게 풍경이나 정물을 있는 그대로 그리는 일은 식은 죽 먹기였다. 그래서 그는 색다른 시도에 나섰다. 이미지가 실제보다 익숙한 세상, ‘디지털 이미징’을 통해 회화의 본질에 다시금 의문을 제기한 거다.
이번 전시에서는 앞으로 나올 작품을 예견하는 두개의 실험적인 작업도 보여준다. 지름 12㎝의 원형 캔버스 위에 풍경을 담은 ‘포스트-네버랜드’, 독일 출신 작가의 건축적 공간 작업을 차용한 ‘토비아스의 카페(Tobias’ Cafe)’가 그것이다.
▲ ❸안압지 1, 150×120㎝, oil on canvas, 2016 ❹Tobias Cafe 2, 150×120㎝, oil on canvas, 2016

‘포스트-네버랜드’는 ‘유리구슬’이라는 별칭이 붙은 원형의 캔버스에 기존의 작업에 등장하는 동식물의 이미지와 새롭게 선보인 건축 모형의 이미지가 각각 들어 있다. 화면 속 공간은 시각 착시를 넘어 심리적 차원의 착각 영역으로 보는 이들을 안내한다.

‘토비아스의 카페’는 캔버스 중앙에 뚫린 사각의 창 너머로 펼쳐진 공간을 묘사했다. ‘위장무늬’를 이용해 새로운 건축적 공간을 만들어내는 이 작업을 통해 작가는 “외부공간을 내부로 끌어들여 내부와 외부의 경계를 흐리게 하고, 내부와 외부를 결합하는 등 일상의 공간을 확장시킨다”고 설명했다.

그의 작품을 두고 김영호 미술평론가는 이렇게 설명했다. “정소연 작가의 작업은 가상과 실재의 틈을 직시하고 그것으로부터 벗어나 스스로를 자연의 상태에 두려는 노력이다. 그것은 자유의지를 의미하며, 그런 자유의지를 발견하는 것은 분명 의미 있고 흥미로운 일일 것이다.”
2014년 개인전 이후 2년 만에 연 개인전은 서울 송현동 이화익갤러리에서 12월 14일까지 계속된다.
김미란 더스쿠프 기자 lamer@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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