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상회의 영화로 읽는 한국사회 | 내부자들 ❹

흔히 정경유착政經癒着이라고 하지만 실상은 금권金權이 정권을 지배한다. 한 나라의 유력한 대통령 후보조차도 수하 다루듯 하는 조국일보의 논설주간(백윤식)도 회장님 앞에서는 감히 기를 펴지 못한다. 회장님의 근위대장 조 상무(조우진)는 쇠톱을 품고 다니며 회장님께 불경한 자들의 팔다리를 썰어버릴 궁리에 여념이 없다.
유독 우리나라만 그런 게 아니다. 미국을 예로 들어보자. 국민들을 대상으로 한 ‘미국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인물’ 여론조사에서 미국의 대통령은 1등 자리를 넘보지 못한다. 1등ㆍ2등을 놓치지 않는 건 빌 게이츠나 테드 터너 등 경제인이다. 그들의 권력(영향력)은 세계 최고의 권력자라는 미국 대통령에게도 ‘넘사벽’이다. 게다가 그들은 임기도 없는 종신직이다. 선출직이나 임명직도 아니고 세습직이니 누구의 비위를 맞추거나 눈치 볼 필요도 없다. 우리나라 재벌 회장이 가끔 뉴스에 옹색한 모습으로 링거 매단 휠체어 타고 검찰에 출두한다고 우습게 볼 일이 아니다.

마이클 월처는 돈의 힘으로 ‘섹스의 영역’까지 독차지할 수 있는 미국 사회를 개탄한다. 그의 개탄처럼 영화에서 오 회장이 주최하는 회식에 늙은 수컷들은 돈의 힘이 아니었다면 아마도 절대 불가능했을 대한민국 최고의 ‘섹스’를 독점한다. 세상에 거칠 것 없는 조폭두목 천하의 안상구(이병헌)의 팔모가지도 돈의 힘 앞에서는 무력하게 잘려 나간다. 돈이 ‘폭력의 영역’까지 간단히 접수한 거다.
우리 사회에서 돈의 힘이 접수한 영역이 영화에서처럼 언론ㆍ정치ㆍ섹스ㆍ폭력의 영역에 국한될까. 돈의 힘은 수상쩍은 시민단체들의 수상쩍은 시위대가 광화문을 뒤덮게도 하고, 대학교수들의 실험과 연구결과도 뒤바꾸는 신통력을 발휘한다. 자연의 법칙과 실험실의 기기조차도 돈의 위력 앞에 무릎 꿇는다. ‘열린사회’의 마지막 보루인 시민사회와 학문의 영역까지 침범한다. 마치 알렉산더 대왕이나 칭기즈칸처럼 ‘세상의 끝까지’를 외치며 무한 정복전쟁을 펼친다. 그사이 국민들은 영문도 모른 채 고통 받고 죽어나간다.
김상회 육영교육문화 연구원장 sahngwhekim5353@gmail.com | 더스쿠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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