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지에서 일하는 그들이 왜 을인가
음지에서 일하는 그들이 왜 을인가
  • 노미정 기자
  • 호수 204
  • 승인 2016.08.23 08:2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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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비사회적기업 위드플러스시스템이 울린 경종

늦은 시간에도 그들은 손전등을 든다. 체면 불고하고 화장실·복도 등 건물의 위생관리에도 신경을 쓴다. 경비업, 우리는 그들을 ‘을 중의 을’이라고 부른다. 급여는 적고, 안정성은 약하며, 복지 수준은 낮아서다. 이런 경비업 종사자를 돕겠다고 나선 이가 있다. 예비사회적기업 위드플러스시스템의 김승모(43) 대표다. 이 회사는 예비사회적기업 최초로 특수경비업에 진출해 주목을 받고 있다.

‘낚싯대를 손에 쥐어 준다. 낚싯대를 이용해 물고기 잡는 방법을 알려준다.’ 누군가를 돕는 방법으로 많은 전문가들이 꼽는 내용이다. 물고기를 잡는 법을 가르쳐야 자립능력과 내성耐性이 생겨서다. 이 논리는 사회취약계층을 지원하는 시스템에도 적용되고 있다. 때문에 공적 지원의 혜택을 받지 못하는 취약계층이 발생할 수밖에 없다. 일종의 ‘복지 사각지대’가 생기는 셈이다.

이를 해소하기 위해 등장한 새로운 경제시스템이 ‘사회적 경제’다. 이는 소외계층의 일자리 창출 등을 통해 수익과 혜택을 창출하겠다는 게 취지인데, 마을기업, 사회적기업, 협동조합 등의 형태로 나타난다. 그중 고용노동부가 인증하는 사회적기업은 전체 직원의 30% 이상을 취약계층으로 고용하고, 수익의 3분의 2 이상은 사회가치 구현을 위해 재투자해야 한다.

▲ ❶위드플러스시스템 직원이 국가중요시설에서 특수경비일을 수행하고 있다. ❷위드플러스시스템의 직원이 포상을 받고 있는 모습. ❸김승모 대표는 부천시 사회적경제 기업가 모임에서도 활동하고 있다. ❹업계 최초로 특수경비업에 진출한 위드플러스시스템의 김승모 대표.

경기도 부천에 있는 건물·시설관리기업인 ‘위드플러스시스템’도 예비사회적기업(이하 사회적기업) 중 한곳이다. 경비보안회사에서 11년간 근무한 김승모(43) 대표가 지난해 5월 설립했고, 올해 8월 예비사회적기업으로 지정 받았다. 위드플러스시스템의 특별한 점은 사회적기업 최초로 ‘특수경비업’에 진출한 것이다. 국민체육진흥공단 등 국가중요시설에서 경비업무를 담당하는 특수경비는 일반경비보다 급여와 고용안정성이 높다.

“요즘 생활비 마련을 하지 못하는 가난한 고령층들이 문제잖아요. 사실 고령층이 사회에서 일할 곳도 마땅치 않구요. 주로 경비업, 청소 등을 제외하고 말이죠. 그런데 어떤가요? 그들이 사회적 안전망을 통해 보호를 받고 있나요? 정반대입니다. 우리 기업의 방향을 특수경비 쪽으로 잡은 이유도 여기에 있습니다.” 위드플러스시스템의 직원은 12명, 그중 절반 이상은 55세 이상의 고령자다. 특수경비, 일반경비, 건물 위생관리 업무 등을 수행한다. 12명 중 4명은 한국인터넷진흥원, 한국보훈복지의료공단 등에서 특수경비업무를 수행 중이다.

하지만 특수경비는 쉬운 일이 아니다. 자본이 부족한 사회적기업이 쉽게 도전할 수 있는 분야는 더더욱 아니다. 언급했듯 급여와 안정성이 높은 반면 진입장벽이 높기 때문이다. 현행법상 특수경비직에 지원하려면 88시간의 신임교육을 이수해야 하고, 교육비도 필요하다. “처음엔 고민도 됐어요. 하지만 우리가 사회적기업을 선언한 이상 사회에서 정말 필요한 일을 해야 한다고 생각했죠. 그래서 1인당 38만원의 교육비 전액을 지원하면서 특수경비업에 도전했어요.”

새로운 업종에 진출한 것만은 아니다. 경비업체의 문화를 바꾸기 위해 ‘연차휴가’ 등 사내복지시스템도 개선했다. 연차휴가 때문에 공백이 발생하면 김 대표가 직접 경비를 서기도 한다. 그는 “노동자들이 일반적으로 사용하는 연차휴가나 명절선물 등을 경비업계에선 찾아보기 힘들다”면서 “우리의 목표는 경비업 노동자들의 기본 권리가 지켜지는 사회적기업을 만드는 것”이라고 말했다.

“직원들이 좋은 근무환경에서 안정적으로 일할 때 나오는 긍정적인 에너지가 협력사들의 만족도를 높이고, 기업의 자생력 강화로 이어집니다. 경비업 종사자들은 우리가 폄하할 대상이 절대 아닙니다. 이들에게도 자긍심을 주면 새로운 경비문화를 만들 수 있죠. 위드플러스시스템이 이런 문화를 만드는 데 발판 역할을 했으면 합니다.”

당신은 다른 이의 삶을 보호하는 경비원을 어떻게 생각했는가. 국가와 사회는 또 그들을 어떻게 보호하고 관리하고 있는가. “경비업의 문화를 바꾸겠다.” 작은 사회적기업이 사회를 향해 경종을 울렸다. 김 대표의 의미 있는 도전이 시작됐다.
노미정 더스쿠프 기자 noet85@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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