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COOP 분석] 삼성중공업 유상증자 진짜 이유
[SCOOP 분석] 삼성중공업 유상증자 진짜 이유
  • 김정덕 기자
  • 호수 205
  • 승인 2016.08.30 08:3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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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제적 대응 위한 유동성 확보책인가

▲ 삼성중공업이 유상증자 카드를 뽑아든 배경에 관심이 모이고 있다.[사진=뉴시스]
영업손실은 경쟁사의 절반도 안 된다. 부실하지 않은 공사 물량도 제법 많다. 그런데 이 회사가 갑자기 ‘유상증자’ 카드를 꺼내들었다. 채권은행이 자구책을 촉구한 결과다. 삼성중공업 측은 “선제적 대응 차원”이라고 밝혔지만 석연치 않은 구석이 있다. 상황이 괜찮다면 대출을 받으면 그만이기 때문이다. 다른 사정이 있는 건 아닐까. 한편에선 “이번 유상증자는 숨은 손실을 털어내기 위한 이벤트”라고 꼬집는다.

“삼성중공업 손실이 추가로 나올 수 있다.” 요즘 조선업계에서 심심찮게 들리는 얘기다. 대우조선해양의 분식회계와 비리사건의 충격에 따른 반사작용만은 아니다. 최근 삼성중공업이 주식을 더 발행해 자본금을 늘리는 유상증자를 진행하자 추가 손실이 우려돼 자본금을 늘리려는 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는 거다.

삼성중공업 관계자의 말을 들어보자. “선제적인 대응 차원에서 유동성을 확보하기 위해 유상증자를 하는 것이다. 산업은행으로부터 의뢰 받아 실사를 진행했던 삼정KPMG조차 추가 손실 위험이 크지 않다고 분석했다. 삼정KPMG 측이 부족한 자금을 최대 1조6000억원이라고 한 것은 ‘최악의 경우’를 가정한 것이다. 그럼에도 삼성중공업은 선제적으로 대응해 유상증자와 자산매각이라는 자구안을 냈다. 시장이 우려하는 것처럼 추가 손실이 나올 가능성은 높지 않다. 추가 손실을 운운하는 건 제3자인 삼정KPMG가 산업은행 측의 의뢰를 받아 삼성중공업을 종합 분석하고 ‘추가적인 손실이 나올 가능성은 적다’고 판단한 것조차 받아들이지 않겠다는 것과 다름없다.” 단순히 유동성 문제일 뿐이지 추가손실이 나올 가능성은 없다는 얘기다. 

하지만 회계전문가 A씨는 이렇게 꼬집었다. “선제대응이라는 삼성중공업의 주장이 사실일 수도 있다. 아직 인도해야 할 물량이 남아 있기 때문이다. 부실하지 않은 공사를 계속 진행하고 있어 조만간 돈 들어올 구석이 있다는 거다. 문제는 그럼 왜 채권은행들이 돈을 빌려주지 않고 유상증자를 하라고 압박하느냐는 거다. 대우조선해양 사건이 터진 후라 분위기가 좋지 않다는 측면도 있지만, 뭔가 부실한 구석이 있다는 방증일 수도 있다.”

부실 털려는 이벤트라는 지적도

기업이 돈을 조달하는 방법은 크게 3가지다. 채권 발행, 유상증자, 대출이다. 그 가운데 가장 일반적이면서 쉽게 돈을 조달하는 방법은 대출이다. 채권발행이나 유상증자는 준비할 것도 많고 기간도 오래 걸린다. 하지만 대출을 받으려면 신용이 좋거나 대출액에 버금가는 담보가 필요하다. 대출이 안 된다는 건 그 반대라는 의미다. 삼성중공업 관계자는 “현재 조선업황이 좋지 않아 삼성중공업뿐만 아니라 현대중공업도 대출은 힘든 상황”이라면서 “삼성중공업의 추가 부실이 우려돼 대출을 안 해주는 건 아니다”고 말했다.

하지만 현재 현대중공업은 대출이나 유상증자를 할 필요가 없는 상황이다. 자체 자금조달이 가능해서다. 안 받는 것이지 못 받는 게 아니란 얘기다. 특히 삼성중공업의 유상증자가 ‘자구안을 내놓으라’는 채권은행들의 독촉에서 나왔다는 걸 감안하면 삼성중공업의 상황이 생각보다 좋지 않을 가능성은 충분하다. 

