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 속 재무설계 | 양도성예금증서의 맨얼굴

예금증서에는 여러 종류가 있다. 요구불예금증서와 정기예금증서, 양도성예금증서(CD) 등이다. 가장 흔히 쓰이는 건 요구불예금증서와 정기예금증서다. 요구불예금증서는 예금주가 원할 때면 언제든 출금이 가능하지만 이자가 없거나 매우 낮다. 때문에 투자의 목적보다는 건축 청부업자가 입찰할 때 신용이 좋다는 것을 증명하거나 공사 보증금으로 주로 쓰인다. 반면 정기예금증서는 이자가 붙는 대신 일정 기간이 지나야만 돈을 찾을 수 있다.
다소 생소한 CD가 바로 오늘 소개할 상품이다. CD(양도성예금증서ㆍCertificate of Deposit)는 말 그대로 제3자에게 양도가 가능한 예금 증명서다. CD의 가장 큰 특징은 무기명으로 발급된다는 점이다. 이는 타인에게 자유롭게 양도ㆍ양수할 수 있게 하기 위해서다. 예금주의 이름이 명기돼 있는 일반적인 예금과 구분되는 부분이다.
CD는 단기 투자 목적을 위한 단기금융상품이다. 증서당 최저가는 500만원이지만 일반적으로는 1000만원짜리 예금증서와 만기 3개월짜리 상품이 주로 거래된다. CD의 가장 큰 장점은 금리가 높다는 점이다. 예금자보호를 받지 않아 예금보험공사에 들어가는 비용이 줄어 그만큼 금리가 높게 책정되는 셈이다.

물론 단점도 뚜렷하다. 무엇보다 무기명으로 거래가 이뤄지다보니 돈세탁 및 범죄에 악용되는 일이 종종 발생한다. CD를 발행해 공적자금을 횡령했다는 기사를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는 이유다. 위조와 절도 위험에 쉽게 노출돼 있다는 점도 단점으로 꼽힌다. 더불어 단기자금으로 운용되는 상품이기 때문에 중도해지가 불가능하다는 점도 단점이라면 단점이다.
CD를 눈여겨봐야 하는 건 CD금리가 우리나라 경제 전반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CD금리만 보면 현재 서민들이 경제적으로 얼마나 어려운지 짐작할 수 있고, 나아가 국가 경제가 어떻게 돌아갈지 예측하는 것도 가능하다. CD금리는 변동금리채권과 주가지수 선물ㆍ옵션 시장의 기준금리로 활용된다. 또한 시중은행의 단기대출과 주택담보대출 시장금리의 기준금리로도 쓰이고 있다. CD금리만 봐도 대출의 변동금리 인상여부와 자금흐름의 상태를 알 수 있다는 얘기다.
문제는 CD금리의 변동이 서민 경제에 큰 영향을 미친다는 데 있다. CD금리가 상승하면 여기에 영향을 받는 대출 금리도 덩달아 높아진다. 이는 대출이자를 상환해야 하는 서민에게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 요즘처럼 가계부채가 급증하고 있는 상황에선 더욱 그렇다. 앞서 언급했듯 CD상품을 범죄에 악용하거나 과도하게 투자를 확대하면 역풍을 맞는 건 서민이라는 얘기다. CD상품이 갖고 있는 이중성이다.
서혁노 한국경제교육원 부원장 shnok@hanmail.net | 더스쿠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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