텍스트와 활자가 곧 작품이다
텍스트와 활자가 곧 작품이다
  • 김미선 기자
  • 호수 4
  • 승인 2012.07.31 09:42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임승오의 Art Talk] 금속활자 작가 노주환

현대미술은 캔버스 위에 무언가 그릴 것을 요구하지 않는다. 작품 속에 작가의 에너지가 들어갈 필요도 없다. 이미 만들어진 것을 선택해도 되고 제작하고 싶은 작품이 있으면 아이디어를 적은 종이를 공장에 건네면 그만이다.

▲ 활자도시 서울 10x16m, 납활자, 2003
점•선•면•색채•형태•질감•양감 등 조형 요소와 비례•균형•조화•율동•대비•강조•통일•변화 등 표현 요소에 구애 받지 않고도 작가의 생각이나 아이디어가 예술의 모든 것을 결정할 수 있는 시대인 것이다.
1982년, 뉴욕 한복판 타임스퀘어 전광판 속 ‘PROTECT ME FROM WHAT I WANT(내가 원하는 것으로부터 나를 지켜줘)’라는 문구가 이목을 사로잡았다. 지나가는 사람마다 발걸음을 멈추고 사색에 빠졌다.

어록이나 속담도 예술
‘텍스트’를 작업 재료로 선택해 인쇄물이나 옥외 광고판, LED 전광판을 이용해 호소력 있는 메시지를 일반 대중들에 전하는 예술가 제니 홀저(Jenny Holzer)의 작품이었다. 그는 활자만으로 언어와 이미지에 무감각해진 현대인에 생각지도 못한 깨우침과 현명한 각성을 유도한다.
▲ 먼저 할일부터 25x18x5cm, 납활자, 2011
이제는 일상 기록뿐만 아니라 오래 된 문구나 기호, 어록이나 속담도 예술이 되는 시대다. 조각가 노주환의 작품도 같은 맥락에서 볼 수 있다. 그는 금속으로 된 활자로 작품을 만든다.
인류 문화사에서 위대한 혁명을 꼽으라면 언어의 사용과 문자의 발명, 그리고 인쇄술의 발명을 들 수 있다.
고려시대에 발명된 금속활자는 독일의 구텐베르크보다 훨씬 앞서 발명됐다.
노주환은 컴퓨터와 인쇄 기술의 발달로 더 이상 활용 가치가 없어진 폐기된 금속활자를 수집해 작품의 주재료로 사용한다. 다양한 크기의 활자 수만 개를 탑처럼 쌓아 올려 거대한 ‘활자 바벨탑’을 제작하는가 하면 작은 활자 하나하나를 전시장바닥에 세워 수많은 건축물 모형을 축조하듯 거대한 서울시 전도를 제작하기도 한다.

금속활자로 만든 일상의 예술
‘먼저 할 일부터 천천히’ ‘영혼의 자유’ ‘말, 몸조심’ ‘관심’ ‘자비’ ‘사랑’이란 글자가 벽면 한곳을 채우고 있다.(작품2- 먼저 할 일부터) 잘 그린 그림을 보면 감탄하듯 작가가 제시하는 글귀를 보고 그 의미를 생각하게 한다. 노주환은 작품에 개념적 의미를 관람객에 제시하고 있다.

또 다른 작품 브랑쿠시의 끝없는 기둥처럼 쌓아 올린 탑(작품3 - 속담기둥)을 보면 작품 층층에 낯익은 속담구절이 새겨 있다. ‘가는 말이 고와야 오는 말이 곱다’ ‘등잔 밑이 어둡다’ 등 170여개의 문구들이 고대 이집트의 태양신을 상징하는 오벨리스크처럼 우뚝 서있다.
작가는 관람객이 작품 기둥 마디마디의 문구를 읽고 그 뜻을 생각하고 삶의 지혜를 얻어가길 바랐을 것이다. 그는 오래 전부터 전해져 오는 우리네 삶과 지혜를 문자 탑으로 조형화했다.

이렇게 작가의 신조나 속담, 우리의 삶 속에 담겨 있는 문구를 조형화해 시각적으로 소통하는 어찌 보면 광고 디자인적인 반 미학적 발상의 전환이 예술과 삶의 경계를 허물고 모든 삶의 행위가 예술임을 알리고 있다.

 

▲ 김종일 An Apple
7월 4주 눈길 끄는 전시회

김종일展 - An apple
작가 김종일의 전시가 8월 1일부터 7일까지 인사아트센터에서 개최된다. 그는 멍이 든 사과를 극사실적으로 확대해 그림으로 자신의 내면을 대변한다. 또한 실제를 넘어서는 사과의 사실적 묘사와는 대조적으로 텅 빈 하얀 배경은 동양화적 여백의 미를 보여준다. 찬란하게 반짝이는 사과의 멍은 작가 개인뿐만이 아니라 인간의 숨겨진 상처와 아픔을 역설적으로 표현하고 있다.


반복 - 사유의 흔적展

▲ 전경화 clamor for reform
자신만의 조형언어를 반복 작업으로 재해석한 전시 ‘반복 - 사유의 흔적展’이 8월 2일부터 14일까지 정동갤러리에서 열린다. 이번 전시에 참여하는 5인의 작가(김민정•김병칠•김순철•김주환•전경화)는 한지, 비닐수지, 철, 실 등 각자가 소재로 다루는 재료의 고유물성(固有物性)을 재해석해 시간의 집적과 반복을 보여준다. 이 반복의 무아지경(無我之境) 속에서 완전한 자유를 얻기 위한 작가들의 사유의 흔적을 발견할 수 있다.

임승오 바움아트갤러리 관장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 서울특별시 영등포구 경인로 775 에이스하이테크시티 1동 12층 1202호
  • 대표전화 : 02-2285-6101
  • 팩스 : 02-2285-6102
  • 법인명 : 주식회사 더스쿠프
  • 제호 : 더스쿠프
  • 장기간행물·등록번호 : 서울 아 02110 / 서울 다 10587
  • 등록일 : 2012-05-09 / 2012-05-08
  • 발행일 : 2012-07-06
  • 발행인·대표이사 : 이남석
  • 편집인 : 양재찬
  • 편집장 : 이윤찬
  • 청소년보호책임자 : 김병중
  • Copyright © 2025 더스쿠프. All rights reserved. mail to webmaster@thescoop.co.kr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