회계전문가 B씨는 “조선업에서 미청구공사금액(공사를 진행하고도 정산 받지 못한 금액)과 재고자산의 합이 자본총계(자기자본)보다도 많으면 부실 징후가 있다고 판단할 수도 있다”면서 “현재 삼성중공업이 이런 경우에 속한다”고 지적했다.

삼성중공업의 자본총계에서 미청구공사금액과 재고자산을 빼면 약 -1조4318억원이다. 부실 가능성이 있는 항목들을 모두 부실로 인정했을 때 그 액수만큼 자기자본이 모자란다는 의미다. 공교롭게도 삼정KPMG가 삼성중공업의 최대 필요 부족자금으로 거론한 액수와 얼추 맞먹는다. 이 때문에 일부에선 “유상증자는 앞으로 반영될 손실에 대비한 것 아니냐”는 비판이 쏟아진다. 예상보다 많은 손실을 막기 위해선 돈이 필요한데, 그 방법으로 유상증자를 택했다는 것이다.

더구나 대출은 갚아야 하는 ‘부채’지만, 유상증자는 갚을 필요가 없는 자본증식 행위다. 유동성 때문만이 아니라 추가 손실까지 염두에 둔 거라면 삼성중공업 측에서도 대출보다는 유상증자가 더 유리하다. 자본금을 늘리면 추가 손실이 있더라도 재무건전성은 지킬 수 있어서다.

또 다른 회계전문가 C씨의 설명이다. “사실 조선업종에서 자꾸 손실문제가 불거져 나오는데, 그건 회계상의 적자일 뿐이다. 돈 나갈 건 다 나갔다. 삼성중공업 측이 ‘유동성 차원의 유상증자’라고 말하는 이유다. 문제는 회계상 반영된 적자가 삼성중공업만 유독 적다는 거다. 이상하지 않나. 대우조선해양이 ‘나홀로 흑자’를 기록했을 때와 비교해보면 비슷한 상황이란 얘기다. 이런 상황에서 유상증자를 하면 자기자본비율이 올라가는데, 향후 실질적인 현금까지 들어오면 재무구조가 건전하다는 평가를 받을 가능성이 높다. 꼭 이런 노림수가 있다고 말하긴 어렵지만 가능성은 충분하다.”

공시자료를 토대로 살펴보면 현재 현대중공업과 대우조선해양은 2013년 이후 각각 5여조원(영업이익 기준)의 손실을 털어냈다. 하지만 삼성중공업이 반영한 손실은 약 1조7000억원으로 경쟁사 대비 3분의1 수준에 불과하다. 삼성중공업의 손실이 더 나올 거라는 관측이 나오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경제개혁연구소가 지난 6월 발표한 보고서 ‘대우조선해양의 분식 논란과 상장회사의 현금흐름 분석’에 따르면 현대중공업과 삼성중공업의 추정영업현금흐름과 실제영업현금흐름 간 괴리금액이 너무 큰 것으로 나타났다. 삼성중공업의 괴리금액은 지난해 영업이익 기준으로 약 2조3599억원이다.

유상증자 성공할 수 있을까 

보고서를 작성했던 이총희 공인회계사(경제개혁연구소 연구위원)는 “추정영업현금흐름과 실제영업현금흐름 간의 괴리 비율 및 금액 등과 같은 지표들을 ‘감사인 지정사유’에 포함해 회계감사를 좀 더 면밀하게 해야 할 필요가 있고, 감독당국도 이런 지표를 활용해 기업들을 관찰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괴리금액이 지나치게 클 경우엔 문제가 발생할 소지가 크기 때문에 감사를 통해 관리해야 한다는 얘기다.

유상증자는 기존 주주들이 가진 주식가치를 떨어뜨리는 역효과를 종종 낸다. 더구나 주식시장은 신통치 않고, 삼성중공업의 실적이 눈에 띄게 개선되지도 않았다. 유상증자의 성공 가능성이 낮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이런 맥락에서 삼성중공업의 유상증자는 따져볼 게 많다. 유동성 공급 차원에서 진행하는 게 아니라는 정황이 곳곳에서 노출되고 있어서다.
김정덕 더스쿠프 기자 juckys@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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