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길은 역사를 기억한다
물길은 역사를 기억한다
  • 김다린 기자
  • 호수 211
  • 승인 2016.10.19 08: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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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정기展
▲ ❶백악이 보이는 서촌, 2016 ❷홍제동 옛길, 2016.[사진=뉴시스]

민중미술 대표 작가로 꼽히는 민정기 화백이 자신의 이름을 내건 개인전을 연다. 장소는 서울 종로구 사간동 금호미술관. 민 화백의 개인전이 열리는 것은 거의 10년 만이다. 민 화백은 이번 개인전에서 옛지도를 바탕으로 해당 지역을 답사해 완성한 신작 회화 27점을 선보인다.

전시는 우리가 갈 수 있는 최북단 임진나루에서 시작된다. 민 화백은 물길을 따라 도심 한복판으로 걸어 들어오며 본 장면들을 화폭에 담았다. 개경에서 남경으로 오는 길의 절반은 우리가 걸을 수 없는 길이다. 그러나 일상에서 이 사실을 항상 인식하고 있는 사람은 많지 않다.

▲ ❸유 몽유도원도, 2016.[사진=뉴시스]

지하 1층은 이런 ‘분단의 현실’을 상기시키는 3점의 작품으로 구성된다. 임진강에 닿을 수 없도록 굳게 닫힌 철문과 군사구조물을 그린 ‘임진리 나루터’와 현재의 모습에 전통적 모습을 겹쳐 담아낸 ‘임진리 도솔원’, 그리고 가로 폭이 4.8m에 이르는 ‘임진리 나루터 정경’은 임진나루 주변의 어제와 오늘을 고스란히 담고 있다.

1층과 2층은 임진나루에서 물길을 따라 서울로 걸어오면서 만나는 ‘개발된 도시와 전통적 모습이 혼재하는 풍경’을 담은 작품들이 전시된다. 홍제동에서 창의문으로 올라오는 길에서 보이는 정경을 담은 ‘북악 옛길’, 사람들이 바쁘게 오가는 길 사이로 어렴풋이 보이는 북악산을 바라보면서 그린 ‘홍제동 옛길’, 그리고 안견의 몽유도원도를 현대적 시선으로 유랑하며 그려낸 ‘유 몽유도원도’ 등이 걸렸다.

이뿐만이 아니다. 지하 1층 안쪽 전시실에는 ‘한씨연대기’, ‘숲에서’, ‘숲을 향한 문’ 등의 정치 상황을 담은 작품을 전시했다. 당대 일상의 모습을 담은 작품도 걸린다. ‘세수’ ‘일터를 찾아서’ ‘택시’ 등이다. 1980~1990년대를 지나오면서 작가가 직접 목격하고 겪은 사회적 모순과 혼란, 그리고 문학으로 간접 경험한 역사적 상황을 포착해 캔버스에 옮겼다.

민 화백은 “인간이 터를 잡아 사는 기운을 느끼려고 애썼고, 실제 그 풍경을 사실적으로 옮기기보다 땅과 인간이 어울려 사는 모습을 담아냈다”고 설명했다. 특유의 자유로운 시점의 이동으로 만들어진 민 화백의 서사적 풍경화에는 여러 의미가 겹쳐 있다. 그가 인식한 현실의 모습, 아픈 분단의 역사와 개발의 흔적, 그리고 자연에 대한 그리움 등이다. 단지 바라보기 좋은 곳만이 아니고 우리의 삶과 여전히 연결된 역사적 의미와 가치를 품고 있는 장소라는 얘기다.
김다린 더스쿠프 기자 quill@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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