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전자 잡는 수입화물차, 해결책 없나
수입화물차의 판매량이 갈수록 늘고 있다. 하루 벌어 산다는 화물차 운전자들이 값비싼 수입화물차를 산다는 얘기인데, 대체 왜일까. 답은 별다른 게 아니다. 연비 등 성능이 좋은데다 중고차 가격이 높기 때문이다. 하지만 화물차 운전자들을 울리는 숨은 변수도 많다.
그렇다면 이 노동자들이 값비싼 수입산 대형트럭을 대출까지 받아가면서 사는 이유가 뭘까. 20년 경력의 수입화물차 운전자 A씨는 “목에 힘주려 수입차 타느냐는 이들이 있는데, 그건 현실을 전혀 모르고 하는 소리”라면서 이렇게 설명했다.
“사실 화물차의 마력수가 높으면 더 많은 화물을 실을 수 있어 생산성을 높일 수 있다. 차의 제동 능력이 좋으면 내리막길에서 안전하게 운전할 수 있어 사고로 인한 근무일수 감소 위험도 줄어든다. 우리에겐 차가 생계유지를 위한 유일한 생산수단이고, 차의 성능은 생산효율과 직결되기 때문에 최우선 고려사항이다. 10여년 전 국산화물차를 팔고 빚을 내서 수입화물차를 산 이유다. 차 가격이 더 비싸지만 연비와 내구성, 잦은 고장으로 인한 유지보수비, 차수리로 인한 손실금액 등까지 따지면 국산차보다 낫다. 차량 브랜드를 보고 일감을 주는 물주도 있어 영업에도 도움이 된다. 중고차 가격도 수입차가 더 높다.”
문제는 수입 대형트럭 판매비중이 늘고 있는 만큼 애프터서비스(AS) 수준이 따라가지 못한다는 점이다. 그래서 경제 논리로 수입차를 구입하지만 불만이 많다. 사실 화물차 운전자들에게 AS는 가계 경제와 직결돼 있다. 자가용을 모는 사람들이 수리 기간에 대중교통을 이용하면서 겪는 불편함과는 차원이 다르다.
수입화물차, AS는 뒷전
일단 수입차의 경우 지정된 서비스센터가 아니면 부품을 구하기가 쉽지 않다. 수입브랜드들의 운영 정책 때문이다. 각 브랜드의 전체 시장규모에서 우리나라 시장이 차지하는 비중도 크지 않아 부품 재고량도 많지 않다. 그때그때마다 수입을 해야 하는 경우가 많다는 얘기다. 당연히 수리 기간이 길어질 수밖에 없고, 운전자들은 그만큼 손해를 입는다.
AS센터 수도 문제다. 수입 대형트럭 판매업체 가운데 판매량이 가장 많은 볼보의 경우 전국 AS센터는 고작 27개(홈페이지 참고 기준)에 불과하다. 지난해 볼보가 대형트럭 부문에서 1746대를 판매했다는 걸 감안하면 AS센터 1곳당 64.6대를 커버하는 셈이다. 6909대를 판매한 현대차가 166개(1곳당 41.6대)의 AS센터를 두고 있는 것과 대비된다.
유지비용도 문제다. 상용차는 하중이 무겁고, 장거리나 험로 주행이 많아 아무리 내구성이 좋다고 해도 자가용보다 부품 교환이 잦다. 수입 대형트럭의 부품교체 비용은 국산보다 훨씬 비싸다. 일반적인 소모품인 엔진오일ㆍ에어클리너ㆍ엘리먼트ㆍ연료필터를 동시 교체하는 경우, 국산 대형트럭은 43만원(지정정비센터 가격 기준)이지만 볼보는 70만원, 스카니아는 72만원, 만은 82만원에 달한다.
심지어 수입차는 최근 차량 성능까지 도마에 올랐다. 올해 상반기 수입 대형트럭 총 3050대가 국토교통부로부터 리콜 조치 대상 통보를 받았다. 상반기 판매 대수인 3226대에 버금가는 수준이다.
국산화물차 경쟁력 제고해야
더 큰 문제는 이제부터다. 수입화물차의 이런 문제를 운전자들이 제대로 파악하기 힘들다는 점이다. 수입화물차의 정보를 쉽게 얻을 수 없어서다. 국산화물차로 섣불리 갈아탈 수도 없다. 국산차의 내구성이나 연비 등이 아직은 수입화물차를 따라가지 못한다는 견해가 지배적이기 때문이다.
익명을 원한 대형트럭 운전사는 이렇게 말했다. “가격ㆍ성능ㆍ연비ㆍAS 면에서 국산화물차를 사는 게 이득이라면 분명 운전자들의 인식도 달라질 것이다.” 수입화물차의 문제점을 개선하는 것만큼 국산화물차의 경쟁력을 제고하는 것도 중요하다는 얘기다. 국내 자동차 업계가 귀담아들어야 할 일침이다.
김정덕 더스쿠프 기자 juckys@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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