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소 1년 넘긴 최태원 SK그룹 회장
최태원 회장은 요즘 틈만 나면 위기와 변화를 강조하고 있다. 그룹 경영혁신을 염두에 둔 것으로 한마디로 ‘이래서는 안 되겠다’는 뜻이 뚝뚝 묻어난다. 가장 결정적인 말은 지난 6월 30일 이천 SKMS연구소에서 열렸던 ‘2016년 SK그룹 확대경영회의’에서 나왔다. “변화하지 않는 기업은 서든데스(sudden deathㆍ돌연사)할 수 있다”는 경고성 발언이 그것이다.
이날 그는 얼굴에 무선 마이크를 달고 비즈니스 캐주얼 차림을 한 채 강연에 나섰다. 김창근 수펙스추구협의회 의장, 장동현 SK텔레콤 사장, 박성욱 SK하이닉스 사장을 비롯한 16개 주요 계열사 CEO 등 그룹 수뇌부 40여명이 참석한 자리였다.
예정에 없던 이날 모임에서 그는 “SK의 각종 경영지표가 심각한 수준”이라며 “진짜 전쟁이라면 용납 안 되는 상황이다. 기존 틀을 과감히 깨라”고 주문하고 나섰다. “돈 버는 방법, 일하는 방법, 자산 효율화 등 3가지 분야에서 변화할 것”을 강조하며 “출퇴근 문화, 휴가, 평가ㆍ보상제도, 채용, 제도ㆍ규칙 등이 지금의 변화에 맞는지도 검토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나아가 “SK가 환골탈태換骨奪胎하려는 궁극적인 목적은 더 큰 ‘행복’을 만들어 사회와 나누는 것”이라고도 했다. 변화를 위한 구체적인 실천계획을 10월 예정된 하반기 CEO 세미나 때까지 마련하라며 CEO들을 다그치기도 했다. 두고 보겠다는 뜻인 만큼 각 사들이 실천방안 마련에 분주할 수밖에 없게 됐다.
최근 들어 유독 변화를 촉구하고 나선 그지만 출소 후 상반기까지는 무엇보다 투자와 미래 성장 동력 마련에 이리 뛰고 저리 뛰는 모습을 보였다. 전국 사업장 현장경영을 통해 10조원이 넘는 투자계획을 마련해 추진하고 있다. 전국 13곳에서 동시다발적으로 공장 신ㆍ증설을 진행하고 있는 것. 마치 특별사면에 보은이라도 하듯 ‘투자 또 투자’를 외쳤다.
SK 관계자는 “SK하이닉스 6조원, SK E&S 2조5000억원, SK가스 1조원 등 주요 계열사들이 전국 곳곳에서 신ㆍ증설에 나선 것은 어려울 때일수록 더 투자해야 한다는 최 회장의 지론 때문”이라고 말했다. 실적이 떨어지고 있는 SK하이닉스 임원 50명과 6,7월 두 달에 걸쳐 1대1 면담을 벌인 것에도 ‘투자와 변화’에 대한 그의 의지가 담겨 있다고 봐야 한다.
재계는 최 회장이 지난 상반기까지는 일단 사업 현장을 두루 돌며 경영의 밑그림을 새로 그리려 했다고 평가한다. 복역으로 2년 반 동안 유예하다시피 했던 오너 책임경영체제를 재가동시켜 사업 재편 및 확장 전략을 구사했다고 본다. 하반기에는 자신의 부재로 인한 경영 정체 현상을 타개하기 위해 변화에 힘을 쏟으면서 인수ㆍ합병(M&A)과 조직문화 혁신 등에 가속도를 낼 것으로 전망한다.
“기존 틀을 과감히 깨라”
최 회장의 지난 1년 행보는 ‘투자ㆍ변화ㆍ행복’이란 세 단어로 요약할 수 있겠다. 투자와 변화에 대한 행보는 위에서 언급한 대로지만 ‘행복’에 대한 행보란 또 무엇인가. 지난 1년 동안 그가 공사公私 간에 보여준 모습을 잘 드려다 보면 그런 생각을 읽을 수 있다.
지난 8월 28일 서울 워커힐호텔에서 열린 리우 올림픽 핸드볼 선수단 해단식에서 그는 “승패보다는 행복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늘 이기는 경기에선 가슴에 새길 의미나 행복 스토리를 찾을 수 없다”며 “스포츠든 사업이든 성공하기도 하고 실패하기도 하지만 최선을 다했을 때 우리는 행복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여자 핸드볼 팀이 8강 진출에는 실패했지만 최선을 다하는 과정에서 행복을 느끼도록 해 준 게 중요하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최 회장의 ‘행복 추구 행보’는 몇몇 활동을 통해서도 더 드러났다. 우선 복역 당시 약속했던 사재 환원 작업을 모두 완료했다. 301억원 중 세금을 제외한 187억원을 모두 사회에 환원한 것. 복역 당시 연봉ㆍ성과급 등을 받는 게 타당하냐는 논란이 일자 전액 사회 환원을 약속했다. 정부 추진 청년희망펀드에 사재 60억원을 별도로 기부하기도 했다.
지난 1년 콘셉트 투자ㆍ변화ㆍ행복
‘계열사 86개, 자산 160조 8480억원, 재계 3위.’ 공정거래위원회가 지정한 우리나라 기업집단(공기업 제외ㆍ올 4월 기준) 중 SK그룹이 차지하는 위상이다. 삼성, 현대자동차 다음이다. 올해 56세인 최 회장은 1998년 9월(당시 38세) 부친 최종현 회장의 별세로 오너 총수 직을 이어받아 19년째를 맞고 있다.
그동안 SK를 이끌며 두 차례 유죄 판결로 옥고獄苦까지 치렀고 개인적으로 결혼생활도 순탄치 못해 나이에 비해 풍파를 많이 겪었다. ‘비 온 뒤에 땅 굳는다’는 말이 있듯 그 같은 인생 풍파가 그를 무척 단련시켰을 것이다. SK그룹을 잘 이끌면서 개인적으로도 자신이 원하는 행복을 되찾길 기대해 본다.
성태원 더스쿠프 대기자 lexlover@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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