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상회의 영화로 읽는 한국사회 | 블러드 다이아몬드 ❷

하지만 유럽인들이 아프리카를 ‘어둠의 대륙’이라고 하는 것은 쉽게 이해되지 않을뿐더러 조금 어이없는 게 사실이다. ‘어둠의 대륙’ 원조는 유럽이었다. 라틴어로 Europa는 ‘어둠’과 ’야만’을 의미한다. 이탈리아 반도에서 문명을 꽃피운 로마인들이 보기에 산세山勢가 험준하고, 토양이 척박하고, 기후도 불순하고, 인간들도 미개하기 짝이 없는 유럽대륙은 ‘어둠의 대륙’이라 하기에 충분했다. 15세기 대항해 시대 이후 신대륙으로 진출한 ‘어둠의 자식’들은 신대륙의 온갖 자원과 인력, 시장을 빼앗아 어둠을 몰아내고 자신들의 땅을 빛으로 가득 채워 나갔다. 제로섬 게임(Zero-sum game)의 법칙에 따라 빛이 빠져나가고, 빼앗긴 아프리카 대륙이 ‘어둠의 대륙’으로 변해갔다.
14세기 아프리카는 ‘빛의 대륙’이었다. 당시 아프리카는 전세계 금 생산량의 70%를 차지하고 있었다. 현재 세계 최고의 부호인 빌 게이츠의 재산이 약 800억 달러인데, 당시 말리의 국왕 만사무사의 전 재산은 4000억 달러였던 걸로 추정된다. 당시 아프리카의 부유함은 상상을 뛰어넘는 수준이었다. 하지만 15세기 이후 아프리카는 금을 비롯한 모든 대륙의 국부國富가 유출되거나 착취당한다. 물질적인 것뿐만 아니라 약 4000만명의 건장한 노예들이 남미와 유럽대륙으로 팔려나간다. ‘노예시장’을 통한 인적자원 유출은 아프리카 대륙의 성비性比를 무너뜨리고 만성적인 노동력 부족에 시달리게 된다.
영화 ‘블러드 다이아몬드’에 등장하는 ‘다이아몬드 밀수꾼’ 대니 아처(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 남아프리카 공화국의 ‘사악한 광산업자’ 반데카프(마리어스 웨이어즈), ‘백인용병 대장’ 코티즈 대령(아놀드 보슬로) 모두 아프리카를 ‘어둠의 대륙’으로 만드는 주범들이다. 어둠의 대륙에서 온 어둠의 자식들이 빛의 대륙을 어둠의 대륙으로, 아프리카 사람을 어둠의 자식으로 만든다. 남아프리카 공화국 용병 출신의 다이아몬드 밀수꾼 아처의 꿈은 한몫 잡아 하루라도 빨리, 그리고 영원히 아프리카라는 끔찍한 땅을 떠나는 것밖에 없다. 자신이 우물에 가래침을 뱉어놓고 그 우물이 더럽다고 진저리친다.

요즘 대기업을 중심으로 국부 해외유출 논란과 기술유출 논란이 심상치 않다. 아처가 시에라리온의 국부인 다이아몬드를 밀수출해 유출하듯 우리의 국부와 기술도 새어나간다. 악덕 광산업자 반데카프와 아처만 돈을 벌 뿐, 시에라리온은 껍데기만 남는다. 빠져나가는 것이 단지 물질적인 국부뿐일까.
한쪽에서는 ‘인구절벽’ 시대라 하는데 이 땅에서 국부를 쏟아 교육한 가장 건장한 수많은 젊은이들은 기회만 되면 ‘헬조선’을 떠나 이민을 가겠다고 벼른다. 아프리카에서 유출된 가장 건장한 젊은이들 4000만명, 그리고 아프리카의 몰락과 다를 게 뭐가 있을까. 우리의 젊은이들이 실의에 빠지고 나라를 떠나 ‘증발’되거나 ‘유출’되는 사이에 저임금 해외노동자들 수백만명이 몰려든다. 모두 불온하다.
김상회 육영교육문화 연구원장 sahngwhekim5353@gmail.com | 더스쿠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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