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무상담은 자산가와 중장년층을 위한 것일까. 그렇지 않다. 이는 고정관념일 뿐이다. 재무상담은 소득이 적고 투자에 서툰 사람에게 더 필요하다. 소득이 적을수록 더욱 철저하게 자산을 관리해야 하기 때문이다. 전기설비업체에서 일하며 월 150만원(실 수령액 기준)을 버는 이상목(가명ㆍ27)씨의 사례를 살펴봤다.

재무상담을 필요로 하는 연령층이 계속해서 낮아지고 있다. 은퇴 이후 경제적 안전성을 높이기 위한 도구였던 재무상담이 자산 형성을 위한 수단으로 활용되고 있어서다. ‘저축이 곧 투자’라는 공식이 무너진 것도 그 이유로 보인다. ‘재무상담은 자산가를 위한 것’이라는 편견도 사라지고 있다. 소득이 많지 않은 이들 중에서도 재무상담을 요청하는 사례가 늘고 있는 건 이를 잘 보여준다.
경기도 화성에 있는 전기설비업체에서 일하고 있는 이상목(가명ㆍ27)씨가 그런 케이스다. 이씨의 월 소득은 150만원(실 수령액 기준)에 불과하다. ‘적은 수입에도 배울 점이 많다’는 생각에 직장을 열심히 다니고 있지만 고민이 없는 건 아니다. 당장 생활하는 게 벅찰 뿐만 아니라 미래도 보이지 않아서다. 그래서 이씨는 ‘재무상담’의 벽을 두드렸다.
우선 이씨의 가계부를 보자. 소비성 지출로는 원룸 월세로 30만원을 사용 중이다. 통신비와 생활비로는 각각 5만원, 25만원을 지출한다. 다행히 식사를 회사에서 해결해 생활비가 많지 않다. 비소비성 지출로는 건강보험 10만원이 있다. 이를 합치면 70만원. 그렇다면 이씨의 월 잉여자금은 80만원(150만원-70만원)이다.
이씨는 취업 이후 6개월 동안 잉여자금을 꼬박꼬박 모아왔다. 그런데 이씨가 보유하고 있는 현금자산은 360만원에 불과하다. 계산상 있어야 할 480만원(잉여자금 80만원×6개월)보다 120만원이나 적다. 쉽게 말해, 120만원이 이씨도 모르는 사이에 사라졌다는 얘기다. 월로 따지면 월 20만원이 쥐도새도 모르게 사라진 셈이다.

어찌 된 일일까. 상담 결과, 이씨의 계산엔 오류가 있었다. 무엇보다 생활비를 10만원 더 쓰고 있었다. 여기에 일회성으로 지출되는 비정기 지출이 10만원가량 있었다. 사용처가 불분명한 곳이 있었던 것이다. 그래서 이씨에게 ‘통장’을 확실하게 쪼갤 것을 주문했다. 혹자는 ‘수입과 지출이 뻔한데, 굳이 통장을 나눌 필요가 있는가’라고 반문할 수 있다.
하지만 이씨와 같은 싱글 직장인은 소득이 적더라도 통장을 쪼개는 게 좋다. 불필요한 지출이 발생했는지를 쉽게 파악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이씨의 통장을 ‘소비성 지출 통장(70만원)’ ‘비소비성 지출통장(10만원)’으로 각각 나눴다. 잉여자금 70만원도 이른바 ‘재테크 통장’에 따로 담았다.
이제 잉여자금 70만원의 활용방법을 보자. 이씨처럼 결혼을 생각하고 있는 싱글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주택문제를 해결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선 주택청약종합저축에 가입하는 게 좋다. 이씨는 매월 4만원의 적립액으로 주택청약종합저축에 들었다. 적립액을 4만원으로 정한 건 ‘청약 예치금’ 때문이다.
실제로 85㎡(약 25평) 이하 주택에 청약하려면 서울과 부산은 300만원, 기타 광역시는 250만원, 기타 시ㆍ군은 200만원의 예치금이 있어야 한다. 이씨가 목표로 하고 있는 결혼 시기는 6~7년 이후다. 매월 4만원씩 적립하면 5년째 240만원의 적립금이 모여, 광역시와 시ㆍ군 청약에 필요한 예치금을 확보할 수 있다.
싱글에게 통장 쪼개기 필요한 이유
이제 남은 자금은 66만원, 조금은 적은 규모다. 이럴 땐 고수익 장기상품에 가입하면 큰코다칠 수 있다. 혹여 투자를 하더라도 30.0% 이내에서 운영하는 게 합리적이다. 그래서 이씨는 장기상품으로 변액적립보험(월 20만원ㆍ투자 가능금액 66만원×30.0%)을 활용하기로 했다. 20년이라는 납입기간이 부담스럽지만 경제활동 가능기간이 충분해 무리가 없을 것으로 보인다. 다만, 7~10년이 지나야 원금이 보장돼 중도해지하면 손해가 크다.
변액적립보험에 가입할 땐 중도해지, 원금보장 등을 꼼꼼히 살펴봐야 하는 이유다. 중단기 자금 마련을 위해서는 적은 금액을 이용해 투자효과를 높일 수 있는 적립식 펀드를 활용할 계획이다. 이씨의 경우 투자성향이 강해 우량주 중심의 중위험 상품(월 10만원)에 가입하기로 했다.
적금(매월 20만원)도 빼놓지 않고 챙겼다. 적금은 가장 안전하게 돈을 불릴 수 있는 수단이다. 문제는 저금리의 영향으로 이자율이 낮다는 것이다. 이럴 때는 시중은행보다 이율이 높은 상호저축은행의 준조합원 적금이나 저축은행의 적금을 활용하는 게 유리하다. 이씨는 상호저축은행의 준조합원 적금에 가입할 예정이다.
6개월 동안 모은 예금 360만원 중 300만원의 자산은 종합자산관리계좌(CMA)에 예치하기로 했다. 여기에 매월 10만원을 따로 적립해 유사시 사용할 수 있는 비상금을 마련할 계획이다. 마지막으로 남은 예금 60만원과 잉여자금 6만원은 별도의 예금통장에 모아 비정기 지출 통장으로 활용하기로 했다. 재무설계는 자금의 흐름을 파악하고 상황에 맞게 자산을 배분하는 것에서 시작한다. 누차 강조했지만 이를 위한 첫걸음은 ‘통장쪼개기’다. 이씨의 사례는 벤치마킹할 만하다.
강수현 한국경제교육원 선임연구원 mechaeng@hanmail.net ∣ 더스쿠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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