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COOP 분석] 그들은 무슨 자격으로 ‘황제 대접’ 받았나
[SCOOP 분석] 그들은 무슨 자격으로 ‘황제 대접’ 받았나
  • 김정덕 기자
  • 호수 207
  • 승인 2016.09.12 08:2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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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부토건 오너 일가의 모럴해저드

▲ 기업이 망하고 오너만 호의호식하는 경우는 비일비재하다.[일러스트=아이클릭아트]
한때 국내 도급순위 3위까지 올랐던 삼부토건. 지금은 법원의 관리를 받고 있다. 오너 일가의 부실경영 탓이다. 삼부토건의 자회사(호텔)도 시련의 계절을 보내고 있다. 그런데도 오너 일가는 여전히 호텔의 객실과 식당을 공짜로 이용하면서 ‘황제 대접’을 받고 있다. 몰락한 기업 오너의 ‘모럴해저드’를 추적했다.

삼부토건을 아는가. 토목건축공사업 면허 1호 건설사로 한때는 국내 건설사 도급순위 3위까지 치고 올라갔던 기업이다. 1948년 창립한 이래 67년간 오너 일가의 지배를 받은 이 기업은 지난해 9월 법정관리에 돌입했다. 조남욱(83) 전 삼부토건 회장 일가의 부실경영 탓이다.

조 회장 일가는 현재 기업 지배력을 완전히 상실했다. 임원 자격은 물론 주주 자격도 잃었다. 지난 3월 법원의 회생계획인가 결정에 따른 제3자 배정 증자로 최대주주가 바뀌었기 때문이다. 조 회장이 잃은 건 또 있다. 삼부토건의 자회사 벨레상스서울호텔(법인명 남우관광ㆍ삼부토건 지분 100%ㆍ이하 벨레상스호텔)에서 받던 특전이다.

이 호텔의 임원은 몇가지 혜택을 누릴 수 있다. 예를 들면 벨레상스호텔의 식음료 업장을 무료로 이용하는 것이다. 남우관광의 이사였던 조 전 회장도 그랬다. 이 호텔이 개관한 1988년 이후 6층 객실의 일부를 자신의 집무실로 꾸며 무료로 사용했다. 식음료 업장을 무료로 이용했음은 물론이다. 그랬던 조 전 회장이 임원 자격을 잃자 관련 특전도 함께 사라진 셈이다.

문제는 조 전 회장이 여전히 이 호텔에서 ‘회장님’ 대접을 받고 있다는 점이다. 시계추를 거꾸로 돌려 지난 8월 18일, 서울 강남 소재 벨레상스호텔 4층 연회장에선 조 전 회장의 생일파티가 열렸다. 생일파티에 모인 가족은 조 전 회장과 손자를 포함해 모두 12명. 이들은 이날 중화요리를 중심으로 한식과 일식 별미 요리를 섞어 주문했다. 호텔 관계자에 따르면 이런 메뉴 구성은 VIP를 위한 것으로, 식사가격은 1인당 25만원(부가세와 봉사료 포함 일반인 기준)이다. 총 식사가격은 약 300만원, 어린 손자를 제외하더라도 275만원에 달했다.

그런데 호텔 측 계산서에는 조 전 회장이 6만원, 나머지 11명이 33만원을 지급한 것으로 기재돼 있다. 조 전 회장 일가가 실제로 이 돈을 지불한 것도 아니다. 모두 남우관광(벨레상스호텔)이 후불로 납부했다. 임원도 아닌 조 전 회장이 가족들까지 불러서 ‘공짜식사’를 한 셈이다. 이뿐만이 아니다. 임원 자격을 잃은 조 전 회장은 아직도 호텔 6층 집무실을 사용하고 있다. 종업원들은 때가 되면 집무실로 식사(룸서비스)를 갖다 준다.

호텔 관계자는 “조 전 회장이 뭘 시켜 먹든, 손님을 불러 몇인분을 먹든 룸서비스 가격은 2만원으로 책정된다”면서 “8월 기준으로 볼 때 식사에 들어간 재료비만 총 214만원이며, 이를 일반인 요금으로 계산하면 2000만원이 넘는다”고 설명했다.

김준식 벨레상스호텔 총지배인은 “호텔 임원의 경우 식사비용을 남우관광에서 복리후생비로 처리한다”면서 “특히 회장님(조남욱) 가족들에게는 지난 수십년간 그렇게(할인된 가격으로) 식사나 객실을 제공해왔고, 이는 ‘오래된 관행’”이라고 설명했다. 조 전 회장 일가가 돈 한푼 내지 않고 식사와 객실을 무료로 이용하는 것이 문제될 게 없다는 주장이다.

