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준행의 재밌는 法테크] 방금 구입한 땅에서 ‘폐기물’ 나왔다면…
[조준행의 재밌는 法테크] 방금 구입한 땅에서 ‘폐기물’ 나왔다면…
  • 조준행 법무법인 자우 변호사
  • 호수 205
  • 승인 2016.09.02 08:25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환경오염과 쾌적한 환경에서 살 권리

▲ 비용 등의 이유로 폐기물을 불법 매립하는 경우가 종종 발생하고 있다.[사진=뉴시스]
큰돈을 들여 토지를 매입했다. 작지만 나만의 건물을 올릴 계획이었다. 그런데 땅을 파는 과정에서 불법매립물이 발견됐다. 토지를 매입한 사람은 원래 토지주인에게 가서 따졌다. 하지만 토지주인은 배 째라면서 모르쇠로 일관했다. 토지 매입자는 구제받을 수 있을까.

필자가 나고 자란 곳은 시골이다. 뒷동산 계곡에서 시작한 시냇물이 마을 한가운데로 흘러 내리는 아름다운 곳이다. 봄이면 친구들과 시냇물에서 물장구치며 놀았다. 작은 송사리들이 헤엄칠 정도로 깨끗했다. 시간이 흐르면서 그 시냇물은 콘크리트로 덮여 버렸다. 각 집에서 버린 오물이 흘러들어 냄새가 난다는 이유에서였다. 당연히 송사리도 사라졌다. 편리함이 자연을 잠식한 셈이다.

우리는 이처럼 지구에서 원하는 것은 무엇이든 가져다 썼고, 오염시켜 왔다. 그런데 이제 그 도가 지나쳤나 보다. 지구가 요즘 이상하다. 화산이 폭발하고, 지진이 발생하고, 폭우로 물난리가 나며, 토네이도가 휩쓸고 있다. 최근에는 극심한 폭염까지 겹쳤다. 지구가 심한 몸살을 앓고 있는 것이다.

우리 헌법은 모든 국민이 건강하고 쾌적한 환경에서 생활할 권리를 보장하고, 아울러 국가와 국민이 환경보전을 위해 노력하도록 의무를 선언하고 있다. 하지만 이런 선언의 의미를 우리는 숙고하지 않았던 것일까. 여전히 다양한 방법으로 지구 해를 입히고 있는 사람들이 있다. 황당한 일을 당한 A씨의 사례를 보자.

A씨는 건물을 짓기 위해 B씨로부터 토지를 매입했다. 그런데 기초공사를 위해 땅을 파자 많은 폐기물이 묻혀 있었고 토양은 극도로 오염돼 있었다. B씨가 폐기물을 불법적으로 매립했던 것이다. A씨는 어쩔 수 없이 폐기물을 처리하고, 오염된 토양을 정화해야 했다. 어처구니없는 일을 당한 A씨는 누구에게 하소연해야 할까.

쟁점은 토양을 오염시킨 사람이 토지를 매입한 사람에게 불법행위책임을 지는지다. 대법원의 입장을 보자. “토지 소유자라고 하더라도 토양오염 물질을 토양에 누출ㆍ유출하거나 투기방치함으로써 토양오염을 유발하고, 오염토양을 정화하지 않은 상태에서 오염토양이 포함된 토지를 유통하고, 토지에 폐기물을 불법으로 매립한 후 처리하지 않은 상태에서 토지를 거래했다면 불법행위가 성립할 수 있다.” B씨가 A씨에게 불법행위 책임을 져야 한다는 얘기다.

대법원은 한발 더 나아가 ‘손해배상책임’도 언급했다. “토양오염을 유발하거나 폐기물을 매립한 종전 토지 소유자는 오염토양 정화비용 또는 폐기물 처리비용 상당의 손해에 대해 불법행위자로서 손해배상책임을 진다.” 문제는 토지를 정화했다고 해서 본래의 상태로 돌아갈 수는 없다는 점이다. 상처 입은 지구는 누구에게 하소연해야 한단 말인가. 밤이 돼도 폭염이 계속되자 많은 사람들은 뭔가 잘못돼 가고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하지만 잘못된 것은 지구 위에 사는 생명체일 것이다. 지구는 스스로 건강을 되찾는 과정일 테니까.무더위가 주고 간 메시지에 귀 기울여야 할 때다. 
조준행 법무법인 자우 변호사 junhaeng@hotmail.com | 더스쿠프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 서울특별시 영등포구 경인로 775 에이스하이테크시티 1동 12층 1202호
  • 대표전화 : 02-2285-6101
  • 팩스 : 02-2285-6102
  • 법인명 : 주식회사 더스쿠프
  • 제호 : 더스쿠프
  • 장기간행물·등록번호 : 서울 아 02110 / 서울 다 10587
  • 등록일 : 2012-05-09 / 2012-05-08
  • 발행일 : 2012-07-06
  • 발행인·대표이사 : 이남석
  • 편집인 : 양재찬
  • 편집장 : 이윤찬
  • 청소년보호책임자 : 김병중
  • Copyright © 2025 더스쿠프. All rights reserved. mail to webmaster@thescoop.co.kr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