회사 망해도 오너는 호의호식

정말 문제가 없을까. 앞서 언급했듯 벨레상스호텔은 삼부토건의 자회사다. 법정관리 중인 삼부토건은 호텔 손실을 최소화해 몸값을 높이고, 이를 통해 채무를 변제해야 한다. 조 전 회장 일가가 공짜 연회를 할 만한 상황이 아니라는 거다.

더구나 올 초 삼부토건 법정관리를 맡고 있는 서울중앙지방법원 파산재판부(파산3부)에 조 전 회장 일가의 무전 숙식을 비판하는 탄원서가 제출됐다. 그러자 법원은 지난 4월 삼부토건 측에 이렇게 명령했다. “옛 사주와 그 가족에게 제공된 일체의 혜택이 즉각 중지되도록 필요한 조치를 취하라. 일체의 혜택엔 집무실 제공이나 식당ㆍ객실 등 모든 시설의 이용을 포함한다.”

그렇다면 이 호텔이 조 전 회장과 그 일가의 혜택을 눈감아 준 이유는 뭘까. 김준식 총지배인은 “오랜 기간 회장님을 모셔온 호텔 직원들이 어떻게 함부로 회장님의 요구를 거절하겠는가”라고 말했다. 오세용 남우관광 이사도 “직원들이 자발적으로 제공하는 것까지 어떻게 막겠는가”라면서 “나도 직원들에게 혜택을 주지 말라고 하고 싶다”고 말했다.

▲ ❶8월 18일 벨레상스서울호텔에서 생일잔치를 벌인 조남욱 전 회장 일가. ❷6만원만 적힌 조 전 회장의 계산서. ❸33만원만 적힌 조 전 회장을 제외한 가족들의 계산서.[사진=벨레상스서울호텔 제공]
하지만 호텔 노조 관계자의 이야기는 완전히 다르다. “온전하던 호텔이 삼부토건 오너 일가 때문에 매각되는 상황에 이른 게 아닌가. 남우관광은 호텔 직원들의 임금조차 제대로 주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누가 자발적으로 하겠는가.” 이 관계자는 “직원들의 인사권을 쥔 남우관광 경영진과 총지배인의 지시에 따른 것”이라고 주장했다.

실제로 남우관광 경영진은 법원이 조 전 회장과 그 가족들에게 호텔에서 받던 혜택을 중단할 것을 명령한 직후인 지난 4월 28일 호텔 객장에 다음과 같은 내용의 공문을 돌렸다. “현재까지 제공됐던 옛 사주에 대한 혜택 제공이 서울중앙지법 파산재판부의 명령에 따라 2016년 5월 1일부로 전면 중지됐다. … 총 회장님은 별도 안내가 있을 때까지 현재처럼 진행하시라. 작은 회장님(조남원 부회장ㆍ조남욱 회장 첫째 동생)은 객실 2방을 체크아웃시키고, 식음료는 50% 할인제공하며, 직불로 처리하시라. … 조남립(조남욱 회장 둘째 동생) 사장님은 5월 12일까지만 객실과 식음료(혜택)를 현재처럼 하시라. 조남미(조남욱 회장 여동생) 사장님은 이미 말씀드렸으나 이해를 안 하신다. 객실은 4월 말, 식음료는 5월 25일까지 현재처럼 진행하고 5월 1일부터 직불 처리하시라. 그 외 분들은 식음료 50.0%(여기서 50.0% 할인은 원가의 절반임) 할인 혜택 드리고 직불 처리하시라.” 이 공문의 발송자란에는 김 총지배인의 이름이 명시돼 있다.

제이앤파트너스 법률사무소의 전병우 변호사는 “총지배인을 포함한 경영진이 회사의 이익을 부당하게 빼돌리고 있는 것으로 판단할 수 있다”면서 “이는 배임죄에 해당하는 범죄 행위”라고 지적했다.

호텔 경영진 배임죄 대상

문제가 오너 일가와 사측에만 있는 건 아니다. 법원 파산재판부도 의무를 소홀히 한 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법원의 명령이 제대로 이행되고 있는지 전혀 확인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파산재판부 관계자는 “이런 사실을 전혀 몰랐다”면서 “법원이 할 수 있는 조치를 다할 것”이라고 밝혔다. 전형적인 ‘소 잃고 외양간 고치기’다.
송호연 ESOP컨설팅 대표는 “우리나라 기업 오너들은 해당 기업을 자신의 소유물로 생각하는 잘못된 인식을 갖고 있다”면서 “소유와 경영의 분리가 이뤄지지 않는다는 걸 보여주는 단적인 사례”라고 꼬집었다.
김정덕 더스쿠프 기자 juckys@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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